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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영상물 소개와 체험담으로 재밌게 풀어 나갔습니다.
 강의는 영상물 소개와 체험담으로 재밌게 풀어 나갔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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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많은 단어 중에 하나인 아버지와 어머니. 저는 남자여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그때 이후엔 만나지 못하는 친구가 있지만, 어떻게 인연이 닿아 자주 만나는 친구도 있습니다. 전 요즘 주남식이란 친구를 자주 만납니다. 그는 간판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트럭을 몰고 다녀서, 가끔 길거리에서 저를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워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창기야, 아버지 학교 하는데 강의 들어보러 안 갈래?"

친구도 그 강의를 들으려고 신청했다고 합니다. 친구 따라 저도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속으론 퍽 내키진 않았지만 들어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싶었습니다. 14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강의를 한다고 했습니다. 강의 장소가 제가 다니는 직장과 가까워 퇴근 시간에 맞춰 친구가 트럭을 몰고 와 기다렸습니다.

친구는 현수막 달게 있다면서 현수막 달 곳을 찾아 트럭을 몰았습니다. 두어개 달고 가까운 곳에 가서 저녁을 사주었습니다. 이야기 나누다 시간에 맞춰 강의장이 있는 꽃바위 문화원으로 갔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습니다. 2층 강의실로 들어서니 김밥과 음료를 나눠주며 강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2013 아버지 학교'

진행하는 분들이 큰 공책 만한 두껍지 않은 책자를 하나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 책자 맨 앞에 쓰여있는 글귀가 눈에 먼저 들어 왔습니다. 그 글귀를 본 뒤 '나는 행복한 아버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리에 앉아 책을 넘겨서 보았습니다.

강의는 한 차례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강의는 이날 한 차례 한 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강-자녀대화법, 2강-성격유형, 3강-자녀성교육, 4강-아버지 역할, 5강-자녀의 진로 및 적성'이란 제목으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자녀와 대화할 때 걸림돌이 되는 9가지

김혜란 가정문제 상담소장이 축사를 했습니다.
 김혜란 가정문제 상담소장이 축사를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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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강의는 '자녀대화법'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강사로는 울산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일례 소장이 나섰습니다. 첫날이어서 그런지, 강의 시작 전에 김종훈 동구청장이 축사를 했습니다.

"요즘 사는 게 바빠 자신을 위한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강좌는 자신에 대해 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하고 5강까지 있습니다. 모두 끝까지 완주해서 수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이번 강좌를 주최한 김혜란 울산동구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이 간략히 소개를 했습니다.

"나누어드린 책자 표지에 있는 글 보셨습니까? '아버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말처럼 이 시대엔 아버지의 역할이 큰 만큼 아버지 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3년이 되었네요. 10명, 20명 참석하다 올해는 4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우리 모두 좋은 아버지가 되어 행복한 가정 이룹시다."

첫 강의를 맡은 이일례 소장은 울산아동청소년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아동상담 전문가였습니다. 그분은 여러가지 체험사례와 동영상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오늘 강의 제목이 '자녀와의 대화법'인데요. 아버님들은 자녀와 대화를 자주 하십니까?"

이일례 소장은 자녀와 의사소통 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녀와 대화 할 때 걸림돌이 되는 9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아이와 대화 할 때는 ▲명령하거나 ▲충고하거나 ▲회유하거나 ▲심문하거나 ▲관심 돌리기를 하거나 ▲심리를 분석하거나 ▲빈정대거나 ▲도덕적으로 판단하거나 ▲해결사 노릇하거나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녀와는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5가지로 요약해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첫째로 아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 줍니다. 둘째, 감정에 귀를 기울입니다. 셋째, 감정과 이야기 내용을 연결 시킵니다. 넷째, 대안을 찾아보고 결과를 평가 합니다. 다섯째, 추후 지도를 합니다. 자문위원 같은 역할을 해보라 조언해 주었습니다.

