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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작은 소 오염원이 없는 골짜기의 작은 소, 산짐승들의 생명의 물줄기다.
▲ 계곡의 작은 소 오염원이 없는 골짜기의 작은 소, 산짐승들의 생명의 물줄기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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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퇴촌엔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가는 오소롯한 산길이 있다.
산쪽으로는 오염원이 없기때문에 작아도 맑은 계곡과 규모는 작아도 옹달샘 같은 소가 있다. 산책을 하다 목이 마르면, 그 물로 목도 축이고 세수도 하고, 발도 담그며 쉰다.

5월의 끝자락이다.
여름꽃들이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한다.
뱀딸기꽃을 위시하며 딸기나무꽃, 국수나무꽃, 미나리냉이꽃이 피어있다. 운좋게 막 피어나는 산마늘꽃도 만났다.

가뭄이라 물이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곳엔 맑은 물이 제법 있다.
계곡에서는 그래도 제법 큰 소에 속하고, 민가와도 가깝지만 거반 오르는 이가 없기에 오염원과는 관계가 없는 곳이다.

죽어있는 가재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죽어있는 가재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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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재가 배를 드러내고 있다.
한 두마리도 아니고 무더기로.....주변의 낙엽과 돌틈을 뒤져보니 더 많은 가재들이 배를 드러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에 젖은 손을 코에 대니 농약냄새가 난다.
근처의 야산을 개간해서(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르겠지만) 농사를 짓는 이들의 소행이 분명하다. 그들을 서둘러 꺼냈다. 무심결에 흐르는 땀을 훔쳤더니만, 눈이 따끔거린다.

그들을 꺼내어 좀더 윗쪽으로 올라가 그보다 작은 소에 놓아주었다.
미동도 하지 않더니만 조금씩 더듬이가 떨리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맑은 물을 농약으로 오염시킨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농약통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간의 도구
▲ 농약통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간의 도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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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들러보니 농약주는 통이 있다.
농약을 치려면 물이 필요했을 터이고, 집에서 부터 무겁게 매고 오느니 계곡의 소가 있는 것을 안 사람이 그곳에서 농약을 탔던 것이다.

자신인들 그곳에서 일하면서 이 계곡의 소에서 쉬지 않았을리 없는데, 그 짓을 한 것이다.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으니 무지함을 탓할 것인가? 그는 가재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는 했을까?

가재들이 죽어갈 정도라면 이곳에서 목을 축이는 산짐승들은 또 괜찮았을까?

가재 한 시간여가 지났지만 드어마리를 빼곤 모두 농약에 중독되어 죽었다.
▲ 가재 한 시간여가 지났지만 드어마리를 빼곤 모두 농약에 중독되어 죽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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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여가 지나 다시 올라가 보니 반 절은 죽었고, 몇몇은 겨우 농약중독에서 깨어나는듯했고, 몇몇은 바위 틈으로 사라졌다.

농약, 화학비료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무엇일까? 멋드리진, 눈에 보기 좋고 실한 결실을 줄 것이며, 애써 지은 농산물을 벌레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할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기에는 그러할지 몰라도 결국 그 모든 것은 인간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전우익 선생을 떠올렸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그 사람을 만나진 못했지만, 어쩌면 그곳에서 농사짓는 모습만 보면 천상의 모습이요, 제대로 전원생활을 하는 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만났다면, 대판 싸움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의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막중할 수 있다. 오로지 인간 자신만 생각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미련한 종족의 단면을 보는 듯하였다.

미안하다. 가재들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경기도 퇴촌 도수리 경희대학교 산림연구소 근처의 산입니다. 혹시라도 행정관리하시는 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단속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계곡의 소를 농약으로 오염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스러운 일입니다.



#가재#농약#퇴촌#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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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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