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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일반직지회'가 그동안 비정규직 감시 등에서 구사대로 강제 동원돼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칙과 퇴출프로그램이 자신들의 목을 옮아매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일반직지회'가 그동안 비정규직 감시 등에서 구사대로 강제 동원돼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칙과 퇴출프로그램이 자신들의 목을 옮아매고 있다고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그들도 시민이고 노동자였다. 그동안 현대차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파업 등에서 구사대로 활동하면서 현장노동자들에게는 "회사 측 사람"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던 그들이, 이제 한 명의 노동자로서 그간의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일반직지회' 노조를 결성하고 억울했던 심정을 쏟아내고 있다(관련기사: <현대차 간부들 "구사대 강제 동원... 24시간 보초">).

한데, 이들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제도가 있었다. 지난 2004년 시행된 간부사원 취업규칙과 그 취업규칙을 잘 지키도록 강화해 2009년부터 시작된 관리자 역량강화교육(Performance Improvement Plan, 이하 PIP) 제도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퇴출프로그램으로 불려졌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으로 월차도 없어져..."휴일 일해도 무급"

지난 2004년 현대차는 회사의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을 만들어 서명하게 했다. 당시 간부사원은 6500여명이었다. 취업규칙은 '본분에 어긋나면 해고', '월차수당 없음', '연차는 25개 이내'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이들 간부사원들은 "눈치를 보며 서명할 수밖에 없었고, 그 서명이 후배들에게까지 발목에 족쇄를 채우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 제도가 있기 전까지 간부사원들은 월차를 사용하고 휴일에 일하면 수당도 받았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에서 일하는 과장급 이상 사원들은 월차가 없다. 회사의 요구로 휴일날 나와 비정규직노조의 동태를 감시하는 보초를 써도 휴일수당이나 특근수당이 없다. 또한 최근 현대차노조가 임단협에서 합의한 정년 연장도 이들에게는 58세로 묶여 있다.

간부사원들이 이같은 불합리한 취업규칙에 맞서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관리직 사원들은 지난 2006년 일반직노조를 결성해 회사 측에 맞섰으나 이후 일명 노란봉투(해고 통지서가 든 서류봉투를 당사자에게 건네줌) 사건으로 노조결성에 앞장섰던 20여명이 해고 당했다. 후일 이들은 소송을 제기해 모두 복귀했다.

현대차일반직지회 현승건 지회장은 "당시 작성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기존 근로조건과 비교해 판이하다. 회사의 일방적 판단으로 징계, 해고를 할 수 있게 마련됐고, 과장급 이상 사원들에 대해서만 개별적 동의절차를 거쳤다"며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근로기준법상 유효한 변경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무효"라고 밝혔다.

현대차 간부사원들, 'PIP 교육' 대상자 통보받으면 '공황상태'

현대차에서는 과장급 이상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노조 조합원이던 사원도 과장으로 진급하면 자동 탈퇴된다. 현대차는 그동안 임단협 등을 두고 노조와 해마다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대차 내에서는 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 전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런 즈음인 2009년,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량강화교육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에겐 퇴출프로그램으로 불려졌던 PIP는 형식상 고과 점수가 낮은 간부사원을 교육대상자로 선정하고, 해당자들은 교육을 받은 후 점수가 낮으면 징계누적으로 해고 등 징계를 받아왔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이 비정규직노조 감시를 소홀히 하는 등으로 회사에 잘못 보였다고 판단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회사는 우선 PIP 교육 대상자에게 미리 통보를 한다. 이 통보를 받은 당사자들은 해고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느낀다고. 일반직지회 한 조합원은 "교육대상자 통보를 받으면 미리 사직을 준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PIP 교육 통보를 받은 대상자는 심리적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부 심약한 간부사원은 교육을 받기도 전에 위로금을 받고 사직서를 쓰기도 한다.

지난해 100여명, 올해는 83명의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PIP 교육을 받았다. 이 교육은 2주간 에 걸쳐 진행되는데, 교육기간 리포트를 제출하고 시험을 친다. 이 때문에 교육 대상자들은 보통 밤 12시 이전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이때도 심약한 사원들은 2주째 PIP교육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회사를 그만 두기도 한다.

2주간의 PIP 교육이 끝나면 보통 현업평가와 권고사직을 받는다. 이때 현대차 본사 인사팀에서 PIP 점수와 현업점수를 공개한다며 면담을 요청하는데, 점수는 철저히 비공개되면서 당사자에게만 통보된다. 이렇게 교육 대상자의 삼분의 이 가량은 해고 등 징계를 받는다.

징계 경험이 있는 한 조합원은 "징계위원회에 제일 먼저 출석한 간부사원은 무조건 해고라고 보면 된다"며 "해고처분 되는 즉시 회사 인사게시판에 해고 공지가 나오고, 간부사원은 원망과 원한을 품고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일부는 PIP 교육 후 살아남아 다시 한 번 1년간 회사 측의 심의를 받게 된다. 이러한 교육에 의한 징계는 현대차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어느 곳에서도 없는 내용이다.

현대차일반직지회 현승건 지회장은 "현대차 모든 근로자 중 교육에 따른 징계를 하려면 취업규칙 변경과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과장급 이상에게는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PIP 교육제도는 해고를 위한 전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부사원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의하지 않은 징계는 효력이 없다, 과장 이상 일반직도 노동조합법에 의해 동일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며 "헌법과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에 어긋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동료와 후배를 옭아매서 고통을 주는 간부사원규칙제정과 PIP교육같은 제도는 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저해될 뿐"이며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려는 정책이 더 옳은 방향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 취업규칙 제5장 교육에는 '종업원에게 최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되어 있다. 교육에 의한 징계가 명시된 것은 없다.

비슷한 사례로 고등법원은 지난 1월 8일 항소심에서 KT 사원들이 제기한 항소심을 승소 판결했다. 고법은 "KT는 흑자를 내는 기업이어서 법률상 정리해고를 할 수 없음에도 '경영목표 달성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며 대상자에게 인사고과를 계속 하위등급인 D를 부여했다"며 "이러한 퇴출프로그램은, KT본사 주도하에 직무능력 향상 촉구서, 혹은 경고장을 보낸 것 등으로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간부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 정년연장 ▲ 간부사원 취업규칙 폐지 ▲ 조합원 범위 확대 ▲ 관리자 역량향상 교육(PIP) 폐지 ▲ PIP후 해고·징계 무효화 ▲ 연·월차 누적분 소급적용 등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언급을 삼가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며 "간부노조가 몇 명이나 되고 누가 참여하는지, 오픈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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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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