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변수가 많고 착륙 난이도가 워낙 높아서 솔직히 많이 가 본 기장도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요. 시뮬레이터 장비로 훈련 충분히 시켰다는 아시아나 얘기는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지난 7일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와 관련, 해당 항공기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직접 비행기를 내려본 경험이 있는 국내 현직 기장들은 문제의 공항이 "베테랑 운전사에게도 복잡하고 힘든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항공사가 무리한 인력 운용으로 화를 자초해놓고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기 조종사인 이강국 기장의 비행 경력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일자 아시아나 쪽은 지난 9일 "이 기장은 B747 부기장 시절 착륙조작 경험을 포함해 29회에 달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비행경험 등 충분한 기량을 가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기장이 이중 직접 착륙 운전을 한 횟수는 4회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샌프란시스코 상공, 비행기 많아 매우 복잡"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 온라인은 현지시각으로 8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사고발생은 시간문제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번 사건 발생지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현직 항공기 조종사들 사이에서 이착륙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언론은 사고 3주 전 루프트한자의 여객기가 공항착륙을 포기했던 사례도 함께 보도했다.

국내 현직 기장들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소속을 밝히길 거부한 정진호(가명) 기장은 이 공항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낙후된 시설과 이용기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왜 비행기가 많느냐는 질문에 태블릿 피시(PC)를 꺼내 공항 주변 지도를 띄웠다.

"샌프란시스코 만 건너편에 산호세 오클랜드 공항이 있어요. 이 근처에 경비행기들이 엄청 많아요. 비행기가 많으니까 한 대가 내려가면 곧장 한 대는 이륙해요. 2대씩 계속 엇물리는 거에요."

정 기장은 "워낙 비행기가 많다 보니 관제탑에서 고도를 확보해주지 않고 조종사들은 급하게 고도를 낮춰서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777 같은 300명이 넘게 타는 대형 항공기가 정밀 계기 유도 없이 착륙하기엔 위험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참 기장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기종에 익숙하지 않다면 훈련을 피해야 하는 공항"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의 한 항공사에서 B777를 몰고 있는 박종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상임이사 역시 같은 지점을 짚었다. 박 이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상공은 (비행기가 많아) 굉장히 복잡하다"면서 "비행기 선회도 최대한 좁게 돌려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

'초짜' 기장 배치한 아시아나, 착륙경험 4회가 충분? 

이러한 사정은 사고 항공사인 아시아나 쪽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9일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작성한 '향후 안전관리 중점방안(운항)' 문건을 보면 착륙이 까다로운 비정밀 공항 접근에 있어 기장들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법정 시뮬레이션 훈련 시간을 지키고 있지만, 더욱 늘리겠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아시아나가 안전관리지침 만들고도 쉬쉬한 까닭).

착륙 방법에는 관제탑의 계기유도를 받는 정밀접근, 그보다 적은 착륙 정보가 주어지는 비정밀접근, 조종사의 실력에 100% 의지하는 시각접근 등이 있다. 문건의 내용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처럼 관제 유도를 받기 어려운 비정밀접근 공항에 대비한 훈련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그동안의 비정밀접근 및 시각접근 훈련에 미진한 점이 있었다는 고백인 셈이다. 사고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은 사고 당일 회사가 정한 스케줄에 따라 B777 기종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비행기를 내리다 동체 꼬리를 공항 방파제에 부딪혔다. 이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각접근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약 한 달 전부터 전세계 항공사들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9일 언론 브리핑을 한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자사의 책임 소재로 귀결될 수 있는 조종사 경력 문제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인했다. 이강국 기장이 B777 조종은 '초짜' 수준이지만, 그보다 덩치가 큰 B747 기종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29회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기장이 직접 착륙을 조종한 횟수는 4회에 불과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 4회가 정밀접근이었는지 비정밀접근이었는지 혹은 시각접근이었는지에 대해 단시간 내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10일 이 기장이 사고 전에 B777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시킨 경험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기장들은 아시아나의 시뮬레이션 훈련 강화 조치에도 비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 기장은 "시뮬레이션 훈련은 말 그대로 시뮬레이트(가상 설정)된 상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경우 실제 착륙에서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공항 근처에 떠 있는 비행기들"이라면서 "연습을 한다 한들 실제 착륙과는 전혀 다른 상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시아나#샌프란시스코#이강국#착륙사고#윤영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