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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가 농수산물 도매시장 신규 중도매인들의 자리 재배치 요구를 수용, 경매장 사용의 효율성과 편리성,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산동 자리 재배치를 추진하자, 기존 중도매인들이 이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오랜 기간 직판상(소매상)으로 영업하다가 작년 말 중도매인 지정을 받은 이른바 '신규중도매인'들은 자리 재배치를 안 하면 중도매인 지위를 반납하고 다시 직판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린 직판으로 남고 싶다. 중도매인 하기 싫다. 안양시가 강제로, 직판 계약 안 해주고... 중도매인 안 되면 여러 가지 불리한 게 많다...그래서 중도매인으로 전환 하는 대신 자리를 재배치하고, 새 자리에 가서 3년 동안 매출액 의무기준을 기존 중도매인의 30% 정도만 하게 해 달라고 안양시에 요구했다. 이를 안양시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재배치 될 때까지 중도매인 의무를 강요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만약 자리 재배치를 못하게 된다면 다시 직판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좋은 자리는 기존 중도매인들이 차지하고 있고, 매장 면적도 훨씬 넓다. 지금 상태로는 기존 중도매인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신규 중도매인 협회 측 주장이다. 신규중도매인들은 그동안 수산시장 내에서 소매상으로 영업을 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중도매인 전환을 원치 않는 이유는 '영업정지·취소' 등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직판상은 안양시에 1년에 30~50만 원 정도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하지만 중도매인은 한 달 동안 일정정도(개인 1700~1900만 원, 법인은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할 의무가 있다. 매출고를 채우지 못하면 영업정지·취소 등을 당하게 된다.

소매상들이 도매상 전환을 꺼려하는 이유는?

수산동 내부
 수산동 내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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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째서 그동안 도매시장에 소매상이 버젓이 존재했던 것일까? 90년 대 초, 안양시가 각지에 흩어져 장사를 하고 있던 노점상들을 도매시장으로 불러들이면서 직판상의 역사가 시작된다. 안양시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개장하면서 이들을 위해 시장 지하에 판매장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지상에 있는 중도매인들과 분쟁을 일으킨다. 중도매인들이 도매뿐 아니라 소매까지 하다 보니 장사가 안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998년, 안양시는 지하에 있는 상인들(208명)을 지상으로 끌어 올려, 청과 상인은 '청과동'에 수산물 상인은 '수산동'에 자리를 만들어 준다. 문제는 청과동에서 발생한다. 중도매인 지위를 부여 받고 청과동에 입주한 상인들이 영업력과 자금력, 경험 부족 등으로 대부분 망한 것이다.

당시, 수산동은 이들에게 직판상인 이라는 소매상 지위를 부여 했다. 하지만 청과동은 중도매인 지위를 부여,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기존 중도매인과 경쟁하게 했다.  이것이, 수산동 직판 상인들이 중도매인 지위를 꺼려한 이유다. 또한, 중도매인으로 전환하며 자리 재배치를 요구하고, 매출 의무 기준을 3년간 기존 중도매인의 30%로 조정해 달라고 한 이유다.

기존 중도매인 "자리 재배치 용납 못해"

안내문
 안내문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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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존 중도매인은 자리 재배치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세다.          

"강제로 몰아내려고 하면 생존권 수호를 위해 싸울 것이다, 이미 회의를 통해 싸우기로 결정 했다. 곧 집회 허가도 낼 생각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수수료를 내며 장사했다. 그 기득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안양시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절대 수용 할 수 없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신규 중도매인에게 매출액 의무기준을 3년 동안 기존 중도매인의 30%만 적용시킨다는 것도 그렇고, 월 매출액 의무 기준이 훨씬 높은 기존 중도매인과 똑 같은 기준으로 자리를 배치 한다는 것도 그렇다."

기존 중도매인들은 안양시가 그동안 직판상인들의 불법을 묵인했다고 폭로하며,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 했다.

