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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비노동자 집회 무대
 전국 학비노동자 집회 무대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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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씁니다.

22일 토요일 오전 7시 울산 동구 남목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호봉제 실시와 교육공무직법제정을 정부에 요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역 앞에 집결한다고 했습니다. 학교 일용직인 저도 이래 잘리나 저래 잘리나 어짜피 잘리는 거 노동자 권리나 주장하다 잘리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학교 비정규직 노조(이하 학비노조)에 가입 했습니다. 제가 지금 다니는 학교에 일용직 대체인력으로 채용된 날이 지난해 7월 1일. 저는 대체인력이고 일용직으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으니 자동 계약해지 날이 다 되어 갑니다.

오전 7시 20분, 남목 주유소 앞으로 버스가 한 대 도착했습니다. 연두색 대형 관관버스였습니다. 버스에 오르니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동구지역 노조원 40여명이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진보당 소속 동구청장님이 떠나려는 버스에 올라 격려해 주셨습니다.

"지금의 비정규직 채용임금은 총액임금제라서 더 주고 싶어도 못 줍니다. 그래서 24개 구청장이 모여서 생활임금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규정 따르면 변화가 없습니다. 말도 안되는 총액임금제를 생활임금제로 바꿀 수 있도록 구청에서 열심히 활동 하겠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호봉제와 교육공무직 입법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십시오. 생활임금제로 가는게 지금의 대세입니다. 함께 노력하면 잘될 것입니다." 

1시간을 달리다 휴게소서 학비노조 울산지부를 만났는데 버스는 모두 5대였습니다. 오후 1시가 다되어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큰 무대가 있었고 분홍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었습니다. 나중엔 서울역 앞이 분홍색 진달래 꽃밭처럼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4년 전 지금 다니는 학교에 들어가 일해왔습니다. 4년 전 교육청이 전국에서 6천여명의 영어회화 강사를 모집했습니다. 뽑을 땐 정년 60세까지 보장된다고 말해놓고 이제 국가가 우리를 내쫓으려 합니다. 60세까지 정년 보장한다 말하지 않았더라면, 4년 후 쫓겨날 일이란 걸 미리 알았더라면 저는 학교 영어회화 강사로 취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학생들과 함께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학생들과 정들었는데 나가라고 합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여기 모인 분들이 우리에게 힘을 주십시오. 우리도 살고 싶습니다."

아직 덜 온 지역이 있었지만 이미 서울역은 분홍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집회가 시작되면서 어떤 젊은 여성이 단상에 오르더니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안쓰러운지 많은 여성들이 같이 눈물을 훔쳤습니다. 저도 비슷한 입장이라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으로 서울 구룡중 파업 진행 상황을 그 학교 조합원 중 한 사람이 나와 이야기 했습니다. 3일째 파업이 진행중이고 "교장이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고 있다"고 합니다.

울산에선 버스 5대가 올라갔습니다.
 울산에선 버스 5대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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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정치인들의 격려사가 이어졌습니다. 교육관련 국회의원이 많이 참석했고 일일이 격려사를 했습니다. 그들은 야당을 다 합해도 여당보다 수가 적어 학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통과 시킬수 없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당사자가 뭉쳐서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국회에서 열심히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정규직을 길거리로 내모는게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투쟁하지 않고선 단 하나의 노동자 권리도 얻어 낼수 없는게 대한민국 자본주의입니다. 우리 아이가 배우고 자라는 배움의 전당인 학교에서 차별과 착취가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제도는 이제 끝장내야 합니다. 체감온도 60도, 하루 8톤이나 되는 음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조리원. 그들은 언제나 고용불안, 신분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년이나 10년이나 똑같은 임금체계 이젠 끝장내야 합니다."

2부가 시작 되었습니다. 2부는 전회련, 여성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가 함께 했습니다. 각자 서울 다른 곳에서 1차 집회를 한 후 서울역으로 모두 집결했습니다. 참석자 수는 1부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얼마나 힘들면, 얼마나 억울하면, 또 얼마나 분노스러우면 이렇게 많이 모였겠습니까. 차별없는 학교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 내에 차별이 넘쳐나는데 참교육이니, 청렴교육이니 하는 교육지침을 내리는 것은 위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소한 올해 정규직의 50% 수준인 호봉간 3만 원은 되어야 합니다. 경력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10년에 10호봉, 20년에 20호봉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 아닙니까 여러분. 공무원과 동일하게 급식비를 지급받아야 합니다.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노동자에게 급식비를 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랍니까?

절휴가비도 공무원과 동일하게 기본급의 60% 연 2회 지급 받아야 합니다. 상여금도 100% 지급 받아야 합니다. 이미 작년에 노동부 공공부분 차별시정 대책에서 제시되었는데 학교만 제외 시키는건 부당한 처사 아닙니까? 맞춤형 복지포인트도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 되어야 합니다. 호봉제, 교육공무직 쟁취 위해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은 '을' 중에서도 '을' 입니다. 왜, 교육부는 우리 비정규직의 호봉제와 교육공무직을 반대합니까? 학교가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있는 한 학교 발전 어림없습니다. 20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무 권리없는 유령같은 존재 이젠 끝장내야 합니다."

학비노조는 호봉제 실시와 교육공무직법제정을 주장.
▲ 전국에서 2만여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학비노조는 호봉제 실시와 교육공무직법제정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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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예정시간보다 좀 늦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집회 후 다시 울산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경찰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도로엔 경찰 버스가 빈틈없이 줄줄이 세워 마치 밖에서 못 보도록 버스 울타리를 친 듯했습니다. 우리가 다시 각자 지역으로 떠나기 위해 깃발을 앞세워 길을 걷자 경찰도 줄지어 따라 다녔습니다. 여성 경찰도 많았습니다.

경찰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를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경찰 버스로 서울역을 빈틈 없이 막고 경찰병력을 이용해 집회장을 에워싸고 있었을까요? 경찰 버스가 너무 많이 세워져 있어서 길가는 차량들이 불편을 겪는 듯 보였습니다. 공권력은 그렇게 도로를 마구 점거해도 되는 것일까요?

경찰은 버스로 서울역 집회장이 밖에서 안보이도록 버스로 울타리를 쳤습니다.
 경찰은 버스로 서울역 집회장이 밖에서 안보이도록 버스로 울타리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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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방패?
 경찰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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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울산지부 노동자는 울산에서 서울로 출발하면서 자료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구호와 노래를 연습시켰습니다. 노래로는 학비노조진군가와 임을위한행진곡, 비정규직철폐연대가, 파업가를 함께 연습했습니다. 서울을 떠나면서 우리가 서울로 출발하면서 연습한 구호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결심했다. 교육부는 각오하라!
참을만큼 참았다. 호봉제,교육공무직 쟁취하자!
교육공무직법안 제정하여 정규직화 쟁취하자!
호봉제,교육공무직 총파업으로 쟁취하자!
학비노동자 총단결로 총파업 투쟁 승리하자!


태그:#학비노조, #호봉제실시, #교육공무직법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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