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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온 개성공단 업체 직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이 차량출입구앞에서 대기중이다.
▲ 개성공단 직원들 기다리는 국내외 취재진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온 개성공단 업체 직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이 차량출입구앞에서 대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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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북한의 대화 거부에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귀환'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한반도 긴장이 또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제2의 금강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남북 양쪽이 국면을 전환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5월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향후 상황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전문가인데 대통령에게 끌려가고 있다,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북한에 하루란 시간을 주고 대화에 응하라고 한 것은 "대화 제의가 아니라 압박"이라며 아쉬워했다. 정 총장은 "북한은 지금 큰 숲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기싸움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나무를 빨리 뽑자고 했다"며 "'오늘 내일 결판을 내자'고 하기보다는 '개성공단에 남은 사람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이 문제를 협의하는 회담에 나오길 바란다'고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에 좋은 메시지를 보내면 '남북관계 다시 하자, 개성공단뿐 아니라 금강산도 같이 풀자'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로선 가장 중요한 게 국민 보호인데, (개성공단에 남은 사람들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 철수가 낫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폐쇄·철수가 아닌 잠정 중단'이라고 밝힌 데다 북한이 잔류 인원을 억류한 상황은 아닌 점 등을 감안할 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또 "북한이 곧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도 안팎으로 협상 동력이 잘 생기지 않는 상황인 만큼, 결국 "한국의 정책이 중요하다, 남북이 대화해야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나올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의 대화 거부는 "기싸움"이라고 표현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도 어제 대화 제의하고 오늘 개성공단 잔류인력 철수하는 결정을 보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남북관계는 철학과 의지가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개성공단조차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협력이 가능하겠냐는 뜻이다. 양 교수는 또 "대화와 협력할 때 우리가 북을 압박해야 효과가 있는데, 지금은 남북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희망이 있다면 한미정상회담이나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도 '비관론'을 펼치지는 않았다. 그는 "앞으로 북미대화나 북중대화 등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개성공단 문제는 당장은 어렵지만 그 속에서 풀어갈 수 있을 테고, 금강산관광처럼 (장기화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더 이상 강경하게 나가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정부도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한미중 협조체제 등에 맞춰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진단을 정리한 내용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류길재 통일장관, 개성공단 '전원 철수' 발표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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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부, 큰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부터 뽑으려 해"

"정부가 (개성공단) 근로자들 나오라고 권고했다지만, 명령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북에 대화하자면서 시간을 급박하게 준 건 대화 제의가 아니라 압박이다. 우리 근로자들이 여러 가지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두고) 새 판을 짜려고 조율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북을) 몰아붙이면 북은 '미국과 평화협정이 우선인데, 그럼 (남북관계란) 판은 버려' 할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선 버릴 수 있는 카드였다.

차라리 '인도적 차원에서 남은 176명 지원 좀 해달라, 개성공단 문제 협의하는 회담에 나오길 바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정도였다면…. 북은 큰 숲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기싸움하면서 중간에선 (다른 나라들이) 조율하는데, 우리는 나무를 빨리 뽑자는 식으로 했다.

장기적으로 조업 중단이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에 좋은 메시지 보내면 '남북관계 다시 하자, 개성공단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도 같이 풀자'고 할 수 있다. 근데 북한에 화가 났다고 대북 압박을 한다든가 '전략적 인내'를 하겠다고 하면 또 다시 5년 내내 아무 것도 못할 것이다. 오늘 일로 (한국 정부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안 한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 "정부는 국민 보호한 것... 최악은 아니다"

"국가가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국민 보호다. (개성공단에 남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왔기 때문에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가로선 마지막으로 북한에 협상 제안했는데 그게 잘 안 됐으니 철수가 낫다고 결정했다고 본다.

