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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19번째 새앨범 <헬로>를 발표한 가수 조용필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진 쇼케이스에서 신곡 <바운스>와 <어느 날 귀로에서> <헬로우>를 열창하고 있다.
 10년 만에 19번째 새앨범 <헬로>를 발표한 가수 조용필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진 쇼케이스에서 신곡 <바운스>와 <어느 날 귀로에서> <헬로우>를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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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스>라는 노래와 함께 '영원한 오빠' 조용필이 돌아왔다. 목소리는 예순셋 나이를 잊게 할 만큼 젊고 힘이 넘쳤다. 지난 23일 같은 앨범에 실린 노래들이 23일 오후 우리나라 아홉 개 음원 순위에서 1위를 휩쓸었단다. 음원 누리집인 '벅스'에서는 1위부터 10까지 조용필 노래로 채워졌다. 싸이가 낸 <젠틀맨>에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고 있다.

그러나 제목이 한글이 아닌 영어로 쓴 것, 노랫말 가운데 영어가 많은 것이 아쉽고 또 아쉽다. <바운스> 노랫말 한 부분을 살펴보자.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 (중략) 처음 본 순간부터 네 모습이 / 내 가슴 울렁이게 만들었어 / Baby You're my trampoline / You make me Bounce Bounce (<바운스> 일부)

조용필이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에 국내 작곡가들이 꺼려해 나라 밖 작곡가들에게 500곡이나 받아 수십 번씩 되풀이해 들으며 노래를 골랐다고 한다. 그 노력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간다. 그런 까닭으로 제목·노랫말에도 영어가 많이 들어간 걸까.

언제부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뛰었을까

하지만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라는 말은 우리말도 영어도 아닐 뿐더러 부자연스럽다. 우리말로 치면 '심장이 두근두근 두근대'쯤 되겠다. 더욱이 24일치 신문조차도 생각 없이 가슴이 뛰는 모양을 나타내는 흉내말을 죄다 '바운스 바운스'로 받아적었다. 조용필이 한 말이나 노래 제목을 떠올린 때문이겠지만, 이는 우리말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에 앞장선 셈이다. 들어서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내 안의 틀 깨고 싶어 만든 앨범 반응 좋아 바운스 바운스"(<한겨레>)
63세 가왕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한국일보>)
"신인 때처럼 제 심장도 바운스 바운스"(<서울신문>)
"소년처럼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젊은 음악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경향신문>)
"나를 탈피하려 만든 앨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해요"(<국민일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고 뛰는 걸까. 어쩌면 이 노래를 듣고 자라난 우리 아이들이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뛴다"고 말할까 봐 겁난다. 뒷날 '콩닥콩닥, 두근두근, 쿵쾅쿵쾅, 쿵쿵, 둥둥, 두둥두둥' 같은 우리말 자리를 바운스가 가로채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어쩌면 움직씨 자리까지 파고들어 '내 심장이 바운스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솔직히 우리말로 적는다고 해서 안 될 것도 없다. 우리말은 얼마든지 있지만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마음이 모자랐다고 할 수밖에.


태그:#바운스, #조용필, #우리말, #바로쓰기,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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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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