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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다방' 여종업원이 다방 업주로부터 받은 '선불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윤락행위를 하는 티켓다방의 선불금이 불법원인급여임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판례다.

A(25)씨와 B(26)씨는 2009년 2월 경남 김해의 한 티켓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당시 A씨는 일을 시작하며 1년 안에 갚는 조건으로 다방 업주로부터 2200만 원을 빌렸다. B씨도 같은 시기 같은 조건으로 업주로부터 2000만 원을 빌렸다. 이자는 연 49%를 내는 조건이었다.

다방 업주는 A씨와 B씨가 종전 다방에 지고 있는 선불금채무를 대신 갚아주거나, 이들의 일수 사채를 갚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선불금을 지급하면서 법무법인에서 공증까지 받았다.

A씨와 B씨는 다방에서 주문을 받고 배달을 나가는데 손님이 티켓을 끊으면 티켓 1시간당 손님으로부터 2만 원을 받았고, 손님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기도 했는데 하루 평균 수입은 20만 원 정도였다.

만약 몸이 아파서 결근을 하게 될 경우 결근비로 25만 원을, 지각을 하게 되면 지각비 2만 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또한 영업시간에 커피와 차 등의 배달·판매 일을 하지 않을 경우 1시간당 2만 원의 '티켓' 비용을 물어내야 했다.

그런데 A씨와 B씨의 수입은 업주와 절반씩 나눠 갖는 구조였고, 게다가 그 수입에서 선불금의 이자와 원금을 공제했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로 돈을 받은 적이 없었다.

몸이 아파서 쉬는 날에는 업주가 집에 찾아와 재떨이를 던지며 욕설과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두 사람은 다방을 나와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쉼터에 입소한 뒤 "선불금 채무가 반사회질서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와 B씨가 다방 업주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업주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은 "여종업원인 원고들이 티켓배달을 나가 윤락행위를 할 것인지는 원고들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결정했고, 업주인 피고가 원고들에게 대여한 돈이 윤락행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선불금 등 명목으로 제공된 것이거나, 원고들에게 윤락행위를 알선·강요하거나 이에 협력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A씨와 B씨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윤락행위를 하는 티켓다방 여종업원에게 업주가 지급하는 선불금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티켓다방 종업원이었던 A(25)씨와 B(26)씨가 다방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업주에게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선불금은 원고들의 윤락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거나 그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서 선불금 대여행위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업주는 선불금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순수하게 차 배달만 해서 벌 수 있는 돈은 당시 차 한잔당 가격이 2000원에 불과해 극히 미미한 반면, 피고와 고용조건을 정하면서 결근할 경우 하루 25만 원의 결근비, 지각할 경우 시간당 2만 원을 자신들의 수입에서 빼거나 선불금에 가산시키기로 해 단순히 차를 배달해 얻는 수입만으로는 선불금을 갚기가 어렵고, 실제로 원고들은 다방에서 일하는 동안 '티켓' 배달을 나가 윤락행위를 했음에도 지각과 결근 탓에 선불금을 거의 갚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결근비, 지각비와 같이 여종업원들에게 매우 불리한 고용조건이 그들로 하여금 윤락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데, 만약 종업원들이 선불금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와 같이 불리한 고용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므로, 결국 선불금채무가 윤락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티켓 영업은 다방 손님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티켓 배달을 나가면 외출한 시간당 2만 원의 티켓비를 피고에게 내야 하므로, 피고 입장에서도 차 배달만 하는 것보다 티켓 영업을 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로서는 선불금반환채무와 여러 명목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윤락행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는 이를 알았을 뿐 아니라 유인·조장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업주가 윤락행위를 종용 또는 강요하였는지, 윤락행위로 얻은 이익을 업주가 일부라도 취득하는지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티켓 윤락행위가 업주에게 이익이 되는 점, 여종업원들이 맺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순수하게 차배달만 해서는 여종업원들이 선불금채무를 갚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윤락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선불금이 불법원인급여임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선불금#티켓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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