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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하은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 다섯살 된 하은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하은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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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놀이터에 자주 들린다. 놀이터에 가면 친구도 있고 좋아하는 미끄럼틀, 철봉, 사다리 등이 있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면 하은이도 즐거워하고 TV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무서워만 했었다. 사다리를 타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간다. 몇 달 전만 해도 무서워서 발을 떼지 못하더니 지금은 맨 위까지 올라간다. 언제 자라나 걱정했는데 하루가 다르다.

"할아버지 달리기 시합해요!" 

싫증이 난 모양이다.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한다. 달리는 시늉만 하면서 달렸는데도 숨이 차다. 깔깔거리며 "나잡아 봐"라고 하며 달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놀이터 주위를 몇 바퀴 돌았다. 아파트 계단으로도 가고 철쭉이 빨갛게 핀 꽃밭으로도 달렸다. 잔디밭에 앉아 민들레를 들여다 보고 민들레 홀씨를 불어보기도 한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마다 연두색 새싹이 피어나 봄기운이 완연하다.

야구 시합 구경하고 있는 하은이 모습이 너무나 밝기만 하다.
▲ 야구시합 보고 있어요 야구 시합 구경하고 있는 하은이 모습이 너무나 밝기만 하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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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시합도 구경하고 놀이터에서 달리기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즐거움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한 노후생활이다. 거기다가 자라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준다면 더할나위 없는,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이제 '하은(콩이)'가 자라고 '콩콩'이를 돌볼 차례다.

놀이터에서 달리기 시합하던중 민들레꽃을 보고 즐거워 한다.
▲ 무엇일까요? 놀이터에서 달리기 시합하던중 민들레꽃을 보고 즐거워 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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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시를 불면서 놀고 있다.
▲ 우와 ! 민들레 홀시를 불면서 놀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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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반부터 놀이를 시작했는데, 여섯시가 다 되었다. 간식 먹일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놀이에 취하고 꽃에 취한 하은이를 데려가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얼르고 달래면서 가는 길에 물었다.

"우리 하은이 누가 제일 좋아요?"
"엄마." 
"그 다음은?"
"아빠"
"그 다음은?"
"할머니, 삼촌, 서울 삼촌, 외숙모, 서현이……."
"그 다음은?"
"택배 아저씨."

백 일때부터 돌보던 하은이가 훌쩍 자라버렸다. 할아버지만 찾더니 어느 사이에 엄마, 아빠 밖에 모른다. 할아버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자주 토라진다. 하은이가 토라진 척하면서 "할아버지는 이제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버린다.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태그:#하은이,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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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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