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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휴·폐업 사태와 관련해 보도한 2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언론시민단체와 야당, 노동단체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16일 <한겨레>와 <부산일보> 기자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각각 1억 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보도했던 2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사진은 5월 29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홍 지사의 모습.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보도했던 2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사진은 5월 29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홍 지사의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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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는 <한겨레>가 6월 21일 보도한 "홍준표 지사의 국정조사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제목의 취재노트, <부산일보>가 6월 26일 보도한 "홍준표 지사의 거짓말… 대학병원 '의료원 위탁 제안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홍 지사는 언론보도로 피해를 보았을 때 통상적으로 밟는 절차인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또 형사고소가 아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형사사건의 경우 언론 보도가 '공익적 목적'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 재선 도전을 앞둔 홍 지사에 대한 기자·언론사의 비판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언련 "민사소송 즉각 철회해야"

홍 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 이건혁)을 비롯한 부산·강원·경기·충북·대전충남·전북·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공동성명을 통해 "홍준표 지사는 기자에 대한 재갈물리기 소송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기사를 검토한 결과 한겨레신문 의견 기사의 경우 '회피적이다, 얕은 수를 쓴다'는 의견은 언론사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고 심지어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공인의 신분인 홍준표 지사가 이런 의견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준인가를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부산일보의 경우 위탁 경영 의뢰 여부에 대한 기사는 경남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 위탁 경영을 의뢰했는가에 대한 사실 여부를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언론중재 절차를 밟으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언론중재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홍 지사의 민사소송이 정상적인 언론활동에 대한 겁박용이나 위협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이번 민사소송이 도지사가 된 후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보여주었던 홍준표 지사의 일련의 고집스럽고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의 연장이며, 지속적으로 좌충우돌하는 행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연하게도 홍 지사의 민사소송이 정당한 언론활동에 대한 재갈 물리기이자 승소가 목적이 아닌 겁박용 또는 위협용이라고 판단한다"며 "홍준표 지사는 기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야당 "'고소 준표' 언론에 재갈 물리기"

야당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냈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허성무)은 "'고소 준표' 언론에 재갈 물리고 권력연장 꿈꾸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홍준표 지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당은 "홍준표 지사는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홍준표 지사의 언론탄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짓밟는 행위이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 등의 횡포는 단호히 배격돼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고 설명했다.

경남도가 지난 5월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오후 의료원 앞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지키기 위한 생명버스와 희망텐트" 행사를 벌이고 있다.
 경남도가 지난 5월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오후 의료원 앞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지키기 위한 생명버스와 희망텐트" 행사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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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도당은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홍준표 지사의 횡포에 맞서 끝까지 싸워 책임을 묻겠다"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언론인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언론이 도민과 국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여론의 공기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연대회의 경남도당(위원장 허윤영)도 이날 논평을 통해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을 위해 거짓과 공작을 일삼아 온 홍준표 지사가 국회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동행명령마저 무시한 것도 모자라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미리 정해놓고도 국민과 언론을 기만한 것이 드러나자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홍 지사가 제 아무리 '아구통'을 날리고 소송을 남발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해도 진실추구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막기는커녕 제 시민사회와 도민의 강력한 저항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 모든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진주의료원 재개원뿐"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 강병기)은 이날 "언론의 입마저 틀어막는 홍준표 지사는 독재시대를 살고 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홍 지사의 일련의 행보를 종합해 보면, '조폭'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과 힘을 폭력적으로 휘둘러 대면서도, 오히려 더 뻔뻔하기 그지없다"며 "홍준표 도정 출범 후 경남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언론까지 마음대로 통제하고 탄압하려 하고 있다. 홍 지사는 거액의 민사소송으로 '겁주기'하여, 기자들의 정론직필을 방해,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 본인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전면차단 시키려는 언론통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남도의회 야권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공동대표 김경숙·석영철)도 이날 "홍준표 지사의 무분별한 쟁송행정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개혁연대는 "경남도라고 하는 행정조직은 공보부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얼마든지 반론할 수 있으며 언론중재위와 같은 제도적인 구제 절차도 있다"며 "그럼에도 이 같은 조급한 행동을 한 것은 구태적이고 권위적인 사고의 표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진주의료원의 노동자도, 경남의 기자들도 모두가 도민이다, 도민을 향해 귀족·강성노조의 허울을 씌운 장본인이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극단의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도민들을 존경하는 자세가 아니다. 아니 도민과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겁박하는 횡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품격을 가지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도정을 이끌어 주길 바라며, 기자에 대한 당치 않은 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정정당당한 반론을 펼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도민을 수치스럽게 하는 홍 지사의 명예 타령"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재명)는 "경남도민을 수치스럽게 하는 홍 지사의 명예타령, 명예는 소송이 아니라 처신을 찾는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양식있는 많은 경남도민들은 홍준표 도지사의 지금까지의 치졸한 행동만으로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명예훼손 운운하며 언론을 탄압하겠다는 모습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홍 지사로 인해 훼손당한 경남도민의 명예와 자긍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민주노총 본부는 "홍준표 지사는 더 이상 경남도민을 수치스럽게 하지 말고 치졸한 언론탄압을 당장 중단하라"며 "명예는 소송으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도민과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 하지 말고 치졸한 꼼수를 부리지 않으면 된다. 또 올바른 도정을 펼 때 명예는 스스로 찾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는 "양식있는 많은 경남도민은 홍준표 지사로 인해 훼손당한 도민들의 자긍심과 명예를 소송으로 찾으려 하지 않는다"며 "다음 선거에서 매섭게 심판하기 위해 그 심판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태그:#홍준표 지사, #진주의료원,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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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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