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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 이상의 주식을 가진 '어린이 갑부'가 118명으로 늘어나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이들이 성년이 되면 증여세를 추가 납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6일 "편법적으로 세금을 축소하는 일부 특권층부터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한다"며 "이에 '어린이 갑부'에 대해 정당한 증여세를 걷을 수 있는 상속·증여세법(아래 상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인 '어린이 갑부'가 성년이 되는 해, 증여받은 주식 배당금 및 가치 상승분에 대한 증여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추경 한다면서 세원 대책 없어... 편법 통한 부의 세습부터 막아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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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의원은 "1억 원 이상 '어린이 주식부자'가 118명에 이를 정도로 '어린이 갑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성년자일 때 주식 등을 증여한다면 성년이 될 때까지 발생하는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을 증여세 없이 부를 이전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 장남과 차남(현재 12세, 9세)은 3살, 5살에 주식을 증여받은 이후 2012년까지 증여세 없이 73억 원의 배당금을 통해 재산을 증대했다.

김 의원은 "미성년자가 고가의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 최소한 성년이 되기까지는 실질적으로 미성년자 본인이 아닌 증여한 사람이 관리하게 된다"며 "즉, 증여받은 재산을 스스로 재태크 등을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것이 아니라 증여자가 증여자의 정보 등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법상 성년이 되기 전까지 증가된 재산에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발의하려는 상증세법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제45조의 1항'이 신설된다.

제45조의1 신설: 미성년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재산을 증여받았을 경우, 성년이 되는 해에 미성년자의 재산을 각 호에 따라 재평가하여 증가된 재산 가치를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증여가액으로 한다(다만 미성년자가 스스로 재산가치 증가시켰다는 소명시에는 적용 안함).

1. 주식을 증여받고 보유했을 경우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
2. 부동산 증여받고 보유했을 경우 공시가격 상승분
3. 기타 재산의 경우 물가상승률 등 제외하고 초과된 재산가액

김 의원이 '미성년자 재산 재평가 증여추정 상증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는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아래 추경) 재원 마련 대책을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 관련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추경을 통해 16조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이에 대한 세원 마련 계획으로 대기업의 고용창출세액공제를 1%p 낮추는 것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2000억 원 정도의 추가세원을 만드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물론 세정을 통해 추가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있지만 세제개혁 없이 세정을 통해서 세수를 확보한다는 것은 한계가 명백할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상당하다"며 "그래서 세정차원이 아니라 조세제도를 개혁하는 적극적인 증세를 해야 하고, 특히 편법을 통한 부의 세습은 최우선 과제로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1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 갑부'들을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 주식부자'의 경우, 주식을 미리 증여받으면 주식을 그대로 유지하고만 있어도 배당금은 물론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결국, 주식을 처음 증여 받았을 경우 최소한의 증여세만 납부하고 이후 증가된 재산은 증여세 없이 부를 이전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김재연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금액(약 1억 원)을 증여받은 미성년자가 민법상 성년이 되는 해 재산을 재평가하여 증가된 재산을 증여재산으로 추정을 하게 된다.

1살에 10억 원을 증여하고 증여자의 판단과 정보를 통한 '재테크'를 통해 수증자가 성년이 될 때, 수증자의 명의로 100억 원의 재산을 확보한 사람과 수증자가 성년이 될 때, 100억 원을 증여 받은 사람과 비슷한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이 갖가지 방법으로 세금을 감면받는 루프홀(loophole, 세금 회피방법)을 없애고,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10억 원 이상 가진 '어린이 갑부' 31명... 젖먹이도 억대 주식부자

 GS그룹의 한 지면 광고.
 GS그룹의 한 지면 광고.
ⓒ GS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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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재벌닷컴은 5일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억 원 보유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모두 11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102명보다 16명(15.7%) 늘어난 것. 이 가운데 100억 원 이상을 가진 어린이는 2명,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어린이는 29명이었고, 2세가 안 된 젖먹이도 억대 주식부자에 포함됐다.

1위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인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12살 장남으로 429억9000만 원에 달했고, 9살 차남이 174억6000만 원으로 2위에 올랐다. 3∼9위는 각각 84억원∼86억 원의 주식을 보유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5∼10세 손주 7명이 휩쓸었다. 이들은 모두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등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위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12살 장남과 10살 차남은 각각 60억5000만 원, 55억5000만 원의 주식 평가액을 기록했다. 특히 구본천 대표의 조카와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의 손녀는 나이가 한 살인데도 각각 1억6000만 원과 1억 원의 주식을 보유했다. 두 살인 김흥준 경인양행 회장 딸도 억대 주식부자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7살 아들과 10살 딸도 각각 8억1000만 원과 8억 원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재벌가 어린이들은 증여받은 주식을 밑천으로 배당금을 받거나 시세차익을 거둬 단계적으로 재산을 불려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손자 3명은 2008년 효성 주식을 8000만 원~9000만 원 어치씩 매입한 뒤 2010년 10월 주가가 4배 이상 오르자 이를 처분, 각 3억 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가 어린 자녀들에 대한 주식증여가 늘면서 어린 연령대 주식부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중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고 사회적 비판여론도 피할 수 있는 소규모 증여가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주식부자#어린이 갑부#어린이 재벌#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재벌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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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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