하지만 완전한 남북 대화 단절로 생각하진 않는다. 북의 반응도 생각보다 아쉬움이 묻어나왔으니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걸 가늠할 수 있는 게, 북한은 오늘 우리 결정에 반발하며 개성공단 직원들을 억류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한국도 북의 성명 내용을 분명히 거부했지만, (개성공단을) 온전히 폐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일단 정부로선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 분들 보호해야 하니까 북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고, 거부당했어도 완전한 폐쇄(결정을 한 건)가 아니라는 점에서 후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굉장히 공세적으로 나왔다. 국력도 소진했을 테고, 군대나 주민 동원도 어려워 현재 상황을 오랫동안 끌고 가기 힘들다. 여기에는 군이나 김정은 북 조선노동당 제1서의 권력기반 강화란 목적도 있었다. 이러한 목표가 충족됐다면, 핵 무장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 역시 2~3년 정도 북한과 대화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북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고, 5~6월이면 국면 전환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엔 개성공단도 풀려나가지 않을까?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북한은 미국에 '공세'형태로 보여줄 만한 일은 다 보여줬으니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도 안팎으로 협상 동력도 잘 생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의 정책이 제일 중요하다'는 식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우선하는 식으로 나올 듯하다. '남북이 대화해야 미국도 할 수 있다'고.

오늘 정부 결정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조치 속에서 일단 개성공단 실무접촉을 제안했다고 읽힌다.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일단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한 것이다. 대화 제의가 잘 됐다면, 좋은 방향으로 관계를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개성공단을 출발한 입주업체 직원들이 짐을 가득 들고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 '양손에 짐 가득' 개성공단에서 돌아오는 직원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개성공단을 출발한 입주업체 직원들이 짐을 가득 들고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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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박근혜 기대했는데... 대화해야 압박한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했다기보다는 기싸움을 했다고 본다. 근데 박근혜 정부는 거부로 보니까…. 남북관계는 철학과 의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현재 상황은 그걸 여실히 보여준다. 개성공단은 만들기 어려워도 폐쇄는 아주 쉽다. 더 어려운 건 복원이다. 전원 철수 다음은 단전 단수인데, 단전할 경우 공단에 있는 설비들은 다 못 쓰게 된다. 그 상황에서 복원하면 비용이 엄청 든다. 복원은 남북 모두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하나조차 대화로 정상화하지 못하는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동북아 평화협력이 가능할까? 이것도 못하면서 경제 발전, 창조경제할 수 있을까?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창조경제가 되겠는가?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모든 게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나름 의지가 담겼다고 봤는데, 어제 제의하고 오늘 개성공단 잔류인력 철수 결정하는 것을 보며 '남북관계에 철학과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남북 당국 간 불신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의지 없이, 형식만 갖춰 대화를 제의했을 때 성공한 사례가 있나? 지금은 이해불문하고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놓은 다음, 거기에서 압박이든 회유든 해야 한다. 압박도 대화와 협력이 있는 상태에서 해야 효과 있다. 대결과 대립 상태에서 (압박)하면 감정 상하고 모두 파산하는 방향으로 간다.

지금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적어도 희망이 있다면 한미정상회담이나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이다. 본래 대립과 대결 상황에선 항상 북한이 남한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을 할 때는 우리가 북한을 끌고 간다. 이걸 해야 하는데, 이런 게 전략인데..."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제2의 금강산 관광은 되지 않을 것"

"남북이 그동안 말 대 말로 강경대결을 펼쳤는데, 이제 그 연장선상에서 초기 행동이 나온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이진 않다. 북미 대화, 북중 대화 등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속에서 개성공단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금강산 관광처럼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정부도 더 이상 강경하게 나가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 미국이나 중국이 대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 한국도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미중 협조 체제 속에서 한반도 긴장을 떨어뜨리면서 같이 가야 한다. 개성공단 자체의 문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남북 당국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북한은 '통미봉남' 자세로 나오겠지만, 남북 관계도 국제사회와 북한이 문제를 푸는 방식에 맞춰야지 안 그러면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남북이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선 힘들다. 북도 어렵다. 지금으로선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태그:#개성공단, #남북관계, #박근혜,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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