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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KBS 영상편집실에 붙은 '윤창중 성추행 의혹' 보도 관련 공지사항
 지난 10일 KBS 영상편집실에 붙은 '윤창중 성추행 의혹' 보도 관련 공지사항
ⓒ KBS 새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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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 보도시 배경화면에 청와대 브리핑룸이나 태극기를 노출시키지 말라는 내부 지시를 내려 '신 보도지침'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3시 KBS 보도국 편집실에는 공지문이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 당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관련 리포트 영상 제작 지시였다.

공지사항은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림 사용시 주의사항'이라는 제목 하에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그림 사용금지 ▲뒷 배경화면에 태극기 등 그림 사용 금지를 지시했다. '윤창중 그림(을) 쓸 경우는 일반적인 그림을 사용해 주세요'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일부 기자가 공지사항 내용에 문제제기를 하자 회사는 오후 6시께 게시물을 전부 떼어내고 새로 작성한 공지문을 부착했다.

이러한 지시를 두고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으로부터 대통령과 청와대를 감싸기 위해 KBS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물을 일반인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의 관련성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 위한 지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KBS 새노조 관계자는 "청와대 대변인이 연루됐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그가 대변인으로서 브리핑했던 영상을 쓰는 게 맞다"며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임창건 신임 보도본부장이 지나치게 권력 눈치보기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일종의 '신 보도지침'"이라며 "임 보도본부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KBS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떠했는지 낱낱이 밝히고 국민 앞에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해프닝'이었다지만... <뉴스9>에 지시 반영돼

지난 10일 KBS <뉴스9>의 '윤창중 성추행 의혹'  보도 영상.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화면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0일 KBS <뉴스9>의 '윤창중 성추행 의혹' 보도 영상.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화면은 나오지 않았다.
ⓒ KBS <뉴스9>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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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시청자의 항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영상편집부 데스크가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화면을 빼라고 지시한 것이 의사전달 과정에서 와전돼 브리핑룸을 배경으로 한 화면까지 모두 제외하라는 식의 공지사항으로 잘못 나갔다"며 "게시물은 오후 3시에 붙였는데 일부 기자의 항의가 있어 오후 6시쯤 게시물을 모두 회수하고 내용을 수정해 다시 공지문을 붙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창중 영상 관련 지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태극기를 모욕하게 해서는 안 된다, 태극기 배경화면을 없애라'는 시청자들의 항의전화에서 시작됐다"며 "영상편집부 데스크도 시청자 항의전화 내용에 동의해 '태극기 배경화면 사용 금지'만 지시로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KBS <뉴스9>는 애초 편집실에 부탁된 지시대로 리포트를 제작했다. <뉴스9>는 이날 '윤창중 성추행 의혹' 리포트를 다루면서 배경화면에 태극기가 나오는 화면을 사용하지 않았고,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브리핑하는 화면도 쓰지 않았다. 참고로 MBC와 SBS 뉴스에는 '청와대 브리핑실'과 '태극기 배경화면' 영상이 나왔다.

이를 두고 트위터상에서는 KBS의 윤창중 영상편집 지시와 관련해 "보도지침의 부활"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forever********'는 "공영방송이 권력의 나팔수임을 여실히 증명한다"라고, 'nich*****'는 "KBS의 무리수인 걸까요? 아니면 정말 실무자의 단순 실수인 걸까요?"라고 질타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도 자신으 트위터(@nodolbal)을 통해 "이는 청와대 대변인을 일반인처럼 화면 구성하라는 지시"라고 꼬집었다.



태그:#윤창중,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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