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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고용하고 있는 용역업체하고는 1년에 한번 단체협약 갱신할 때 만나요"

전북도청사에 관한 모든 시설과 냉난방을 관리하고 있는 청사관리 용역노동자들을 전라북도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차별을 넘어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야기하고 사회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공공기관인 전라북도가 비정규직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18층(높이 92m)의 전라북도청사는 2007년 전주시 경원동에서 현재의 전주시 서부신시가지로 옮겼다. 이때부터 전라북도는 시설관리의 모든 업무를 3년에 한 번씩 용역계약을 통해 시설관리업체에 맡기고 있다.

전라북도청사를 관리하는 용역노동자. <사진 제공 - 전북평등지부>
 전라북도청사를 관리하는 용역노동자. <사진 제공 - 전북평등지부>
ⓒ 전북평등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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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서울의 한 용역회사가 이 업무를 2011년부터 맡고 있으며 2013년 말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 기업에 소속된 용역노동자(비정규직)는 모두 20여 명. 이들은 냉난방, 조명관리, CCTV 운영 및 감시, 승강기 관리 등 전북도청사 관리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전북도청 시설관리 용역노동자 15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조 전북평등지부는 올 초부터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을 전북도청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9일에는 전북도의회 오은미 의원도 5분 발언을 통해 "전라북도의 직접고용은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김완주 지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전북평등지부>
 <사진 제공 - 전북평등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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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노동계와 정치권이 청사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의 직접고용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예산절감과 고용안정과 용역 업무의 위법성 시비 해소이다. 

"전라북도가 직접고용하면 예산 절감 마다할 이유 있나"

이들을 전라북도가 직접고용을 한다면 전라북도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은 5월 참소리에서 한 차례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라북도는 스스로 용역노동자 2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 할 경우 연간 1억 6900만 원의 예산이 절감된다고 밝혔다. 용역업체에게 돌아가는 관리비 및 이윤과 부가가치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은 "전북지역에는 청사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할 규모의 업체가 없다"면서 "결국 해마다 기업이윤으로 보장된 1억 이상의 금액이 수도권 업체로 유출되고 있다"며 지방재정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를 전라북도가 직접고용하면 비용절감 효과 뿐 아니라 용역노동자의 임금 인상도 가능하다. 오은미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용역노동자 1인당 약 17만원의 임금 인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전라북도의 직접고용이 예산절감과 함께 노동자들의 근무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전북평등지부에 따르면 2011년 한 기업이 용역업체로 들어오면서 직급이 없어지며 일부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노조는 회사로부터 조합원 전체 임금을 받아 조합원들이 공평하게 분배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억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북평등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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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마다 바뀌는 회사, 고용불안 느낀다"

"전라북도는 시설관리를 맡기는 업체 선정을 3년에 한 번씩 하는데, 이전에 두 번 모두 업체가 바뀌었어요. 고용은 보장됐지만, 항상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2008년부터 근무한 A씨는 3년에 한 번씩 회사가 바뀌고, 단체협약 체결마다 임금을 두고 업체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임금이 떨어질 위기가 생기죠. 그래서 단체협약의 목표는 임금 동결이예요"

임금 및 노동조건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이윤도 확보해야 하는 업체가 임금과 노동조건을 노동자들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곧 노사분규의 소지를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전북도청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2007년 해고 및 고용불안으로 노조를 결성하여 1년여 동안 투쟁을 벌인 바도 있다. 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도 당시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에 위기의식을 느껴 노조를 결성하고 전북평등지부에 가입했다. 

"근로계약은 용역업체와 하지만, 업무지시는 전북도청이?"

"모든 업무 관리랑 지시, 출퇴근 관리는 전북도청에서 해요. 그리고 하루 업무와 작업내용 등 모든 일이 도청으로 보고되고 있고요. 실제로 전북도청이 직접 보고를 받고 있죠"

A씨에 따르면 용역업체가 업무 위탁을 받아 시설을 관리하고 있지만, 관리에 따른 지시는 청사를 사용하고 있는 전라북도 공무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접 지시가 이뤄지는 것도 다반사. 관리가 이처럼 이중적으로 진행되면 업무의 비효율성이 제기될 소지도 높다. 또한 '불법파견' 논란에서도 전라북도가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현대차의 불법파견 사례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전라북도청사 시설관리 용역노동자의 직접고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북도청은 이 점에 대해 부인했다. 전북도청 한 관계자는 "시설관리는 용역업체에서 하고 감독만 하고 있다"면서 "소장과 팀장에게 관리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뿐이다"고 말했다.

직접고용 목소리 높지만, 전북도청은 미온적

"전북도청은 2007년 신청사 개청 당시 도청사 관리를 용역회사에 맡긴 이유는 전북도가 청사관리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커요. 그러나 노동자들이 8년 이상 청사를 관리하면서 경험도 있고, 전라북도도 노하우가 있으니까 이제는 직접고용을 통해 공공기관이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북도청사를 관리하는 용역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에 대한 의견이 많지만, 현재까지 전라북도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북도청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도 있지만 지금은 검토 단계이다"면서 "검토 단계에서 지금 이야기 할 것은 없다"고 밝히며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직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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