강의 듣고 받아온 숙제... 앞이 깜깜했다

왼쪽이 친구고 오른쪽이 필자
 왼쪽이 친구고 오른쪽이 필자
ⓒ 강의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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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례 소장은 예시를 제시한 뒤 참가자들은 어떻게 대응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너무 짜증났어."

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 주겠느냐는 것입니다. 참석한 아버지들은 제각기 자신의 처방을 이야기 합니다. 소장님은 그럴 땐 아이 감정을 잘 살펴보고 아이 입장에 호응하며 이야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부모로부터 "울지마라", "화내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 아이들도 화병이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얼마 전 어느 광고에 이런 문장을 들었어요. '아이의 말문을 두드리세요' 우리는 아이들의 감정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이를 타이르기도 하고 언짢은 기분을 어루만져주어야 합니다."

강의를 끝내면서 소장님은 강의를 들은 아버지들에게 숙제를 내줬습니다. 거기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실습
자녀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어떻게 반응할까요?
1. "엄마 학교에서 동현이가 자꾸 나를 밀치려고 해요. 나는 복도에서 우측 통행을 하는데 동현이는 반대로 뛰어다니면서요…."

2. "아빠는 형과 나를 차별대우해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형 자랑을 하는데 나를 보고는 '문제아'라고 하잖아요. 형보다 내가 공부를 좀 못하기는 하지만…. 공부 못한다고 다 문제아는 아니잖아요."

3. "우리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 마음에 드는 아이들만 챙겨요. '은서랑 준현이는 말 잘 들어서 착하다' 그러면서요. 치,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최곤가요. 친구들은 걔네들을 '재수없다' 그러는데요."

4. "엄마 내 짝 정수가 은근히 나를 따돌려서 학교에 가기 싫어요. 쉬는 시간에는 뒤에 앉은 재영이 하고만 말을 하는데요… '일요일날 수영장 가자, 극장 가자' 뭐 주로 이런 얘기요. 기분 나쁘잖아요.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고요. 이럴 때는 내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강의를 마치고 집에 와서 숙제를 들여다 보는데 앞이 깜깜했습니다. 저에겐 자식이 둘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입니다. 두 아이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데, 화가 많이 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 정도로 등짝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곧장 후회했습니다. 아이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건데 아비가 아비노릇 못하면서 그 분풀이를 자식에게 했구나, 하고 후회했습니다.

그때,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 어린시절은 술주정 아버지와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말다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어린시절을 보내서인지 제 무의식에 폭력이란 행위가 강하게 각인돼 있었나 봅니다. 아이들을 때린 후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깊이 반성을 했지요. '폭력으로 다스린 아이들은 폭력으로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라는 어느 성인의 가르침도 떠올랐습니다.

"저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버지 학교 책 표지와 제 이름이 세겨진 명찰
 아버지 학교 책 표지와 제 이름이 세겨진 명찰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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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식 셋이 있는데 막내가 아들이야. 아무래도 딸보다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엄하게 다스리고 있지만 어느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요즘 아이들과 우리가 클 때는 시대와 현실이 다르잖아.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좋은 아버지 되기 강좌가 있다길래 들어보려고 왔지."

우연히 강좌에 참석했다가 초등학교 때 동문을 만났습니다. 저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속으로 뜨끔 했습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었다는 사실을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됐습니다.

그 친구는 5강까지 다 듣자며 "우리도 좋은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아직 소장님이 준 질문지에 답을 적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5강까지 강의를 다 들은 후에 다시 한 번 소장님이 준 질문지를 펼쳐봐야 겠습니다.

이미 나이는 50줄에 접어 들었고, 자식도 키우고 있지만 아직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5강까지 꼭 참석해 이번 기회에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러면 평생을 술주정꾼 역할만 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제 아버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 할수 있을 것 같고,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 이런 질문이 마음에 맴돕니다.

"저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태그:#자녀교육, #자녀대화, #울산 동구, #가정문제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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