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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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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과 미수금 문제로 협의를 마친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7명의 잔류인원이 5월 3일 모두 남측으로 귀환함에 따라, 개성공단이 잠정적으로 폐쇄상태에 들어갔다. 만약 남측이 전력과 수도공급마저 중단하게 된다면 개성공단은 10년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완전히 멈춰 서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를 놓고 김관진 국방장관이 주목받고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한겨레> 주최 '한반도 위기 출구전략-연쇄대담'에서 개성공단이 폐쇄위기에 직면한 원인으로 김관진 장관을 거론했다. 그는 "김관진 장관 주도로 … 선제타격, 북한 지휘부 궤멸, 김일성·김정일 동상 파괴 등 강경흐름으로 논의가 전개"된 것이 개성공단 존폐 위기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 일변도 정책이 몰고 온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보도에 의하면, 개성공단 착공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김관진 장관을 거론했다. 그는 "국방장관이 인질구출작전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 제일 큰 자극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인질구출? 잠정폐쇄된 개성공단

개성공단 존폐 위기를 촉발시켰다고 평가되는 대북강경정책, 이른바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은 무엇일까.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4월 2일 "만약의 사태가 생기면 군사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면서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언급한 '사태'란, 북한이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800여 명의 남측 인원들을 억류하는 대규모 인질 사태를 말한다. 만약 '사태'가 현실화 될 경우 군사무력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4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군은 2010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부터 개성공단 인질 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이 작전은 아파치 헬기(AH-64)와 특수작전용 헬기(MH-47, MH-60) 등 미군 장비를 대거 동원한다. 또 3월 22일 한·미 양국이 서명해 발효된 한·미 공동국지도발 대비계획에도 국지도발 유형으로 이른바 '개성공단 억류 사태'가 포함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작전은 개성공단 무력 투입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을 안고 있고, 800여 명의 대규모 인질 구출작전이 감행될 경우 성공 확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작전이라 평가받는다. 반면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은 북한 당국을 테러집단으로 상정하고 대규모 무력 투입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작전이다. 실제로 군 당국에서 이와 같은 군사조치를 굳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한반도 정세를 한층 더 대결 일변도로 만드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제 손실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남측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당장 123개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4월 29일 입주 업체 123곳 중 103곳으로부터 접수한 피해 상황을 집계한 결과 2조80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나머지 20개 업체까지 합할 경우 피해액이 총 3조5000억 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장한 피해규모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장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남측 노동자 800여 명도 실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또한 개성공단이 종국적으로 '폐쇄'될 경우 총 1조 원에 달하는 공장 설비 등 중소기업 투자 자산도 그대로 증발한다.

문제는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추산한 3조5000억 원 피해 규모가 입주기업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발생한 직접적인 피해에 국한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계약 파기에 따른 원청업체의 손해배상 청구 등이 앞으로 이어질 경우 123개 입주 기업이 입을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지게 된다. <한국일보> 등 언론은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6500여 협력업체와 관련 종사자들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이 10조~14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인력이 5만 명이 넘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20만 명 이상이 생계에 직격탄들 맞게 된다고 하면서 북한의 경제적 피해가 상당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1만 명 증가하면 남측 중소기업 고용도 5천 명 이상 증가하였음을 볼 때, 위와 같은 주장은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게다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운영되는 북한의 경제적 피해를 한국의 자본주의 운영 경험에 근거해 단편적으로 추정하는 것은 무리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경제운영 원리상 사회주의를 하는 북한은 개성공단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자본주의를 하는 우리는 개성공단이 잘못되는 경우 받는 피해가 너무 크다"며 한국 경제가 입게 될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경제난에 대한 내구력이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개성공단 때문에 코리아 리스크(Korea Risk)가 올라가면 외평채 금리부터 올라간다. 개성공단 때문에 외평채 금리 올라가는 상황을 만드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투자 빠져나가고, 수출 주문 줄어드는 건 불문가지다. 이게 쌓이면 경제성장도 잘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계에 처한 관련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특별대책이 없는 한 줄도산 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과연 한반도 위기 해소 의지 있나

2008년 11월 28일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경의선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도로 위로 개성공단이 보이며, 경의선도로주변에는 개성공단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2008년 11월 28일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경의선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도로 위로 개성공단이 보이며, 경의선도로주변에는 개성공단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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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국면과 더불어 몰려오는 이와 같은 군사 위기와 경제 손실은, 역설적으로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먼저 개성공단 설치를 위한 북한의 2군단 후방배치 조치는 남북사이의 신뢰를 한껏 향상시켜준 바 있다. 개성은 북한 입장에서 군사적으로 서울 목전에 위치한 파주나 고양 등과 같은 군사 요충지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를 설치하기 위해 이 지역에 주둔하던 조선인민군 2군단을 후방 배치하는 전향적인 군사 조치를 취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단절조치인 5.24조치 이후에도 연간 12만 명 이상(자료 : 통일부)의 남북교류인원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개성공단의 공헌이 크다.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된 이후 유일한 대규모 민간교류 사업으로 남은 것이 개성공단사업이었다. 이와 같이 접경지역에 마련된 남북 공동의 공업단지가 한반도 군사 긴장 완화와 교류 협력에 구조적으로 커다란 힘이 되어 왔다.

개성공단의 경제 기여 역시 크다. 비록 개성공단이 1단계, 123개 업체 입주 이후 개발 중단되어 있으나, 2005년부터 2010년 9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5조 원이 넘는 생산유발효과,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생산효과(자료 : 심재권 의원실) 등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개성공단이 단순가공 위주의 경협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한계에 봉착한 한국 중소기업들의 출로로 기능하여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성공단은 체제가 다른 남과 북의 경제도 협력이 가능하며, 경협의 잠재력 또한 거대함을 확인시켜준 쾌거였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난관에 봉착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열어내는 방안으로 대규모 남북경협공약이 제시된 것도 개성공단의 존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0년 동안 이어진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한국 경제 저평가 현상도 사라지게 만드는 평화의 힘, 남북공동선언의 힘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핵잠수함과 핵항모가 참가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보수세력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박스', '현금창고'라고 하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하여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결과로 애꿎은 남쪽중소기업들과 노동자들만 거리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한반도 위기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우리사회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성공단, #경제 피해, #김관진, #인질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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