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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국가보훈처가 끝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고 합창을 했지만 사실상 '제창'이 되어버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록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5.18 민중항쟁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끝까지 거부했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대통령이 일어서니 일어났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그냥 제창했다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5년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을 행보는 정말 빛이 났을 것입니다. 내년 34주년 때는 제창을 하고 박 대통령도 목놓아 부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발라드풍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의 '임을 위한 교향시'에 실리면서 윤이상이 행진곡풍으로 편곡을 했다 하더군요"라고 했습니다.

변 대표만 아니라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이 만든 대남 선동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였기 때문에 국가 기념일에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2013.05.21<주간경향>(1026호)[특집]'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시도 보훈처의 꼼수는? 참고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공식 기념식 때 울려퍼졌습니다.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야당 의원들만 아니라 여당 대표도 불렀습니다. 강기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불렀습니다.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는 데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경찰은 왜 가만히 있을까요? 정말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라면 변 대표는 이들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고발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알듯이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5월 황석영 작가 집에서 황 작가와 김종률씨 등 10여 명이 모여 만든 노래입니다. '넋풀이: 빛의 결혼식'이라는 노래극의 맨 마지막 곡이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시 '묏비나리'의 일부분을 빌어 노랫말을 지었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우렁차게 불렀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우렁차게 불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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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제창이 아닌 합창 형식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부르는 것도 화가 났지만,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라는 주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우렁차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아무리 그렇지만 교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느냐"고 반대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내말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시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김일성 찬양 노래라고 하는 데 이참에 우리가 당당하게 부르자고 했습니다. 아내도 김일성 찬양 노래라는 말에는 화가 났는지 부르자고 했습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우리 가족만 남았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 부르자!"
"우리는 잘 몰라요."
"아빠가 노랫말 찾아놨으니까? 부르면 된다. 몇 번 연습하고 부르자."

"좋아요. 함께 불러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마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잘 부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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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정과 박자도 틀렸지만, 아이들은 크게 불렀습니다. 특히 막둥이는 아빠와 주먹을 함께 쥐고 불렀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부르고 막둥이에게 말했습니다.

"막둥이가 방금 우리가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 노래래."
"예?"
"이제 우리 막둥이가 감옥에 가면 어쩌지?"
"괜찮아요. 무섭지 않아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 찬양 노래가 아니에요. 아빠가 말씀했잖아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을 기억하는 노래라고."

"잘 알고 있네."

물론 막둥이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노래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독재권력에게 더 이상 고통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켜야 합니다. 함께 불러야 합니다. 다른 것 어떤 것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태그:#임을 위한 행진곡, #변희재, #김일성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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