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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조차 정쟁의 제단에 희생물로 바치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보면서 "국가 운영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처럼 불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조차 정쟁의 제단에 희생물로 바치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보면서 "국가 운영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처럼 불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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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초에 국보 1호 남대문(숭례문)이 무너졌습니다. 그때 추녀와 서까래가 불에 타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엄청난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근본 토대가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죠. 최고 지도자의 남북정상회담 기록물조차 정쟁 도구로 사용하는 현실, 그 때 심정과 같았습니다."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절망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조차 정쟁의 제단에 희생물로 바치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보면서 "국가 운영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처럼 불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안 지사를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취임 3주년을 맞아 진행됐지만, 최근 현안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그는 특히 "현재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당신의 발등을 찍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불법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자기 발등을 찍더라도..."

'노무현의 정치적 적자' '좌희정 우광재'라고 불리는 그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률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과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도 그랬죠. 가령 새만금과 천성산 문제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농민시위를 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농민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사과했죠. 그러나 법률과 헌법에 위배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내린 사안은 아무리 시끄러워도 버텼습니다.

국정원 불법 댓글 사건에 대판 판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일 수는 없을 겁니다. 국가기관이 명백하게 불법을 저질렀으면 최고 책임자는 사과해야죠.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게 아니라 국정 책임자는 국가가 국가다울 수 있도록 법률과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기 발등을 찍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야 합니다. 노 대통령 시절에도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고민하면 답이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는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발췌록을 공개했을 때 "조상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 국정원이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또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선거 3일 전에 허위내용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이유를 불문하고 국가 기관은 정치 개입 금지입니다. 그런데 국가 권력 기관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정치에 개입해왔습니다.
참여정부 때 보니까 정보기관 및 국가기관들이 자신들을 대통령의 통치를 돕는 보조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가령 남영동의 고문 기술자 이근안도 처음에는 왜 자신을 욕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이죠. 모든 행위가 이런 식이라면 물고문 해도 되고 댓글을 달아도 정당하다고 느낄 겁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국가의 이익은 대통령의 이익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이익이 돼야 합니다. 주권자의 눈을 가로막은 선거개입은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 최근 트위터에 'NLL 회의록 공개는 구태, 낡은 정치 그 자체다'라는 적었던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서게 돼서 많이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문제는 현재의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풀어야 합니다. 자기가 어른이 되었다면 부모 탓 하지 말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자꾸 선배 탓을 하면 아직 성장을 덜했다는 뜻이죠. 현재 지도자가 분단된 한반도의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서 평화체제로 이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엄중한 상황, 국가 최고 책임자가 책임져야"

- 며칠 전 국회에서 통과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공개 결정을 두고도 논란입니다.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안희정 도지사가 문재인 의원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친노의 갈등'식의 제목을 뽑은 기사도 있더군요.
"그렇게 또 싸움을 붙이대요. 하-하-하. 사실 제가 가장 크게 문제 삼았던 것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입니다. 임의로 비밀 급수를 낮춰서 발표한 국정원의 행위가 옳지 않다는 거였죠. 그런데 국회에서 결정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법률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국정원이 다 공개한 상태에서 우리가 만든 규칙(국회의 권한 행사)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국가적으로 봤을 때 큰 틀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지만, 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 의견을 낼 정도로 오지랖을 넓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 국정원 댓글사건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사건, 이 두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조선시대 사초의 원칙으로 봤을 때도 이건 옳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가 관리해야 하는데 왜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가기록원에서 열람은 가능해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의 영장이나 국회 의결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데 공개 권한은 없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할 지 걱정됩니다. 국회에 떠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남겨야할 자료가 있을 텐데, 퇴임하자마자 뒤에 따라오는 분들이 열어본 뒤에 다음 대선 때 정쟁에 이용하면 어쩌시려고 그러는지 답답합니다."

- 최근에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엄중한 상황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5년을 책임지는데, 대한민국은 수백 년 가야할 나라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기록을 정치적으로 허가 없이 보거나 심지어 정쟁으로 삼아서 유포시키는 것은 국가운영 자체의 근본을 흔드는 일입니다. 엄청난 불안감을 느낍니다.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수습해야 합니다."


태그:#안희정, #국정원 댓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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