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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13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종편 4사가 종편 특혜성 현안에 공조하기 위한 비밀 TF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13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종편 4사가 종편 특혜성 현안에 공조하기 위한 비밀 TF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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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프로그램 4개사(TV조선·JTBC·채널A·MBN)가 특혜 담합을 위한 비밀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종편 4사가 특혜성 현안에 공조하기 위한 (비밀) TF를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종편 4사의 팀장급 인사들이 지난 5월 14일과 21일 1·2차 회의를 했다"며 본인이 입수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 "종편 시나리오 안 따라간다"

최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종편 4사 공조 실무자 1·2차 회의'라는 제목의 회의 기록이다. 문건에 따르면 이 모임은 두 차례 회의를 통해 '8VSB(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 허용', '수신료 배분',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 연장' 등 종편 관련 주요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 기록에는 참석자들이 "8VSB는 6월 초 종편 4사의 미래부 출입기자들을 통해 정부에 협조와 압박을 가하고 기획기사를 게재하는 것으로 결정", "미디어렙 유예는 야당을 설득해야 추진된다"라는 등 구체적 발언 내용이 실렸다.

특히 참석자들이 종편 수신료 사안에 비중을 두고 논의한 대목이 눈에 띤다. 이들이 수신료 협상을 함께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뒤 "100억 원 수준으로 MSO(케이블TV 방송사)를 함께 압박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며 "검찰수사 중인 CJ를 시험무대로 잡아 공략하고 발행편집인총괄 4명이 CJ 대표를 압박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등의 제안을 공유했다.

최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문건 내용을 소개하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종편 4사가 비밀 TF를 운영한 걸 아셨냐"며 "이 정도면 종편 방송사 간의 담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민희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민희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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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업체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실무자들끼리 어떤 작전을 쓸지 검토한 것 같은데 (회사) 지도부에는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방통위, 행정부가 이를 그대로 따른다 안 따른다 하는 (계획은) 없다, 업체들의 시나리오대로 정부가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편의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 문제는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종편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종편 관계자는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런 모임은 없다고 알고 있다"며 "회사 내부 동향을 알아봤지만 다들 모르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의원이 공개한 회의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1차 회의] "미디어렙 관련 법 시행 연기가 가장 시급... 야당 움직여야"

지난 5월 14일 오전 11시 50분. 종편 4사 팀장급 실무자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식당에 모였다. 이들은 '8VSB(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 허용', '수신료 배분',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 연장' 등 종편 관련 주요 현안을 의제로 설정하고 2시간 1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TV조선·JTBC 쪽 참석자는 "8VSB 케이블 도입이 3개 아이템 중 제일 쉽고 PP(프로그램 사업자) 반발도 해소할 수 있다"며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에서도 HD급 방송이 가능한 전송방식이다. 현재 지상파에만 허용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종편 사업자들에게 8VSB 방식을 허용하는 것은 또 하나의 특혜라고 지적한다.

채널A 참석자는 "미디어렙법 유예가 더 시급한 건"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아는 미디어렙 관련 법 시행 연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관련법의 부칙을 개정해서 (법) 적용을 2~3년 유예하거나, 법 시행 자체를 재검토 하도록 종편 4사가 공조해야 한다. 이 건은 국회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특히 야당을 움직여야 할 사안이다."

JTBC 참석자는 "미방위가 여야 동수여서 재검토 요청은 어렵다, 차라리 종편의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유예하도록 국회를 설득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반대하며 " 8VSB처럼 쉬운 사안을 먼저 부러뜨리고 미디어렙은 국회 야당을 설득해야 추진이 되는 사안"이라고 설득했다.

양쪽의 공방이 오가자, MBN 참석자는 "오늘은 첫 회의니까 우선순위 정하는 것은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 유예가 어려워 질 경우를 대비해서 종편 4사 공동의 미디어렙을 검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중재에 나섰다. 그러면서 화제를 바꿨다.

