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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5일 오후 4시 15분]

지난 14일 주진우 법원 출석 "살해위협도 받았다"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주인공인 주진우 기자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이며 책 <주기자>(2012년, 푸른숲)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 그는 2011년 4월에 시작해 작년 대선 전날 막을 내린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진행자 4인방 중 한 명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이명박 전 대통령 헌정방송이란 부제를 달고 출범한 나꼼수는 4대강을 비롯한 여러 의혹 또는 실정이라고 판단되는 사건 등을 팩트에 근거해 방송했다. 이번에 주 기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이유는 2011년 9월 6일 발생한 박용철씨와 박용수씨의 사망사건을 다룬 기사가 '허위사실공표'와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각 언론사, 주진우 기자 사건에 대해 어떤 스탠스 취하고 있을까

윤창중 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의 성추행 소식으로 연일 일면 톱기사를 도배하고 있는 각 언론사들은 주진우 기자 사건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각 언론사들의 5월 14일자 주 기자 관련 기사제목들을 살펴봤다.

<조선닷컴>과 <중앙일보>의 정치면에 "주진우 구속영장 청구, 檢의 과잉충성", <한겨레> 사회면에 "주진우 영장실질심사 출석…' 시대가 아직 이정도', <한국아이닷컴> 사회면에 "외신들도 주진우 구속영장청구 '주목'", <미디어오늘> 정치면에 "김어준 '주진우 구속영장, 정권의 차도살인'", <동아닷컴> 사회면에 "주진우 '못 돌아올 수 도 있다'… 구속 각오한 듯" 이라고 보도했다.

또 외신인 <뉴욕타임즈>의 5월 12일자 기사 제목은 '언론인'에 포커스를 맞췄다. "South Korea Seeks Journalist's Arrest in Defamation Case(한국은 명예훼손혐의로 언론인의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일독해보니 주 기자가 과거 작성한 기사까지 거론하면서 정황을 비교적 상세히 밝히고 있다. 언론사의 언론인에 대한 관심은 피아의 구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각 언론사들이 일제히 주 기자와 관련한 기사를 내 놓은 것은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같은 언론인으로서 묵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이 문제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한 기자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또한 사적인 이익과 결부되지도 않은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 철저히 팩트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하고 발표했다면... 그리고 그 기사가 국민 일반의 알 권리에 충실했다면 또 기사가 법원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다면 더더욱 그 기사의 사실성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14일 '못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던 주진우 기자는 이튿날 새벽 주진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이론상 코미디'란 <오마이뉴스> 기사로 돌아왔다. 이 기사는 '주진우 기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한 언론인이 작성한 기사가 팩트에 기반한 보도라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대학원장 교수의 글 중에서 '고장난 민주주의 제도의 비극'이란 제목의 칼럼(한겨레 신문 2012년 12월 25일)을 읽은 일이 있다. 대선직후에 기고된 칼럼인데, 이 글은 선거 결과인 승과 패에 대해 '환호작약'과 '망연자실'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제도에 대한 일갈이 담겨 있다.

그는 칼럼에서 "대통령제는 소수는 물론이고 국민 절반의 목소리마저 무시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전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현재의 대통령제에서는 "승자의 선의에 기대는 상생과 통합은 대개 집권초기에 시늉으로 끝난다"고 회의를 표한다. 매 5년마다 '제로섬 게임'을 하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이제까지의 새 대통령은 경쟁했던 상대방(이젠 패자가 된)의 아젠다를 수렴한다든가 전 정권의 행정이나 사업을 승계하지 못한 또는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국가적인 손해가 막심한 것이다.

윤창중 사건으로 연일 시끄러운 와중에 검찰이 주진우 기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겨레>에 3월 26일 실렸던 이봉수 교수의 또 다른 칼럼 '박근혜의 독배, '구별 짓기 정치''를 읽어보면, "나치즘에 이론을 제공했던 카를슈미트는 저서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정치는 곧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 했다.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내면을 잘 파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나치즘은 끝내 붕괴했듯이 본성에 내맡긴 정치는 파멸에 이르기 십상"이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적과 동지의 구분과 차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체 아우르는 능력이야말로 통치자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자질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면서 선친에 이어 2대째 최고 통수권자가 되었다.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쩌면 필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 <손자병법>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란 말이 있으니 내·외부에서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일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적으로 판단된다고 해서 무리하게 축출할 일은 아니다. '적들의 의견은 무엇인가'하는 의문 정도는 가져줘야 한다. 동지의 목소리와 적의 목소리를 구분은 하되 차별하지 않고 전체를 수렴하고 아우르는 능력이야말로 한 나라의 통치자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자질이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최소한 언론만큼은 그 구별조차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느 언론사도 사실과 진실에 근거한 보도만큼은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이봉수 교수는 칼럼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1950년대 미국 사회에 몰아친 매카시즘을 걷어낸 종결자는 언론인이었다. 당시 CBS방송진행자였던 에드워드 머로는 매카시상원의원에 대한 심층보도를 통해 매카시즘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그의 특집방송 마지막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반대와 (조국에 대한)불충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법, 정치, 언론, 국민에 대한 구분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저널리스트#적과동지#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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