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5월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저보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시니, 다른 달에게 약간 미안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신록의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은 우리 봄에게 엄청난 시련이었어요. 가야 할 시간이 됐으면 응당 떠나야 하는 게 도리인데 지난 겨울은 고집 센 항우처럼 버티고 버티더군요. 특히 3월이랑 4월이가 마음 고생이 많았어요. 지난 4월 20일엔 눈까지 내렸으니까요.
3월이랑 4월이가 겨울과 다퉈 이긴 덕분에 저 5월이는 이렇게 여러분의 찬사를 받으며 푸르게 푸르게 살아 있습니다. 3월이랑 4월이가 그토록 힘든 여건 속에서 수많은 꽃을 피워내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명심하라며 여러분께 기쁨과 탄식을 동시에 드렸다면, 저 5월이는 여러분의 산하를 초록으로 물들이며 계절의 여왕으로서 승승장구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저 5월이가 쑥스러워 혼났답니다. 대전의 한 중학교 미술 시간이었는데요. 학생들이 자꾸만 저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데 얼마나 쑥스럽던지 몸둘 바를 몰랐어요. 그러다가 학생들이 그리는 그림을 들여다보며 살짝 서운하기도 했어요. 제 본래 모습과 전혀 다르게 그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미술 선생님께서 저와 마주치며 그림 지도를 할 때마다 학생들 솜씨가 좋아지고 있었어요. 예쁜 미술 선생님, 고맙습니다.
잠시 후 어떤 사람이 제 허락도 없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사진을 찍는 거예요. 저는 순간순간 긴장하며 몸단장을 했지만, 그 사람은 중학생에게 주로 관심이 있는지 저를 찍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 5월이를 그리는 장면을 찍는 사람이니까 마음 편하게 포즈를 취해 주었어요.
지금 충남 태안에서는 튤립 축제가 막바지라죠? 5월 12일까지라고 하는데, 지난 토요일(5월 4일)에 같은 사람이 잠시 다녀갔었죠. 망원렌즈를 낀 카메라를 들고 튤립만 찍어대는데 저 5월이가 봐도 괜찮은 장면을 몇 장 찍어가더라고요.
여러분!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고, 어린이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네요. 그렇게 저에게 좋은 의미를 붙여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지만, 가정의 달 만큼은 저 5월이를 포함하여 일 년 열두 달 전부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 주세요.
저 5월이는 여러분의 여왕으로서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에서 여러분의 기운이 되고 애인이 될게요. 살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용기 잃지 마시고 제가 펼쳐 놓은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