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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가락동 조세연구원에서 열린 '2013 비과세·감면제도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 가락동 조세연구원에서 열린 '2013 비과세·감면제도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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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소득공제 항목에서 특별공제와 인적공제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고 신용카드 공제는 축소되거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연구원은 26일 오후 3시 서울 가락동 조세연구원에서 열린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일반 세율을 높이는 대신 비과세 혜택을 줄여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방법으로 향후 5년간 18조 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이론적으로는 '부자 증세'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투명히 공개된 '월급쟁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이와 관련한 비과세·감면 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소득공제 방식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학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 투자·고용 ▲ 근로자(소득공제) ▲ 연구개발  ▲ 중소기업 ▲ 저축지원(금융소득) 등 각 분야별로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비과세·감면을 통해 사라지는 세수가 연간 30조 원에 달한다"면서 "앞으로는 일몰이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필요하더라도 엄격한 검토를 통해 도입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세연구원 측은 현행 비과세·감면 제도 226개 중 188개에 대해 폐지 혹은 축소 의견을 냈다. 특히 전체 감면 금액 중 47.8%를 차지하는 소득세 감면과 관련된 제도들에 칼날이 겨눠졌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다. 김학수 연구위원은 "특정 정책목표를 위해 도입된 비과세·감면제도들이 항구화·기득권화 되고 있다"면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목표를 달성한 제도는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카드 사용 활성화 유도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카드 사용은 이미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보편화 되어 있으니 굳이 유지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소득공제 항목 중에서는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기부금 등이 개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 특별공제 항목들은 역진성이 강하다"면서 현행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공제는 세전 소득으로 일정 한도까지 공제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반면 세액공제는 소득에 세율을 적용한 세후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방식이라 세금 감면에 역진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금융소득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 역시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해당 항목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고액 금융자산가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취약계층 및 서민, 중산층의 저축과 재산형성을 돕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2년 기준 총 조세감면액에서 9%가 넘는 연구개발(R&D) 관련 세액공제 제도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R&D를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은 창조경제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라면서도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이 적은 일반 직원의 인력개발비 지원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세연구원은 이날 여러 항목 중 유일하게 투자 및 고용분야에 대한 조세지원은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연구위원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고용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정책 방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과세·감면 축소 전에 세금부터 공정히 걷어야"

주제 발표 후 벌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조세연구원 안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기본적인 비과세·감면 축소 원칙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세부 항목들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들을 내놨다.

가장 뜨거운 반대는 R&D 관련 비과세 축소에 쏟아졌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R&D 세액공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기업의 성장동력일 뿐 아니라 미래 우리 경제를 짊어져 나갈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의료 및 교육 항목들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 방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다. 해당 항목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일반 소비 항목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 소득의 경우 기계를 수리하면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것처럼 노동자가 자신을 치료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비용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기용 납세자연합회 회장은 비과세·감면 축소 이전에 세정을 공정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1500만 명 중 990만 명이 18조3000억 원의 소득세를 내고, 자영업자 800만 명이 16조 원을 내는 상황에서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는 비과세 감면안을 밀어붙이면 근로자들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 회장은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50억 원이 넘는 개인사업자는 세금 탈루율이 30~50%이며 매출 10억 원~5000만 원 구간에서는 75%까지도 나온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비과세감면, #비과세, #조세연구원, #소득공제,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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