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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 한 마리가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길이가 1m를 훌쩍 넘는 가오리 한 마리가 좌판에 누운 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 부분은 물론이고 지느러미 부분도 노란색이 선명한 가오리입니다. 정확한 학명은 모르겠지만, 서해안에서는 매우 드물게 잡히는 생선임은 틀림없을 듯합니다.

꼬리와 배 부분이 선명한 노란색을 띄고 있는 가오리가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꼬리와 배 부분이 선명한 노란색을 띄고 있는 가오리가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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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고기를 접하는 사람들마다 궁금한 듯 탄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몇몇 사람은 생선 이름과 가격까지 물었습니다. 한 식당 주인이 구매 의사가 있는지 생선을 팔고 있는 여주인에게 가격을 물었습니다. 

"20만 원이요..."

지난 26일, 오후 인천 소래포구엔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날 소래포구 선적의 고깃배들은 자월도 등 인천, 경기권 앞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수협 공판장에 위판하고 남은 것들은 좌판에 늘어놓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소래포구 좌판상들은 선주들의 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배를 가진 선장이 고기를 잡아오면 남는 고기를 소매하는 것 입니다.
 소래포구 좌판상들은 선주들의 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배를 가진 선장이 고기를 잡아오면 남는 고기를 소매하는 것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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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암꽃게' 소래포구 판매 가격은 kg에... 

저도 이날 오후 오랜 만에 소래포구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습니다. 알이 꽉 찬 암꽃게가 제철이라 가격이 괜찮으면 1~2kg 정도 구입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전철로 이동해 소래포구역에 내린 후 흩날리는 벚꽃잎을 밟으며 무르익은 '바닷가의 봄'을 만끽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옷깃을 바짝 세우고 가야했던 소래포구에 어느덧 따뜻한 온기가 담긴 바닷바람이 불어옵니다.

암꽃게와 숫꽃게를 나누어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암꽃게와 숫꽃게를 나누어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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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범게' 서해에서는 잘 나지 않는 범게가 이날은 제법 많이 잡혔습니다.  사람들이 게의 종류를 너무 많이 묻기에 이름을 적어서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내 이름은 범게' 서해에서는 잘 나지 않는 범게가 이날은 제법 많이 잡혔습니다. 사람들이 게의 종류를 너무 많이 묻기에 이름을 적어서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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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소래포구까지는 도보로 10여분 거리. 날이 춥지 않기에 발걸음은 한없이 느긋합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선착장으로 다가갔습니다. 수십 여척의 어선은 새벽에 출항해 2~3시간 거리에 있는 자월도와 덕적도 등에 미리 쳐 놓은 안강망에 잡힌 물고기를 걷어 올린 후 오후 2~3시께 돌아옵니다.

좌판을 둘러보고 있던 중 배 한척이 들어와 생선 하역작업이 한창 이었습니다. 선원들이 '가재'를 퍼 담고 있는 중 입니다.
 좌판을 둘러보고 있던 중 배 한척이 들어와 생선 하역작업이 한창 이었습니다. 선원들이 '가재'를 퍼 담고 있는 중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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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시간을 먼저 머릿속에 넣고 평일날과 겹치는 사리물 때에 맞추어 나가게 되면 싱싱한 서해안산 각종 생선을 상당히 싼 가격으로 사올 수 있습니다. 아침까지 서해 앞 바다에서 놀던 물고기를 저녁에는 우리집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생선은 물량이 많이 나오면 싼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춰서 나가야 생선을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소래포구 선착장 좌판상들의 경우 정해진 가격이 없다보니, 자칫 바가지를 쓰기 쉽습니다.

실제 이날 20여 곳에 이르는 좌판을 둘러보면서 여러 가지 생선 가격을 하나씩 물어보았는데, 어떤 생선은 싼 반면 또 어떤 생선은 동네마트보다도 비쌌습니다.

좌판에 가장 많이 나와 있는 활 암꽃게는 1kg에 3만 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하루전날 동네 마트에서 수족관에 담겨 있는 활 암꽃게를 1kg에 2만3천 원에 사왔는데, 이곳 소래포구 좌판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부른 겁니다. 물론 제 지갑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원들이 플라스틱 박스에 잡아온 고기를 담아 위판장에 넘기기 위해 하역작업에 바쁩니다.
 원들이 플라스틱 박스에 잡아온 고기를 담아 위판장에 넘기기 위해 하역작업에 바쁩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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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해안에서는 그리 많이 안 나오는 생대구 두 마리가 좌판에 놓여있기에 물어보니 2만  원을 부르더군요. 40cm가 채 안 되는 크기였는데, 지난 2월 이 정도 크기의 남해안산 대구를 노량진에서 5천 원에 살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바가지 수준이더군요.

봄 산란철을 맞아 광어가 한참 잡히고 있는데 이날 좌판에 나온 광어는 상품성이 한참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위판 가격은 1kg에 1만 원대였다고 하는데, 좌판에서는 활광어 1kg 짜리를 2만 원에 팔더군요. '뭐! 그 정도 가격이면 크게 비싸지 않다'고 판단해 구입한 후 바구니에 담기는 했습니다만, 횟감은 절대 안되는 선도를 지닌 광어였는데도 비싼 가격을 부른 것입니다.

참고로 4~5월이면 광어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어획량이 상당한 편입니다. 봄철 산란기 광어의 씨알은 굵지만, 겨울 제철 광어 비해 맛은 상당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한편, 이날 좌판에 깔린 생선은 대부분 '가재'였고 어종 또한 그리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이 배가 이날 잡아온 생선을 리어카에 모두 실은 뒤의 모습입니다. 대략 헤아려 보니 가재가 100kg남짓, 주꾸미가 30kg 남짓 , 꽃게는 암수 구분 없이 20kg 남짓 그리고 벤댕이등 잡어가 4~5kg 남짓 되어 보이더군요. 제 셈법으로  200여만 원 남짓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배가 이날 잡아온 생선을 리어카에 모두 실은 뒤의 모습입니다. 대략 헤아려 보니 가재가 100kg남짓, 주꾸미가 30kg 남짓 , 꽃게는 암수 구분 없이 20kg 남짓 그리고 벤댕이등 잡어가 4~5kg 남짓 되어 보이더군요. 제 셈법으로 200여만 원 남짓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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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 지갑을 열게 만든 생선은 '아귀'와 '황석어'였습니다. 아귀는 제법 큰 3마리를 1만 원에 팔기에 얼른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조기 사촌격인 '황석어'는 한 무더기에 5천 원을 달라고 하기에 쉽게 지갑을 열었습니다.

발품을 판만큼 싼 가격의 수산물을 살 수 있었습니다. 비록 소래포구가 바가지 상혼으로 악명을 떨친다지만, 잘 비교하면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소래 수협공판장 앞에 형성된 좌판은 제게는 소중한 수산시장이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석어, #아귀, #소래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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