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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3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풀꽃 살펴보고 그리기 수업

우리 학교는 풀을 뽑지 않고 놔 둡니다. 일부러 돈 주고 사서 심는 꽃만이 예쁘고 소중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난 풀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풀을 뽑지 않으니 온갖 풀이 다 나고 자라 꽃을 피웁니다. 풀은 아주 좋은 수업 재료가 됩니다. (관련기사 : 우리 학교는 풀을 뽑지 않습니다)

5월초에 제가 담당하고 있는 6학년 미술시간에 우리 학교 안에 핀 풀꽃들을 살펴보고, 풀꽃 그리기를 했습니다. 이 때 아이들이 풀꽃에 관심을 끌게 할 목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풀꽃이 바로 꽃마리꽃입니다. 꽃마리꽃은 학교 곳곳에 많이 피어있지만 너무나 작아서, 그리고 보잘 것 없는 풀꽃이라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꽃마리꽃을 보여주고 자세히 살펴보게 합니다. 꽃마리꽃을 살펴본 순간 아이들 입이 벌어지면서 감탄사가 쏟아집니다.

너무 작아서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앙증맞게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한테 작은 풀꽃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보여주면 좋은 꽃이다.
▲ 꽃마리꾳 너무 작아서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앙증맞게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한테 작은 풀꽃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보여주면 좋은 꽃이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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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예쁘다! 자세히 보니 이렇게 예쁜 꽃이구나! 정말 몰랐네."
"이 꽃 좀 봐! 참 예쁘지?"
"그러게! 꽃잎이 다섯 장이네. 어쩜 이렇게 예쁠까?"
"작은 꽃 속에 하늘색도 들어있구요, 노란빛도 있구요....."
"이런 꽃이 피어있는지 몰랐네."
"난 풀꽃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
"앞으로 풀꽃을 무시하면 안되겠구나!"
"꽃마리꽃이 여기도 있네, 저기도 있어요."

꽃마리꽃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그동안 계속 피어있었는데 이제야 아이들 눈에 꽃마리 꽃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마리꽃을 찾아봅니다. 꽃마리꽃을 찾으면서 꽃마리의 잎이 꼭 숟가락 모양처럼 생겼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꽃만 예쁜 게 아니라, 잎모양도 예쁘다고 합니다. 그 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읊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전문

그 다음에 아이들한테 보여주는 꽃이 주름잎꽃입니다. 주름잎꽃은 꽃마리꽃보다 조금 크지만, 역시 그냥 풀꽃이라고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꽃입니다. 그런데 주름잎꽃을 들여다본 순간, 아이들의 함성이 또 터집니다. 주름잎꽃은 연보랏빛 꽃잎을 나란히 내보이는 모습과 노란색 꽃술이 참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왜 꽃이름이 '주름잎이냐고 꽃에 비해서 꽃이름이 안이쁘다고 합니다.

역시 작은 풀꽃으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독특한 모양이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봄에 어디서나 흔하게 피는 꽃으로, 아이들이 풀꽃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교육자료다.
▲ 주름잎꽃 역시 작은 풀꽃으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독특한 모양이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봄에 어디서나 흔하게 피는 꽃으로, 아이들이 풀꽃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교육자료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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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하트모양의 씨가 달린 냉이꽃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냉이도 꽃이 피냐고 묻습니다. 냉이꽃을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뿌리째 뽑아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더니 진짜 냉이냄새가 난다면서 냉이꽃과 하트모양으로 매달린 냉이씨앗을 신기한 듯 살펴봅니다.

