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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순천시의 '기적의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전남 순천시의 '기적의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 신광태

"환경만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책을 봅니다."

지난 4월 30일 전남 순천시를 찾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국내 1호점인 '기적의 도서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허순영 순천 기적의 도서관 관장이 한 말이다.

 기적의 도서관에 입실하려면 먼저 손을 씻어야 한다.
기적의 도서관에 입실하려면 먼저 손을 씻어야 한다. ⓒ 신광태

순천은 전국적으로 볼 때 도서관이 가장 많은 도시 1위란다. 27만4000여 명이 사는 도시에 공공도서관이 6개, 작은 도서관이 무려 46개에 이른다. 전국 1위는 또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부지를 기증한 숫자도 1위다. 기적의 도서관을 신축하는 데 10만여 명이 서명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축설계는 '말하는 건축가'로 널리 알려진 정기용 선생께서 담당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순천시민들의 자부심이다. 그래서일까, 순천시는 교육의 도시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어린이들은 가정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입실하시기 전에 먼저 손을 씻으셔야 합니다."

관장님의 말씀에 우리 일행은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도서실 입구에 마련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책이 더러워지면 물로 씻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였구나!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과거 MBC에서 전국 최초로 작은 도서관 1호로 선정한 곳이다. 전남 순천시 해룡면 기적의도서관길 60번지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4204㎡의 부지에 1304㎡ 면적의 본관, 509㎡의 별관으로 2003년 11월 20일 개관했다. 좌석 수는 380석, 어린이 장서 수는 무려 7만3848권이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 내부. 수 많은 도서가 가지런하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 내부. 수 많은 도서가 가지런하다. ⓒ 신광태

이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데 순천시는 부지를 제공하고 '책 사회 만들기 운동본부'와 시민단체에서 건축비용과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재능기부도 이어졌다. 건축을 위한 벽돌 기부에도 시민들이 참여했다.

 도서관에 웬 아기침대?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웬 아기침대?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 신광태

영·유아들과 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다. 아이들이 책과 친숙해지게 해주기 위함에서다. 이것 또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전국 최초다.

"처음 아이들이 이곳에 들어오면 마치 놀이터에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도서관을 뛰어 다녀요. 그러면서 점차 책과 친숙해지는 거죠."

글씨를 모르는 영·유아들을 위해 북 스타트 소리박자 교실도 운영한다. 무료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아이들의 신청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더 어린 순으로, 하루라도 더 늦게 태어난 아이들부터 뽑아 기회를 준다고 하니 그것도 흥미롭다. 책걸상, 서가, 화장실 변기 등 모든 시설이 어린이 체격과 행동에 맞도록 디자인했다. 책을 읽다가 지친 아이들을 위한 숙면실인 '코 자는 방'도 있다.

 기적의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는 허순영 원장.
기적의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는 허순영 원장. ⓒ 신광태

"작은 도서관은 도서 숫자로 도서관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몇 천 원이라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거죠."

기적의 도서관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아닌 시민들의 참여가 성공의 비결일 수 있다. 작은 도서관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책 한 권 기부 실천'이 성공의 열쇠다.

"아이들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어요. 그랬더니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어머니들이 참여를 하는 겁니다. 6명의 어머님들은 무려 10년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면 믿으시겠어요?"

 기적의 도서관에는 7만3848권의 다양한 어린이 도서가 있다.
기적의 도서관에는 7만3848권의 다양한 어린이 도서가 있다. ⓒ 신광태

이야기 들려주기, 노래와 춤, 그림 감상, 영상 보기, 글 낭송, 어린이 연극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도 자원봉사자들이 했다. 어른들 스스로 참여함으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도서관 참여에는 홈페이지도 큰 역할을 한다. 각종 도서검색, 도서관에서 추천한 도서 보기, 새로 들어온 책, 월별 프로그램 등을 사이트를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2층 한쪽에는 어른들을 위한 도서공간도 있다. 아이들이 책 읽기에 몰두할 때 어른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10일을 전후해 '순천 기적의 도서관' 10주년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다.

 순천시 기적의 도서관, 아이들을 위한 쉼터 공간이다.
순천시 기적의 도서관, 아이들을 위한 쉼터 공간이다. ⓒ 신광태

[1층에는]
도란도란(만남의 광장), 괴나리 봇짐(소지품과 신발보관 장소), 아그들 방(미취학 아동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보는 공간), 코 하는 방(영유아 아이들을 재우는 곳), 아빠랑 아기랑(보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공간), 책나라(도서 열람실), 모여서 놀아요(어린이 관련 공연영상물 시청), 마당 도서관(소규모 야외 공연장)

[2층에는]
별나라(도서 열람실로 우주공간처럼 원형으로 조성), 지혜의 다락방(고학년 어린이들의 도서 열람실), 그림방(독서 관련 작품 전시), 글 쓰는 방(작가와 관련 자료 열람 및 어린이 작품 전시), 비밀의 정원(건물 옥상 정원), 디지털 자료실

덧붙이는 글 |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기적의 도서관#순천시#전남#전라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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