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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영상통화와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화면에 나타난 여성 알몸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어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40)씨는 2012년 6월 자신의 집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 B(15)양과 채팅을 하던 중 가슴과 알몸을 찍은 동영상을 전송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중생이 거부하자 A씨는 "학교에 찾아가겠다. 조심해라 잡히면 죽는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협박하며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 겁에 질린 B양은 결국 알몸 동영상을 촬영해 보냈다.

특히 A씨는 2011년 4월 여중생 C(14)양과 휴대전화 영상통화,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C양의 알몸을 재촬영했다.

이로 인해 A씨는 B양에 대한 강요와 협박, C양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의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춘천지법 강릉지원 이수영 판사는 2012년 11월 강요와 협박은 유죄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촬영)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C양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종우 부장판사)는 지난 4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형량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A씨의 항소만 받아들여 징역 6월로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신된 정보가 영상으로 변환된 것을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 파일로 저장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촬영한 대상은 피해자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일 뿐 피해자의 신체 자체는 아니어서 성폭력특례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의 협박 내용이나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감 등에 비춰 보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은 정신지체 3급 장애인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고, 충동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A씨가 피해자 C양과 영상통화, 화상채팅 등을 하면서 화면에 나타난 C양의 신체 주요 부위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 성폭력특례법상 '카메라로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경우'로 보고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성폭력특례법 제13조 1항은 "카메라 등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 A씨가 피해자 C양의 주요 신체부위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했으므로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기소한 것.

그러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영상통화나 화상채팅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재촬영한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특별법상 처벌되는 신체 촬영 행위라는 것은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것이라고 한정해서 해석해야 하므로, 화면에 나타난 신체부위 영상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성폭력특별법 적용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도 '다른 사람의 신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피해자 B양을 협박해 알몸을 촬영해 전송하도록 한 강요와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화상채팅#영상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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