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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에 소재한 삼성궁을 방문했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청학의 모습이 이채롭다
 청학동에 소재한 삼성궁을 방문했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청학의 모습이 이채롭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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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함께 지리산 청학동에 있는 삼성궁을 방문했다. 15년 전쯤엔가 방문하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 조금은 변할 줄 예상했는데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주차장 앞에는 오리 같은 건물이 있어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의아해 했다. 하지만 곧 푸른색을 띤 학 즉, '청학'이라는 걸 알았다. 이 동네가 청학동이기 때문이다. 청학동은 청학이라는 새가 노니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청학은 일설에 의하면 날개 빛이 푸르지 않고 오히려 꿩 빛깔인데 청학이 울면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하였다. 선교(仙敎)에서는 선인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 올 때 타고 내리는 수단이 청학이라 했다. 이곳을 소개하는 안내자가 청학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함께 간 동료들과 기념촬영
 함께 간 동료들과 기념촬영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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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은 청학이 실제로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난리에 시달린 피난민들이 지리산 깊은 계곡에 살면서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청학을 선망하여 붙여진 이름 같아요."

청학동은 동학운동이 실패하고 탄압을 받자 동학의 아류들이 숨어 들어와 서당을 열고 민족교육을 시켜 일명 도인촌이라고도 불렸다.

동방제일의 명지... 청학동

태극문양의 연못너머로 삼성궁의 모습이 보인다
 태극문양의 연못너머로 삼성궁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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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수씨가 선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엄길수씨가 선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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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백두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흘러와서 큰 봉우리를 이루었다 하여 '두류산'이라고 하였다. 예부터 두류산은 영험스런 산으로 동은 천왕봉, 서는 반야봉, 중앙에는 영신대가 있어 병풍 같은 형세를 이루고 있다.

영신대에서 남으로 맥이 이어져 삼신봉을 이루고, 삼신봉이 동서로 맥을 뻗어 신선대, 삼성봉, 삼선봉, 미륵봉, 시리봉을 잇는 주위 사십리가 청학동으로 신선들이 사는 곳이란다. 청학동은 신라 최치원 선생과 고려 도선국사를 비롯한 역대 선인들이 동방 제일의 명지라 일컬었다. 다음은 선가(仙家)에서 지칭하는 청학동에 대한 설명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폭포가 있으며 폭포를 지나면 외석문이 있고 외석문에서 내석문을지나 동굴 같은 계곡을 십리쯤 들어가면 주위 사십리의 광개 평탄한 밭에 신선들이 살고 있는 별유천지가 나온다. 그곳에는 청학이 노니는 연못과 바위에서 솟아나는 샘이 있으며 삼신봉이 높이 솟고 앞에는 백운산 삼선봉이 둘러 있으며 뒤쪽으로는 석각삼봉(石角三峰)이 병풍처럼 나열하고 해바위와 달바위가 있다."
    
수많은 돌탑으로 이어진 길이 이채롭다
 수많은 돌탑으로 이어진 길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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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자가 일행들에게 삼성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내자가 일행들에게 삼성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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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탑, 돌과 돌 사이에 맷돌과 절구통을 넣어 쌓아올린 성벽 사이를 돌며 몇 개의 궁전을 돌던 중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하! 이곳의 모든 시설물들이 선가에서 말하는 청학동을 건설하는구나!"

한풀선사가 40여 년 동안 쌓은 돌탑... 고대의 소도를 복원한 것

수많은 돌탑은 이곳에서 선도를 수행하는 33명의 수행자가 인류의 염원인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가슴에 품고 쌓았다고 한다. 돌탑은 고대의 소도를 복원한 것으로 돌탑을 '돌 솟대'라 하는데 수행자가 원력을 세우기 위해 쌓은 것이다.

연못과 돌탑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연못과 돌탑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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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이 새겨진 조각과 장승들이 이채롭다
 청학이 새겨진 조각과 장승들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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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은 많은 맷돌과 다듬잇돌, 절구통을 이용해 쌓았다. 맷돌과 다듬잇돌은 음과 양의 기운이 함축된 한민족의 생활도구로 우주의 기운을 끌어 모아 한민족의 염원을 이루기 위함이다. 돌절구는 마고 삼신(선가에서 말하는 인류의 시조)을 생산과 탄생으로 상징화하고, 일월성신(해, 달, 별)의 자리를 기하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곳에서는 신선도를 닦으며 삼법수행을 한다. 신선도는 '스스로 그러한 것(자연-自然)'을 따르며 경전으로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삼륜, 오계, 팔조, 구서가 있고 행법은 무수히 많다.

삼법수행이란 기쁨, 두려움, 슬픔, 노여움, 탐냄, 싫어함의 감성을 제어하는 것이고, 조식이란 향내, 구린내, 차가움, 더움, 건조함, 습함의 숨을 고르는 것이며, 금촉이란 소리, 색깔, 냄새, 맛, 음란, 맞닿음의 여섯 경계를 지키며 삿된 접촉을 끊는 것을 일컫는다.

삼성궁에는 청학이 노닌다는 연못이 있다.
 삼성궁에는 청학이 노닌다는 연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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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궁을 돌아다니다 보면 배달길, 검달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배달길의 '배'는 밝다는 의미이고, '달'은 땅이란 의미로 배달은 '밝은 땅'이란 뜻이다. 또한 '검'은 신성하다는 뜻이고, '달'은 땅이란 의미로 검달은 '신성한 땅'이란 뜻이다. 따라서 배달은 아버지인 양을, 검달은 어머니인 음을 의미한다.

안내인의 설명이 계속됐다. 

"우리의 뿌리에 대해 연구하고 전통을 지키려는 데 어떤 사람들은 샤머니즘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뭐! 저런 놈들이 다있나? 너희들이 하는 일은 미신이다'며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국 6천여 개 학교에 단군상을 세웠는데 특정종교에서 미신이다, 우상숭배다 해서 다 철수했잖아요? 우리 어릴 적 시골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 앞에 금줄을 쳤어요. 하지만 그게 금줄이 아니라 검줄이에요. 신성한 곳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의미의 검줄이 금줄로 음운변화를 일으킨 겁니다."

이 많은 돌탑은 어떻게 쌓았을까? 종교적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이 많은 돌탑은 어떻게 쌓았을까? 종교적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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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간 동료인 최아무개씨는 "이런 곳이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꼭 중국의 오지 깊숙한 곳에 있는 별천지를 방문한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조선비기열전>에 의하면 '세상이 물질만 중시하고 정신을 잃어버릴 때, 작지만 강한 제국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난다' 고 전해지고 있다. 사람의 가치가 물질만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요즘 삼성궁 수행자들이 주장하는 선국이 현대인의 이상향일까?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삼성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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