MBN : "올해 SO(유선방송 사업자)들과 첫 계약이 이루어지는 만큼 수신료를 종편 수준에 맞추어 현실화 시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경영진에서 종편4사 공조를 지시하셨으니까 종편4사가 수신료 협상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
TV조선·채널A : "동의한다. 100억 수준에서 함께 MSO(케이블TV 방송사)들을 압박하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두 방송사 참석자들은 이어 "수신료 문제는 종편 자체만으로는 추진이 힘든 상황"이라며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TV조선과 JTBC 쪽은 정부·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한 역할분담 방안을 제시했다.

TV조선 : "우리가 방통위하고 미래부를 맡을 테니까, 중앙과 매경이 국회 미방위와 특위를 맡으시고, 동아가 BH(청와대) 비서실과 미래수석실을 맡으면 좋곘다."
JTBC : "5월 중순까지 종편4사 미래부·방통위 출입기자 모임을 구성하는 걸로 하자."

13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종편 4사 실무자 회의' 기록
 13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종편 4사 실무자 회의' 기록
ⓒ 최민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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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회의] '종편 수신료 배분' 논의... "CJ 지주사 대표와 4대 1 담판해야"

2차 회의는 같은 달 21일 오전 11시부터 열렸다. 장소는 1차 회의 때와 같았다. 먼저 TF 관련 보고 단계와 관련해 논의했다.

채널A 참석자는 "CEO는 보고라인에서 제외하고 회장님-신문 발행편집인총괄-실무자의 보고라인으로 한정하여 극비리에 진행했으면 한다"며 "우리 쪽 CEO는 보고는 물론이고 의사결정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유재홍 채널A 대표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을 지내다 2011년 2월 채널A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JTBC 쪽은 회사 사정에 따라 알아서 보고하자고 제안했다. TV조선과 MBN 쪽도 "비밀유지를 전제로 각 사의 의사결정 라인은 각 사 사정에 맞게 운영하자"고 제안하며 "어차피 실무회의는 발행편집인총괄 모임에 건의할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최종 의사결정은 발행편집인총괄 모임에서 결정토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어 참석자들은 '종편 수신료' 사안을 비중 있게 논의했다. JTBC 쪽은 "어느 단계까지는 (수신료 배분에) 공조할 의향이 있다"며 'CJ를 시험무대로 삼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JTBC : "CJ를 총체적으로 공략, 어느 수준에서 CJ가 백기를 들면 그 이후에 각 사가 사정에 맞게 개별 협상을 벌이도록 하자."
TV조선·MBN : "기본적으로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니, 종편 CEO들이 5개 MSO 대표와 논의하는 요식행위를 하고, 그 후에 발행편집인총괄들이 CJ를 시작으로 압박하면 효과적일 것 같다."
채널A : "무력으로 진압해야 한다. 발행편집인총괄 네 분이 CJ 대표와 빨리 만나서 압박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이들은 "CJ 검찰수사가 시작되었으니 밀어붙일 수 있다"며 "발행편집인총괄 네 분이 CJ 지주사 대표와 4대 1 담판을 하는 것으로 하고 그 시기는 6월 중으로 보고토록" 결정했다.

회의 말미에 채널A 참석자는 1차 회의 때 제안한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와 관련해 재차 강조했다. 이 참석자는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는 법안을 손질하는 사안이라 쉽지는 않을 듯하다"며 "특히 국회 미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방통위원장까지 반대하는 상황이라서 총력전이 필요하다, 국회의 야당 설득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8VSB를 단기 과제로 하고, 미디어렙법은 중기 사안으로 임원 모임에 건의토록" 결정했다. 또한 "발행편집인 총괄들이 국회 미방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만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하자"고 합의했다.

더불어 JTBC 쪽은 "8VSB는 6월 초에 4사의 미래부 출입기자들을 통해 정부에 협조와 압박을 가하고 기획기사를 게재하는 걸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중앙일보>와 JTBC는 이경재 위원장을 공동인터뷰했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국민 편익을 위해 8VSB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두 언론사는 관련 기사를 공동으로 게재했다. <매일경제> 역시 4일 '아날로그 케이블도 HD방송을 본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아날로그 케이블 TV 소비자도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가 지상파방송에만 허용하고 있는 고화질 전송방식을 케이블 TV에도 확대할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태그:#종편, #방통위, #최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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