풀에 대해서 알려면, 그냥 보는 것보다 사진 찍어보는 것이, 사진 찍어보는 것보다 직접 그려보는 것이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꺾어서 만져보면서 놀아보고 먹어보면 더 잘 알 수가 있습니다.
▲ 풀꽃 그리기 풀에 대해서 알려면, 그냥 보는 것보다 사진 찍어보는 것이, 사진 찍어보는 것보다 직접 그려보는 것이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꺾어서 만져보면서 놀아보고 먹어보면 더 잘 알 수가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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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아이들에게 괭이밥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도 이름을 모릅니다. '클로바'라고 합니다. 언제부턴지 아이들은 토끼풀을 '클로바'라고 합니다. 얼핏 잎모양을 보면 토끼풀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진짜 토끼풀을 뜯어서 보여주면서 비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토끼풀보다 잎색깔이 연두색에 가깝고, 크기가 작고, 토끼풀잎에는 둥근 줄이 있는데 여기엔 없다고 하고 서로 다른 점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꽃을 보자고 했습니다. 잎은 비슷하지만, 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토끼풀꽃은 하얀꽃이 공처럼 뭉쳐나지만, 괭이밥꽃은 다섯갈래로 갈라진 노란색 꽃잎의 통꽃입니다. 괭이밥꽃을 보여주니 아이들이 이쁘다고 놀랍니다. 그 다음에 괭이밥 잎과 줄기를 조금 잘라서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풀을 어떻게 먹느냐고 선뜻 먹질 못합니다. 한 아이가 용기있게 먹으면서 '아이 셔~'하자, 아이들이 따라 먹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얼굴을 찌푸리던 아이들이 맛있다면 계속 따먹습니다. 이 꽃이 괭이밥이고, '괭이'라는 말은 '고양이'라는 뜻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신기해 합니다.

6학년 미술시간에 '풀꽃 살펴보고 그리기' 수업에서 아이가 그린 꽃마리꽃 덩쿨.
▲ 아이가 그린 꽃마리꽃 덩쿨 6학년 미술시간에 '풀꽃 살펴보고 그리기' 수업에서 아이가 그린 꽃마리꽃 덩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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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주변에 피어있는 작은 풀꽃을 스스로 찾아 물어봅니다. 늘 피어있었지만 보이지 않던 꽃들이 아이들 눈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샘, 이 꽃 이름이 뭐에요?"
"이건 뭐에요?"
"이거 먹어도 돼요?"
........

그 날 하루에 본 풀꽃만 해도 꽃마리꽃, 주름잎꽃, 괭이밥꽃, 토끼풀꽃, 민들레꽃, 별꽃, 벼룩이자리꽃, 점나도 나물꽃, 양지꽃, 봄맞이꽃, 꽃다지꽃, 갯냉이꽃, 뽀리뱅이꽃, 제비꽃..... 무척 많습니다. 이후로 열매가 맺히거나 새로운 꽃이 피면 아이들이 식물도감을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면 내게 달려와서 "선생님, 이 꽃이 뭐에요?"하고 묻습니다. 알면 금방 가르쳐 주지만, 모르면 함께 식물도감과 인터넷을 찾아봅니다. 

한 아이는 작은 꽃마리꽃을 확대해서 그렸습니다. 그려보면서 꽃마리꽃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 확대해서 그린 꽃마리꽃 한 아이는 작은 꽃마리꽃을 확대해서 그렸습니다. 그려보면서 꽃마리꽃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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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 미술시간에 풀꽃 살펴보고 그리기 수업에서 아이가 우리학교에 많이 피어있는 흰제비꽃을 확대해서 그린 모습. 아이는 흰제비꽃을 그리면서 우리 학교에 제비꽃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고, 흰색 제비꽃도 처음 본다고 했다. 꽃 뒤에 자루모양이 달린 꽃도 처음보고, 꽃 속에 보랏빛으로 가는 선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 아이가 그린 흰제비꽃 6학년 미술시간에 풀꽃 살펴보고 그리기 수업에서 아이가 우리학교에 많이 피어있는 흰제비꽃을 확대해서 그린 모습. 아이는 흰제비꽃을 그리면서 우리 학교에 제비꽃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고, 흰색 제비꽃도 처음 본다고 했다. 꽃 뒤에 자루모양이 달린 꽃도 처음보고, 꽃 속에 보랏빛으로 가는 선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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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있는 풀들은 6학년 미술시간 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 미술시간에도, 또 과학, 국어시간에도 생생한 교육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다 풀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부탁하지만, 모든 학교 난 풀을 뽑지 않고 교육자료로 그냥 두었으면 합니다. 풀이 많이 난 학교는 풀이 하나도 없는 학교보다 아이들이 놀면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풀이 나 있는 것이 지저분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 생태적인 것입니다. 그러니 풀이 많이 나 있는 학교한테 학교관리자가 게으르다고 단정하지 말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가 2011년부터 연재해 온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글을 바탕으로 해서 '멈출 수 없는 행복한 교육혁명,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살림터)' 책을 최근 발간했습니다.



태그:#학교교육환경조성, #환경생태교육, #풀꽃으로 수업하기, #미술풀꽃수업,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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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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