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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김수영 의원 역을 맡은 신하균.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김수영 의원 역을 맡은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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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다양한 이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회를 주요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정치'가 소재라는 점, 정치성향이 다른 정치인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그리고 등장인물로 캐스팅된 연기력과 미모를 겸비한 배우들 신하균과 이민정, 박희순까지.

18일까지 방송된 5회분을 보자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처음부터 확실한 방향을 잡고 저돌적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아직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정치풍자와 사랑 이야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다가, 점차 김수영(신하균 분)과 노민영(이민정 분)의 밀고 당기는 감정이 줄거리의 핵심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 '수박 겉핧는' 정치풍자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는 여의도, 바로 국회의사당이다. 주인공인 김수영은 대한민국의 보수적인 집권여당, 노민영은 의석이 달랑 둘뿐인 진보정당의 초선의원이다. 젊은 두 남녀는 "시스템부터 잘못된 한국의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큰 야망을 갖고 정치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정치현실은 드라마에서도 그리 녹록치 않다. 두 사람은 나름 애써보지만, 당권을 장악한 세력들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서로의 이권을 위한 싸움과 야합에 매진한다. 드라마 속의 주요언론은 제대로 된 비판을 해내지 못한다. 이런 답답한 모습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드라마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정치인들의 모습을 다루면서 구체적이기보다는 코믹하게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법안 발의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와 밀실협상을 하는 모습, 끝내 집권여당이 문을 걸어잠그고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습은 한국의 정치행태를 비꼬는 듯 하지만, '수박 겉핧기'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유라면 디테일에 있다. <내 연애의 모든 것> 첫 회 방송분의 오프닝이 미국드라마 <뉴스룸>과 많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분위기와 설정뿐이었다. <뉴스룸>에서 신랄한 비판이 실제 미국의 정치현실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속시원한 비유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면,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선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보수정당은 부패했고 진보정당은 무능'이라는 표현만 되풀이된다.

결국 이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정치현실을 비추는 설정은 공감대를 폭넓게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 드라마 속의 정치는 그저 여당 소속의 남성과 야당 소속의 여성이 '각자 상반되는 정체성 때문에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보여주는 도구로서만 존재하는 듯하다.

더욱 발전이 필요한 한국 드라마, 수준 높은 작품을 보여주길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노민영 의원 역을 맡은 이민정.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노민영 의원 역을 맡은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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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를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 드라마는 "어떤 소재를 가지고 사랑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듯하고, 미국 드라마는 "어떤 소재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사랑 이야기와 삶도 담아낼까" 하고 고심한 듯하다. 오죽하면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는 의사들의 사랑 이야기, 사극은 왕들의 사랑 이야기, 결국 다 사랑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겠는가.

그럼에도 <내 연애의 모든 것>이 그저 그런 볼품없는 드라마라는 혹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배우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력적인 신하균은, 특유의 찌질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캐릭터를 독특하면서 사랑스럽게 소화해낸다. 이민정과 박희순 역시도 드라마의 러브라인이 통통 튀는 이야기가 되게끔 멋진 연기력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드라마는 아직 확고한 방향을 정했다기보다는 서서히 갈피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물론 김수영과 노민영의 사랑 이야기도 시청자들을 애타게 만들 정도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서는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끝내 정치인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지 않을까.

한국인들은 다른 무엇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국 드라마에선 왜 등장인물들이 매편마다 소리지르고 크게 울고 웃느냐"고 물어오던 외국인 친구의 질문이 생각난다. 물론 감정표현이 확실한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좋은 부분일 수 있다.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만 채워지다 끝나서는 뒷맛이 허무하지 않을까. 최근에 들어서 시청자들은 더욱 다양한 것을 원하는 추세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라는 분야가 장르의 다양성을 꾀한다면, 소재를 더욱 자세하게 조사하고 치밀하게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태그:#내 연애의 모든 것,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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