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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에 온 사제단이 미사를 올리고 있다
전국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에 온 사제단이 미사를 올리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지난해 10월 17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인 최병승씨와 천의봉씨가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216일이 지났다.

지난해 대선 기간 후보들이 이곳에 와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약속이행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법원 집행관이 용역을 대동해 농성장을 철거하려 했지만, 조합원들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절이 네 번 바뀐 5월 20일, 전국에서 사제단이 이곳 농성장을 찾아 미사를 올렸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노동문제상담소가 마련한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은 "복음과 노동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예언자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이 땅에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우려하며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함께 연대하기 위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미사는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천주교 부산교구는 "정부와 관계기관이 비정규직 해소에 나서달라"

이날 미사는 전국에서 온 사제단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주례는 이동화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가톨릭노동상담소 소장), 강론은 김준한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 맡았다.

부산교구 김준한 신부의 강론에 이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216일간의 투쟁 경과보고를 했다. 이어 천주교 부산교구는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전환 철탑농성에 대한 입장발표를 했다. 이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이 더 큰 연대를 하라"고 주문했다.

천주교 부산교구는 "정부와 관계 기관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줄 것"을 요구한 후 "특히 검찰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 역시 막중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한 후 특히"정규직, 비정규직의 모든 노동자들이 더 큰 연대와 협력의 길로 나갈 것"을 호소했다.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미사 말미에 전국에서 온 사제단은 농성지지 현수막을 만들어 비정규직들에게 전달하면서 이들의 소망을 빌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에 모인 천주교 사제들이 믹사를 올리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미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에 모인 천주교 사제들이 믹사를 올리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미 ⓒ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천주교 부산교구는 미사에서 "가톨릭교회는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노동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워 왔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을 지지해왔다"며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천명하고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들을 고발해 인간과 사회의 참된 진보를 보장하는 것이 중대한 직무임을 자각하고 선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너무 쉽게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이루어져야 하는 정리해고를 너무나 손쉽게 해오고 있다"며 "고질적인 고용 불안과 더불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역시 우리 사회와 가톨릭교회에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부산교구는 "한 사업장 안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모든 면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우리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노동의 존엄한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과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대기업들의 부당 노동행위, 불법파견 문제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한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 하청이 불법파견노동이라고 판결했고,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경영진을 고발했으나 불법파견노동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가 200일 넘게 철탑 위에 올라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의 외침은 우리 양심을 일깨우고, 평생을 목수로 사시면서 노동과 노동자의 존엄을 일깨워주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일깨우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들의 억울함과 슬픔을 우리의 것으로 삼으며, 이 미사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하느님께 이들과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천주교 사제들은 "정부와 관계 기관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줄 것을 요구한다"며 "정규직, 비정규직의 모든 노동자들이 더 큰 연대와 협력의 길로 나갈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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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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