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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새누리당 소속 경남도의원들이 '해산 조례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경남에서는 새누리당이면 무조건 다 뽑아주니까 강행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에서 밀어붙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2010년 상반기 때 주민투표 없이 옛 마산․창원․진해시의회와 경남도의회가 행정구역통합(창원시)을 강행했는데, 3년이 지나서 재분리 요구가 나오는 것처럼 진주의료원도 앞으로 재개원해야 한다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를 강행하려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개혁연대 측 의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새누리당,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강행처리 11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를 강행하려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개혁연대 측 의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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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새누리당이 되면 무조건 다 뽑아주니까"

홍준표 경남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하고, 박근혜정부 100일 무렵인 5월 29일 폐업 발표했다. 새누리당 다수인 경남도의회는 11일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을 몸으로 막으면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진주의료원을 폐업·해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안에서도 나왔다. 특히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진주의료원 문제가 비록 다리를 건넜을지언정 다리마저 불살라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폐업 상태에서는 추후 개업신고로 진주의료원을 다시 살릴 수 있지만 해산되면 다시 살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조례안 처리를 미뤄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주영·여상규·조해진 의원 등 경남 출신 국회의원들은 "중앙당이 지방 고유 업무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중앙당 지도부와 엇갈리는 주장을 폈다. 이런 속에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를 강행했던 것이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 뒤 김명용 창원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다수 의견도 중요하지만 소수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며 "진주의료원에 노조 문제도 있지만 충분한 검토나 도민들이 공감하는 속에 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되면 무조건 다 뽑아주고, 그렇게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에서 밀어 붙인 것"이라며 "견제․균형 속에 야당과 힘이 대등했더라면 밀어붙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진주의료원 사태가 4개월째 계속되면서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마창진 통합 잘못의 교훈... 재개원 흐름 갈 가능성"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면서, 2010년 마창진 통합을 떠올리는 시선도 있다. 당시 야권은 행정구역통합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했지만, 이명박정부는 밀어붙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경남도의원, 3개 시의원들이 강행했던 것이다.

당시 경남도의회에서는 새누리당 절대 다수였는데, 3개 시 통합 안건에 대해 기립 표결했다. 손석형 전 경남도의원(통합진보당)은 "마창진 통합에 대해 당시 야당은 모두 반대했지만 여당이 강행했다,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드물게 기립으로 표결했다, 그것은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와서 지켜보는 속에 반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를 강행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저지하는 민주개혁연대측 의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새누리당,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강행처리 11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를 강행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저지하는 민주개혁연대측 의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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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옛 마산과 진해에서는 행정구역을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이주영 국회의원(마산합포)은 '마산 재분리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 소속 일부 경남도의원과 창원시의원들은 '재분리 추진 모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주민투표 없이 결정했던 마산창원진해 통합인데, 불과 3년만에 새누리당 안에서 재분리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마산창원진해 통합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주민들이 배제된 속에 통합이 이루어지다 보니 주민들은 자기들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급기야 다시 분리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주의료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도민 여론은 폐업하지 말자는 쪽이었고, 진주의료원 폐업은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동의하지 않는 기류가 있었으며, 그러기에 마창진 통합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홍준표 지사가 밀어붙인 것은 개인적인 계산과 욕망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마창진 통합을 보더라도 진주의료원도 재개원해야 한다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민주개혁연대, 법적 대응... 조합원, 투쟁 계속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지만 민주개혁연대는 무효라며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개혁연대는 찬반 토론 등 절차가 생략되었고, 찬성한 의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안건 처리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경남에는 진주의료원과 마산의료원이 있었는데, 이번에 조례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진주의료원은 삭제된다. 도의회 의장은 5일 이내에 경남지사한테 조례를 이송하고, 경남도는 이송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해당 조례를 행정안전부에 보고한다.

행정안전부는 조례 전문을 주부 부처인 보건복지부로 통보하고, 보건복지부는 조례가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되면 재의 요구할 수 있다. 재의 요구가 없으면 경남도는 경남도의회로부터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공포하게 된다.

조례는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효력이 발생하면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진주의료원의 실제 재산 가치는 1300억 원 이상(재무제표상 가치 6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 70여 명은 진주의료원 건물 안에서 '정상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경남도는 직원들에 대해 폐업 발표 뒤 해고 통보를 했는데, 보건의료노조는 해고무효소송을 낼 예정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지키지 생명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이 종이에 의지를 담은 글을 적어와 펼쳐 보이는 모습.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지키지 생명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이 종이에 의지를 담은 글을 적어와 펼쳐 보이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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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와 야권은 진주의료원 정상화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도 추진되고, 국회에서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도 벌어진다. 진주의료원이 폐업․해산 절차를 밟았다고 하지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범대위 "진주의료원 폐업.해산 무효 선언"

'진주의료원지키기 공공의료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및 해산 무효, 진주의료원 정상화 및 공공의료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범대위는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폭력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며 "경남도의회를 완전 봉쇄한 경찰력과 경남도청 공무원들의 행정력과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물리력이 총동원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통과 작전'이 기어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국민들과 도민들의 뜻을 무시한채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강행 날치기 처리한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의회폭거이며,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짓밟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도의회 강행 날치기 처리가 무효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국민건강과 공공의료 발전에 심대한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장관의 재의를 요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직접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태그:#진주의료원, #경남도의회, #홍준표 지사,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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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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