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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발표한 '2012년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GMO가 포함된 콩, 옥수수, 면실 등 농산물의 국내 수입승인 규모는 26억7000만 달러(784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MO 관련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지만, 수입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GMO 수입품목과 수입량에 대해서 정확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GMO의 다양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영국에서 GMO반대운동을 하다가 지난 1월 3일 영국 옥스퍼드농민대회에서 "과학을 무시한 GMO 반대운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고백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가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6월 4일과 5일 세미나와 강연도 예정돼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기후변화 관련 저술가로 자신이 역사와 정치 전공자로서 과학이 전공이 아니라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반대를 했다고 고백한 글이 특히 화제가 되고 있다. GMO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법학을 전공한 내가 매번 듣는 비판 내지는 비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말 나는 과학을 모르는 걸까? 그럼 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배운 것은 과학이 아니었을까? 내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광우병이 주는 교훈

오스트리아 빈 근교 한 옥수수밭에 'No GMO(유전자 변형 식품)'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오스트리아 내 유기농 농가 조직 '바이오 오스트리아'는 유럽 연합의 GMO 관련 정책을 반대하며 이같은 캠페인을 벌였다.
▲ "GMO는 안돼" 오스트리아 빈 근교 한 옥수수밭에 'No GMO(유전자 변형 식품)'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오스트리아 내 유기농 농가 조직 '바이오 오스트리아'는 유럽 연합의 GMO 관련 정책을 반대하며 이같은 캠페인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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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배운 과학에서는 자연상태에서 종-속-과-목-강-문-계의 분류학 속에서 과 단위를 넘어서는 생물 간의 교배는 불가능하다. 또한 같은 과도 교배는 가능하지만 자연생태계의 유지를 위해 불임이 된다. GMO관련법에서는 GMO를 과단위를 넘어서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결국 GMO는 자연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연상태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을 인간이 만들었으니 그것이 과연 정상적일까라고 의문을 품는 게 당연한다. 지금까지 이 의문을 무수히 제기했지만 GMO를 옹호하는 어떤 과학자도 명쾌하게 답을 주지 못했다.

유전자조각 하나 더 넣었다고 생물이 변하지 않는다고 과학자들은 흔히 말한다. 물론 유전자조각 하나 넣었다고 생물이 이상한 괴물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물에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유전자조각이 들어왔을 때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어쩌면 알지 못하는 변화가 그 생물 속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그 실체를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얼마든지 제기가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종류의 일을 이미 광우병을 통해 겪었기 때문이다. 처음 광우병이 발발했을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절대 인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일반인들에게 강조하며 각인시켰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 결국 인간에게도 광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우병의 원인이 소가 소화흡수할 능력이 없는 동물성 사료를 먹음으로써, 그것이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여전히 광우병의 원인이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자신이 과학을 잘 모르고 했던 판단을 과학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됐고, 그 잘못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지난 1월 옥스포드농민대회에서 한 연설문을 보면 그가 GMO에 대해 든 논거는 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적어도 과학자들이 말하는 고도의 과학기술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대신 그는 다음의 5가지 논거를 들었다.

첫째, GM(유전자조작)농산물이 농약사용량을 늘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둘째, GM농산물이 기업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셋째, 터미네이터기술로 농민의 종자에 대한 권리를 뺏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넷째, 아무도 GM농산물을 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섯째 GM농산물은 위험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과 1분 30초의 짧은 시간에 담긴 내용이었다. 전체 연설 50분 가운데 대부분을 그는 세계 식량위기를 역설하고 유기농을 비판하는데 사용했다. 더욱이 그는 연설에서 너무나 단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GM논쟁은 끝났다. 우린 더 이상 그 안전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 이미 15년간 3조 그릇을 먹었으나 어떤 위험도 나타나지 않았다(-the GM debate is over. It is finished. We no longer need to discuss whether or not it is safe – over a decade and a half with three trillion GM meals eaten there has never been a single substantiated case of harm-)"

마크 라이너스이 말한 5가지 논거, 적절한가

과연 논쟁은 끝났을까?

6월 첫주 한국을 방문해 그가 할 연설도 전체적으로 이 내용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장에 대한 다양한 반론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그는 다섯 가지 논거를 들어 GM이 위험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설 말미에 3조 그릇이나 먹었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선 3조 그릇이라는 그의 주장 자체가 근거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2003년 짐 피코크 박사가 GM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에서 자신이 계산한 것이라고 밝힌 300억 그릇의 식사 속에 GM농산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 것이다. 짐 피코크 박사의 표현이 시간이 지나면서 GM종자생산기업 등에 의해 그 숫자가 3조로 늘어났기 때문에 나온 숫자다.  게다가 이 3조 그릇을 인정해서 계산을 해보면 1인당 16년간 먹은 400-500그릇 정도의 식사에 GM농산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계산을 근거로  GMO식품을 15년 이상을 먹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로 안전성을 강조하곤 한다. 솔직히 먹을거리 문제가 그렇게 단순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산수 계산으로 바로 결론을 나온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서 광우병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지금까지 먹을거리의 안전을 해치는 다양한 물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트랜스지방, 내분비교란물질(환경호르몬), 각종 합성식품첨가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것도 하루아침에 증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오랜 기간 그것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도 제각각이다. 더욱이 지금 재배되고 있는 주된 GM농산물인 콩, 옥수수, 유채, 면화는 식량작물이라기 보다는 사료작물이거나 식물성기름의 주원료로 쓰이는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포함되었다는 의미가 밥상을 어떻게 차리느냐에 따라 섭취하는 양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도 이것이 안전하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흔히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쥐 실험을 하곤 한다. 그 이유는 유전자구조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2002년 영국과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쥐와 인간의 유전자는 최소 80%가 완전히 일치하고 99%가 유사하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의 한 세대는 30년이지만 쥐의 한 세대는 6개월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이 쥐실험을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약 1년간의 쥐실험을 통해 인간의 60년 후를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실험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식품에 대한 쥐실험에서는 쥐에게 실험하고자 하는 식품을 그대로 먹이지만 적어도 사람은 그 한가지만을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쥐가 먹은 양만큼을 먹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GMO에 대해서도 다양한 쥐실험이 진행됐다. 그리고 그 실험의 상당수 결과가 장기적으로 먹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험들은 종종 무시된다.

