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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 1970년대 80년대, 먹고살기 위해 배움을 멈추고 산업현장으로 나간 누이와 청년들. 그들은 하루 18시간 먼지가 자욱한 다락에서 미싱을 돌렸다. 새우잠을 자야만 가족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고된 하루일을 마치고 다시 천막 속 희미한 백열등 아래서 배움의 길을 걸었다. 

 

2013년, 90% 가까운 높은 대학진학률을 보일 만큼 우리사회는 변했지만 그때 미싱을 돌리던 누나와 청년들은 여전히 배움에 목마르다. 일부는 그때 못다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당시 야학이 이제는 문해기관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문해자(옛 문맹자)라고 부른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8년 국민의 기초문해력 조사를 한 결과 20세 이상 우리나라 성인남여 3676만 여명 중 7%인 260만명이 읽고 쓸 수 없거나, 읽을 수 있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초등교육을 배워야 할 잠재 수요자는 192만여명(5.2%)에 이르고, 중학교 교육 잠재수요자는 385만여명(10.5%)에 달했다.

 

역사는 지속된다고 했던가. 지난 70~80년대 산업현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배움을 멈춰야 했던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전국에 있는 수 많은 문해교육기관에서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이들 비문해자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의 문해기관을 선정해 일정의 예산을 지원해 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통해 지원되는 예산은 2006년 전국 178개 문해기관에 13억 7500만 원이던 것이 2013년 261개 기관 19억 5000만 원으로 소폭 늘었다.

 

이 때문에 전국의 각 문해기관에는 일선학교 교사 등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문해교육에 참여해 가르침을 나누고 있다.

 

문해교육, 정부 주도서 지역 거점기관 주도로 바뀌어

 


이들 문해기관이 그동안 정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주도로 하던 문해교육사업을 올해부터 각 지역 거점 문해기관을 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울산·제주지역의 4개 거점 문해교육기관과 그외 일선문해기관 등 38개 기관의 교사와 학교장 등 50여명이 지난 5월 29일 울산 거점기관인 울산시민학교에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연대를 통해 문해교육 활성화를 이뤄 나가기로 했다.

 

정부로부터 그 지역 문해교육을 이끌어나갈 거점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부산의 경우 성지문화원과 사하평생교육원, 울산은 울산시민학교, 제주는 동려평생학교다.

 

이날 울산시민학교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문해기관 교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한결같이 한 이야기는 "거점기관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유기적 네트워킹을 구축하자"는 것. 특히 이들은 정부의 지원 규모가 확대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에 따르면 50~60대 혹은 그 이상 연령대의 어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가장 감격해 하는 것은 글을 배운 후 자신의 손으로 시와 시화를 직접 제작하는 것. 한글을 모르던 이들이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되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옆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보기에도 얼마나 감격스런 일일까?

 

오는 9월 첫 주에는 전국 문해기관이 공동 주관하는 문해주간 행사가 열린다. 이때 전국의 비문해자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솜씨를 맘껏 뽐낼 수 있다. 시화전 등 작품전이 열리기 때문. 전국 문해교육기관에서 열심히 공무한 어머니 아버지들의 감격해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한편 오는 8월 10~11일 울산 중구청 컨벤션에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울산시민학교, 울산 중구청이 공동 주관하는 제1회 외솔공동체 대회가 전국교사대회를 겸해 열린다. 부산 울산 제주는 물론 전국에서 문해교사를 포함해 각 지자체 문해교육 담당 공무원들이 참석해 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연다.

 

울산시민학교 김동영 교장은 "이번 대회는 전국 문해교육 운영기관 교사와 운영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기 보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문해교육 사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여겨져 8월 대회에서는 지역거점을 중심축으로 현장중심의 활성화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울산시민학교 봉사교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태그:#문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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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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