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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 화 드라마 <직장의 신>, 우리가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드라마에서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정규직과 계약직의 문제를 포함, 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라면 겪게 되는 온갖 고충들, 예를 들면 상사와 거래처 비위 맞추기, 인사고과 평가로 인한 스트레스, 실적 압박 등이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회사에선 '조과장'이셨던 아버지가 < TV손자병법>이라는 드라마를 챙겨보며 몰입했었다. 지금은 한 때 '조과장'이었으나 직장생활을 걷어찬 나와 현재 '조과장'인 친오빠가 '직장의 신'을 보며 자신을 발견한다.   

드라마 속에서 미스김(김혜수 분)이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며 상사인 장규직 팀장(오지호 분)에게 당당히 자기 할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드라마와는 반대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직장의 신의 한 장면
▲ 직장의 신 직장의 신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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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능통하게 하고, 신비로는 꽃게 손질 능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항공정비사, 조산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미스김의 능력을 내가 가졌다면 매일매일 즐겁게 칼퇴근을 외치며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그런 미스김이 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드라마가 끝난 후 출근해야 하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다음날은 어김없이 밝아온다. 인사고과 때문에 영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지만 어느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걸 느낀다.

가슴 한 구석에 늘 사표를 품고 다니면서도 시원하게 지르지 못하는 이유는, 던지는 건 한 순간이지만 그 후에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은 있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다. 그리고 회사를 옮긴다해도 사실은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KBS 2TV <직장의 신>의 한 장면
 KBS 2TV <직장의 신>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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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회사의 임원까지 갈 정도로 능력이 있고 사내 인간관계가 좋고, 신입 시절부터 윗선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직원이 누구누구인지 사실 우리는 대강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소수에 자신이 속해있는지 아닌지도 안다.

소위 '로열패밀리'가 아닌 이상 회사와 직장 상사에게 충성주를 바쳐가며 '충성맹세'를 해도 자신의 자리와 승진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드라마 속에서 한 때 영업왕이었던 고정도 과장(김기천 분)이 결국 회사에서 권고사직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보며 한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근속했지만 IMF 금융위기 당시 명예퇴직을 선택해야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역시나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건이 있다. 

기자가 한때 몸담았던 회사의 팀장은 팀원들에게 '회사에 출근 하고 싶어서 주말에도 간질간질 안달이 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역설적이게도 팀에서 절대적 존재인 팀장이 '불통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팀원들의 직장생활을 숨막히게 만들었던 덕분에 팀원들은 주말이 되면 벌써 월요일에 회사 갈 생각을 하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짓곤 했었다.

계약직 여사원들에게도 잡무를 몰아시키며 '비호감'으로 자리매김하던 그를 버티다 못한 팀원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라는 사장님의 철학 아래 조직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그 팀장은 결국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 소식을 듣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나, 나나, 계약직 여사원이나 모두가 결코 '직장의 신'이 될 수 없는, 회사라는 조직 앞에 평범하고 작은 개인일 뿐이라는 재발견 때문일 것이다. 


태그:#직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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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http://blog.naver.com/hit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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