"그들 대다수가 사업자도 없이, 그동안 세금도 안 내고 장사하던 사람들이다. 또 판매장 매매금지 원칙도 어겼다. 매매 하면서 돈을 주고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규 중도매인 40명 중 16명이 전매자다. 안양시가 그동안 불법을 묵인해 준 것이다. 매장을 임대하거나 매매하는 것은 안양시 조례(14조)로 금지돼 있다."

곧 이어, 자리 재배치를 하기 위해서는 수족관을 비롯한 장비를 옮겨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자리 재배치의 비효율성을 강조했다.

"안양시는 바닥공사를 한 이후에 자리 재배치를 추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발생하는 영업 손실 비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바닥공사하고 자리 재배치하려면 1개월 정도 걸리는데, 그렇게 되면 한 업체당 인건비, 이사비 등 약 3000만 원 정도 손해가 난다. 대안 이라고 내 놓은 게 동문(동쪽으로 난 출입구) 옆에 천막을 쳐 준다는 것인데 거기서는 장사 못한다. 생물 다 썩는다."

안양시 "수산동 정상화 위해 '자리재배치' 불가피"

이러한 기존 중도매인 들 우려에 대해 안양시는 "임시 매장을 만들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비수기인 여름휴가 기간에 바닥공사와 자리 재배치를 해서 중도매인들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그동안 수산동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운영돼 왔다는 것을 시인하며 수산시장 정상화를 위해 직판상인(소매상)을 중도매인으로 전환 시켰고, 이를 위해 자리 재배치가 불가피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개장이후 자리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소위 '로얄 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집을 몇 채 사고, 구석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물건도 제대로 못 파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동안 형평성에 많이 어긋났던 것이다. 수산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직판상(소매상)이라는 건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상 존재 할 수 없다. 공영 도매시장은 도매상만 영업 할 수 있다. 사실, 직판상인(소매상)간 전매, 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루어 졌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단속할 근거가 없어서 단속을 못했다. 이렇듯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걸 바로 잡기 위해서 직판상인들을 중도매인으로 전환 시킨 것이다."

기존 중도매인들이 반발 할 걸 예상했으면서도 신규 직판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한 이유도 밝혔다.

"우린 이미 청과동에서 학습을 한 바 있다. 직판상인 중 청과동 가서 중도매인으로 영업한 분들 70여 명 중에 60여 명이 망했다. 경험도 없고, 자금도 부족하고 자리도 좋은 곳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분들 또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국 공영도매시장 최초로 자리 재배치를 하는 것이고, 의무 매출고도 3년 간 유예시킨 것이다."

김신 소장 "중도매인 측 추진위원 말 경청할 터"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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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는 수산동 바닥 공사와 중도매인 자리 재배치를 위해 올해 1차 추경 예산으로 5억1400만 원을 편성, 시의회 승인을 받았다. 추진 위원은 도매시장 관리소장을 위원장으로 시 관계자 2명과 시의원 1명, 수산법인 임직원 2명, 각 분야별 중도매인 10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시의원 1명만 추진위원으로 선정되면 추진위원 선정을 완료하게 된다.

추진위원들은 판매장 배치도와 부류별 위치 안, 중도매인 사무실 재배치안, 재배치 주기 등을 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개추첨을 통해 3년마다 상인들의 자리를 바꾸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벤치마킹 한 후, 이를 토대로 자리 배치 계획안을 만든다.

이 계획안으로 전체 수산동 중도매인 96명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설문조사 등을 한 뒤 6월 말까지 자리 재배치 최종안을 작성한다. 자리 배치안이 정해지면 7월부터 수산동 바닥 방수공사에 들어가 이르면 8월부터 재배치된 자리에서 상인들이 영업하게 할 예정이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제외한 전국 공영 도매시장 가운데서는 자리 재배치가 첫 시도이고, 기존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상인들의 반발을 안양시가 효과적으로 제어 한다면 순조롭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안양시와 기존 중도매인 간, 기존 중도매인과 신규 중도매인 간 충돌 가능성까지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안양시는 이러한 상인들 반발을 설득과 타협으로 무마시킨다는 방침이다. 관리사업소 김신 소장은 "강압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추진위원들, 특히 중도매인 측 추진위원들 말을 경청 할 생각이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면 모두 수용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태그:#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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