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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건중 위원장(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건중 위원장(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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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일 오후 2시 10분]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지난 3개월 동안 한국전력거래소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운영 실태를 점검한 김건중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의 쓴 소리다. 위원회가 정부와 국회로 갈리는 바람에 보고서도 결국 두 쪽 나고 말았고, 그 배후에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상층부를 장악한 '전력계통 마피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국회 갈등에 EMS 조사위원회는 전쟁터"

'원전 마피아'에 이어 국내 전력산업을 장악한 '전력계통 마피아'의 실체도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10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EMS 기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력거래소가 지난 2002년 '광역정전' 위험을 줄이고 연료비를 최소화하려고 도입한 EMS가 제 기능을 못해 지난 2011년 9·15 순환정전을 유발했다는 국회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국회와 정부가 추천하는 위원 7명으로 기술조사위원회를 꾸려 국회가 지적한 6가지 사항을 집중 점검했지만 결론도 양쪽으로 갈려 어정쩡한 개선책만 내놓는 데 그쳤다(관련기사: 예비력 모자라 전력위기? 전력거래소 '주먹구구').

이에 국회 추천 위원으로 기술조사위원장까지 맡았던 김건중 교수는 "산업부에서 4명, 국회에서 3명을 위촉하는 바람에 위원회가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전쟁터가 돼 버렸다"면서 "결국 다수결로 하기 어려워 양쪽 의견을 보고서에 그대로 게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위원회는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지적한 대로 성격이 서로 다른 EMS와 전력시장운영시스템(MOS)을 함께 쓰면서 정확한 예비력이 계산되지 않고 상태추정 값도 제각각 나오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국회 쪽 위원들은 두 시스템을 다시 분리해 EMS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개선책을 제시한 반면 정부 쪽 위원들은 오히려 두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고 밝혀 결론이 엇갈렸다.

이에 전정희 의원은 "서로 기능이 다르고 자료 호환이 어려운 시스템을 연계시켜 문제가 발생했는데 두 시스템을 통합하면 문제가 개선된다는 건 모순"이라면서 "결국 2014년 나주로 이전할 때 사용하겠다는 한국형 EMS(K-EMS)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11일 발표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 보고서.
 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11일 발표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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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다른 EMS-MOS 결합이 전력 IT 혼란 낳아"

전 의원은 "MOS는 2003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위해 474억 원을 주고 미리 도입한 건데 개편이 결국 무산돼 필요 없는 상황에서 EMS와 접붙인 것"이라면서 "만든 회사도 다르고 기능도 다른 두 시스템을 붙여 EMS도 제 기능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0년 개발을 완료해 현재 천안에서 시범운전을 하고 있는 한국형 EMS 활용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시한 상태다.

김건중 교수 역시 "전력계통을 실시간 제어하는 EMS와 시장 정산 프로그램인 MOS는 목적이 달라 MOS에 EMS 기능을 옮겨 놓고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거듭 확인된 대외용과 대내용 예비력 별도 관리 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산업부에서는 객관적으로 둘 다 맞다고 하는데 예비력이 2개가 존재한다는 게 맞는 표현인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정부 쪽도 송전단과 발전단 예비력을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어느 쪽을 쓰든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정확한 기준 없이 간다는 건 EMS를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전 의원 역시 "예비력이 2개 존재한다는 건 EMS 예비력 관리 프로그램으로 예비력을 계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EMS를 활용하는 외국은 대부분 예비력이 150~250만㎾ 수준인데 400만㎾를 계속 유지하는 게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에 비해 많은 예비력을 확보하려 발전기 많이 돌리다 보니 연간 4천 억 원 이상의 연료비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랙아웃 침소봉대해 국민 겁줘... 예비력도 적정 수준 유지해야"

현재 400만㎾인 예비력을 더 줄일 수 있느냐는 지적에 김 교수는 "발전설비는 다다익선이지만 많이 가질수록 유지비가 많이 들어 적정한 예비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전력부하나 발전설비가 많이 늘었다고 규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전기도 안전하게 공급하면서 돈도 절약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정부에서 '블랙아웃(정전)'이란 용어를 잘 못 쓰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광역 정전(전력계통 동시 붕괴)'은 일어나기 어렵고 '정전'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건데 침소봉대해 국민을 겁주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 EMS 정상화를 비롯한 전력계통 시스템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로 김 교수는 '전력계통 마피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의지만 가지면 되지만 의지도 없고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한다"면서 "전력거래소 직원들 문제가 아니라 이사장과 경영진 문제"라고 지목했다. 이날 보고대회에 참석한 전순옥 민주당 의원이 "마피아 네트워크가 그렇게 강한가"라고 묻자 김 교수는 "그렇게 본다"면서 "산업부와 같이 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분야 연구를 40년 동안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많이 지적했지만 전문가가 아닌 마피아 그룹들이 돈만 지출하는 행태를 많이 봐왔다"면서 "연간 천 억 원 단위의 돈이 새나간다면 심각한 문제인데 EMS가 정상화돼 국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태그:#EMS, #전력거래소, #전정희,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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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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