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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전병헌, 김동철, 우윤근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후보자 토론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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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형태로 번져가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민주당에서 국정조사나 '윤창중 청문회' 요구까지 나아간 것은 지나치게 앞서 갔다는 의견이다.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준비하는 전병헌·김동철 의원 모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14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전병헌 의원은 "윤창중 사건은 국익과 국격의 문제이고 함량 미달 부적격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문제"라며 "그런데 처음부터 국정조사나 청문회처럼 세게 몰고 가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 국민의 믿음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동철 의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김 의원은 "윤창중 사건은 사실관계를 아직 모른다"며 "국민 의식 수준에 맞춰 사실 관계 전개에 따라 가야 한다,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될 수는 있지만 민주당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 눈에는(민주당이) 강경하게 비춰져, 나중에 (이 방향이) 옳았다고 해도 강경한 인상만 남는다"고 덧붙였다. '윤창중 파문'에 대해 한 템포 늦춰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관계자도 "윤창중 사태가 너무 길게 가는 건 좋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살골로 이기는 시합은 거의 없다"며 "승리하려면 우리가 골을 넣어야지, 민주당이 마냥 좋아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이후 '윤창중 파문' 대응 기조 바뀌나

지난 12일 박기춘 원내대표는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사건이 미칠 부정적 파장을 고려해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며 "국회가 '윤창중 성추행 사건 및 축소 은폐의혹 진상조사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4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 원내대표와는 달리, 15일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에 도전한 후보자들이 '신중론·속도조절론'을 펴고 있는 상황. 두 의원 중 한 명으로 원내 지도부가 바뀔 경우 '윤창중 파문' 대응 기조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우윤근 의원은 "필요하면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파문은 '전병헌-김동철' 후보자 간 상호 토론에서 다뤄져 우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원내대표 후보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GM 회장과 만나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얘기한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사 간 통상임금의 범위에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을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윤근 의원은 "윤창중 때문에 가려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GM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에 대해 얘기가 나오자 '풀어보겠다'고 얘기했다"며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도 "통상임금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수입 협상만큼 파문을 가져올 문제인데 윤창중 사건으로 가려졌다"며 "GM 노동자들과 회사가 8000억 원의 통상임금을 두고 소송 중인데, 판결이 나기도 전에 대통령이 GM의 손을 들어준 것이고 결과적으로 재판 관여"라며 "야당이 문제제기하고 통상임금의 왜곡된 문제를 바로잡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유권자는 없고 플래시만 가득한 '민주당 원내대표 토론회'

"후보님들만 먼저 오시게 하고 유권자들은 이렇게 안오니, 이거야 원…." 사회를 맡은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웃으며 던진 농담이 농담같지 않다. 14일 오후 3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토론회가 열려야 하지만 약 300여 명이 참석할 수 있는 국회 본청 246호는 토론회 시작 5분을 남긴 상황에서도 휑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전병헌·김동철·우윤근 의원(기호 순)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의원들의 입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3시 정각, 토론 시작 시간을 넘겨서야 들어오는 의원들을 향해 한 의원은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랜만에 보는지 악수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토론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날 토론회의 참석자 수는 127명 중 30여 명에 불과했다.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을 재고 따지고 생각해 본 후' 원내대표를 뽑아야 할 당사자들인 의원이 정작 토론장에 없었던 것이다. 토론회 인사말에 나선 김우남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은 "의원들이 많이 나오셔야 하는데 (내) 덕이 부족해서 그런지…, 많이 오시겠죠"라고 말했다. 의원들도 머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당직자는 "현장에 나오면 표정을 읽히니 의원회관 방에서 토론회를 지켜보나 보다"라며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 상당수가 해외에 나가 있어, 오늘(14일) 밤이나 내일 새벽에나 들어오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텅 빈 토론회장의 연유가 '해외 출장'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취재열기는 뜨거웠다. 5월 15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하루 전에 열린 토론회인만큼 카메라 플래시가 후보들을 중심으로 토론장을 채웠다. 토론이 진행되자 토론회에 참가한 30여 명의 의원들 다수가 눈을 감았다. 몇몇은 옆에 앉은 의원과 그동안 쌓인 소회를 풀기도 했다. 큰 이슈와 갈등상황이 없는 토론현장이 지루했는지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이탈하는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후보자 3인이 공통질문을 마치자 자리를 지키는 의원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시간 여의 토론회가 끝난 후 후보자들이 마무리발언을 시작할 때는 10여 명의 의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권자는 토론회에 관심이 었었지만, 당사자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발언 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지기도 부지기수였다. 지역감정을 들먹이고 상대편 흠집내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토론장 대부분이 공석인 상황에서 '허공 속 외침'으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