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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현지시간) 런던 울위치 영국 군인 살해사건 용의자 마이클 아데볼라조가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손은 붉은 피로 물들어 있고, 한 손에는 흉기가 들려있다.
22일(현지시간) 런던 울위치 영국 군인 살해사건 용의자 마이클 아데볼라조가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손은 붉은 피로 물들어 있고, 한 손에는 흉기가 들려있다. ⓒ ITV News



"우리가 오늘 이 사람을 죽인 것은 영국군 손에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매일같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봐야 하는 여자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 땅에 있는 여자들은 매일 이런 모습을 본다."

대낮 런던 거리에서 영국 군인 리 릭비(Lee Rigby)를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한 두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인 마이클 아데볼라조(Michael Adebolajo)는 카메라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한 손에는 커다란 흉기를 들고, 다른 한 손은 붉은 피로 물든 그는 다른 시민에게 추가적으로 공격을 가하지 않고, 자신의 발언을 카메라로 촬영해달라고 했다.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인 아데볼라조는 무슬림으로 개종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알려졌다.

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위대한 알라에게 맹세컨대, 당신들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둘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살해 사건이 발생한 곳은 런던 울위치 포병 기지 인근. 리 릭비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두 차례 파병됐다.

"무기 없는 사람 무작위 살해, 대테러 전쟁도 마찬가지다"

사건 발생 이후 영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무슬림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슬람 혐오 범죄가 급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슬람 여성들의 히잡을 벗기고, 사원에 화염병을 던지고, 대규모 시위를 통해 "무슬림은 영국 땅을 떠나라"고 외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영국인의 3분의 2는 영국 무슬림과 영국 백인 간의 '문명의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나타났다. 34%는 '무슬림이 영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칼럼니스트 시우마스 밀네(Seumas Milne)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스럽게 바라봤다. 그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영국군 살해사건이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1년부터 아프간에 대규모 전투 병력을 파병한 영국은 2014년 아프간에서 군사를 철수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밀네는 이번 살해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슬람교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 영국 정보국 M15의 잘못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서 "그 누구도 살해범들이 언급한 범행원인인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네는 "무기를 가지지 않은 사람을 무작위로 살해하는 것은 어떠한 종교적, 정치적 전통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대테러 전쟁 역시 무기를 가지지 않은, 신원 불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리 릭비에 대한 소름 끼치고, 직접적인 살해는 고급 기술인 드론(무인공격기)를 이용한 공격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라면서 "하지만 둘 다 인간 정신을 훼손시킨다는 측면에서는 같다"고 비판했다. 무인공격기 사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지난 2월 아프간 전쟁에 세계 최초로 미니 헬리콥터형 드론을 도입했다.

"영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전쟁이 정반대의 결과 초래"

밀네는 "5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2005년 런던 테러부터, 2013년 보스턴 테러까지, 가해자들은 미국과 영국이 무슬림 세계에서 저지르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살상에 보복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9.11 이전에는 영국 내에서 이러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에 의한 공격이 없었다"면서 "영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시작된 전쟁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군과 영국군이 자행한 유혈사태, 고문, 감금, 파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 파키스탄부터 예멘까지 가해진 드론 공격은 수많은 민간인을 죽였다. 이제 영국은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직접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밀네는 "미국과 영국이 무슬림 세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 영국 내에서의 테러를 부추길 뿐"이라면서 "이는 다문화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저주, 인종차별주의, 이슬람 혐오를 낳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쟁은 그것이 잘못된 일이고, 실패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테러리즘에 기름을 붓고 커뮤니티를 분열시키기 때문에 끝나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사람을 죽인 이들은 당연히 그들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아랍과 무슬림 국가에 10년 넘게 영국군을 파병하고 있는 이들 역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BBC 등 현지 언론은 29일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관타나모'와 같은 불법 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현재 수용시설에 수감된 8명의 아프간인은 적법한 절차 없이 8~14개월 동안 수용소에 갇혀있었다며 변호사를 통해 영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BC는 정부 문서를 근거로 현재 이 수용시설에 85명이 구금돼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영국정부는 이들을 아프간 정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무슬림#가디언#울위치#군인 살해#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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