몬산토는 왜 실험 결과를 숨겼을까

5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몬산토코리아 본사 앞에서 열린 ' 전 세계 몬산토 반대의 날 기자회견'에서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회원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세계 초국적 농식품 복합기업 '몬산토'에 대해 유전자조작 종자 생산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몬산토는 유전자조작 중단하라 5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몬산토코리아 본사 앞에서 열린 ' 전 세계 몬산토 반대의 날 기자회견'에서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회원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세계 초국적 농식품 복합기업 '몬산토'에 대해 유전자조작 종자 생산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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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GM종자의 최대 생산과 판매를 자랑하는 미국 몬산토사의 실험결과다. 2002년 미국 몬산토는 자체 안전성 실험에서 GM옥수수인 MON863을 먹인 쥐들이 일반 쥐에 비해 콩팥이 작고 혈액 성분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숨겼다. 이 같은 사실은 2005년 뒤늦게 영국언론에 의해 밝혀졌다.  

두 번째, 농약사용량에 대한 것이다. GMO를 가장 많이 심는 미국에서 처음 GMO가 재배된 1996년부터 2011년까지의 농약사용량을 조사한 찰스 벤브룩 교수는 조사결과 전체적으로 약 7% 농약사용량이 늘었음을 그의 논문에서 밝혔다(Impacts of genetically engineered crops on pesticide use in the U.S. - the first sixteen years). 현재 전세계에서 재배하는 GMO는 크게 제초제내성과 살충성 두 가지이다. 살충성 GMO의 경우에는 살충제 사용량이 줄었으나 제초제내성 GMO의 제초제 사용량은 증가하여 결국 전체사용량은 증가했다.

많은 농민들이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으로 GM농작물을 재배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용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다. 특정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GM작물을 심고 해당 특정제초제만으로 방제를 해왔으나 결국 해당제초제에까지 내성을 지니는 '수퍼잡초'가 출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수퍼잡초의 출현은 결국 다른 제초제의 사용을 부추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 대목에서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이런 제초제내성 GM작물 종자는 종자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종자와 함께 해당제초제까지 사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2중의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마크 라이너스는 두 번째 논거(GM농산물이 기업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도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지식재산권과 더불어 이런 식으로 철저히 그의 이익을 챙겼다.

살충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1년 아론 가스만 교수는 살충성 옥수수의 재배로 인한 수퍼해충의 발현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서 그는 살충성 GM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살충성 GM작물에 내성을 지닌 곤충(수퍼해충)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 곤충을 위한 피난처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Field-Evolved Resistance to Bt Maize by Western Corn Rootworm). 사실 살충성 GM작물을 심는 농민들이 해당 곤충을 위하여 자신의 땅의 약 20%를 피난처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20%의 피난처로도 부족하다는 농민들의 불평이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땅 가운데 최소한 20%는 수확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다.

마크 라이너스가 네 번째 논거로 들었던 아무도 GM농산물을 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란 말이 신빙성이 없음도 동시에 드러나는 사실들이다. 즉, 초기 GM종자기업의 홍보에 이끌려 GM작물을 재배했던 농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음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보고 점차 GM작물 재배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내 GM작물 관련 소송 중 상당수는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GM종자기업이 제소한 것이지만 새로운 피해들이 증가하면서 농민들의 소송도 점차 늘고 있다.

농민에 의한 소송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GM벼의 불법적인 재배로 인한 소송이다. 당시 농민들은 GM 벼가 발견됨에 따라 일본과 유럽의 수입중단으로 인한 손해을 입었다고 주장했고, 해당기업인 바이엘은 엄청난 금액을 농민들에게 배상해야 했다.

마크 라이너스가 제시한 세 번째 논거 (터미네이터기술로 농민의 종자에 대한 권리를 뺏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그의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터미네이터기술을 상용화하려는 GM종자기업의 의도에 대해 수많은 농민들이 반대했고, 그 결과로 결국 터미네이터기술의 상용화를 포기한 것은 바로 그 기업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민들의 권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다른 지식재산권에 의해 농민의 자가채종의 권리는 점차 불법이 되어가고 있다. 즉, 터미네이터 기술이 농민의 권리보장과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제가 되었다는 말이다.

단순화 해보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과학자가 있다. GMO를 안전하다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 둘 다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우려하는 바의 핵심이다.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안전성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나오는데 일반인-소위 최첨단과학을 이해 못하는-들이 어찌 안심하겠는가 말이다. 더욱이 그 일반인들에게도 과학에 관해서 지난 12년간 배워온 기초적인 지식이 있는데 말이다. 과학자가 쉽게 알아듣게 설명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 스스로 항상 문제시 해왔던 비과학자를 불러다 놓고, 단지 그가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알리고 무엇을 설득하려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의 저자입니다.



태그:#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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