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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도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 표고버섯
 금년에도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 표고버섯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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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4월 23일경에 표고버섯 첫 수확을 했는데, 지난 4월 18일, 표고버섯은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뒤꼍에 놓아둔 참나무 표고버섯이 주렁주렁 열려 있질 않은가! 첫 수확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우산처럼 생긴 버섯을 내밀고 있는 참나무가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마침 된장과 간장의 숙성상태를 봐주시려고 연이 할머니가 집에 오셨는데 표고버섯을 보더니 깜짝 놀라신다.

"세상에! 버섯도 다 키우시네요?"
"네, 조금 키우고 있어요."
"아니, 어디서 이런 참나무를 구했어요?"
"여기서 아주 먼 소록도 인근 거금도라는 섬에서 가져온 것이랍니다."
"소록도면 남해에 있는 섬 아닌가요?"
"네, 거금도에 있는 어느 절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 절 주지스님이 몇 개 주신 것을 여기까지 가져왔어요."

연이 할머니는 남해에서 가져온 참나무 표고버섯을 신기한듯 바라보았다. 아내와 나는 표고버섯을 따서 광주리에 담았다. 표고버섯의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 전달되어 왔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수확한 표고버섯을 반으로 나누어 연이 할머니에게 드렸다.

그렇게 귀한 버섯을 주면 이렇게 많이 주면 어떡하냐고 하시며 극구 사양하시는 연이 할머니에게 아내는 버섯이 든 비닐봉지를 안겨드렸다. 우리가 늘 신세를 지고 있는 유일한 이웃이 아닌가. 연이 할머니는 장맛을 보더니 숙성이 잘 되었다고 하시며 이제 된장과 장을 분리해도 되겠다고 했다.

머나먼 거금도에서 가져온 참나무 표고버섯

남해 소록도 인근 거금도에서 이곳 연천까지 시집을 온 참나무 표고버섯
 남해 소록도 인근 거금도에서 이곳 연천까지 시집을 온 참나무 표고버섯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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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을 바라보노라니 문득 섬진강변에 살고 있는 개구리집이 생각이 났다. 이 참나무는 2년 전 구례 섬진강변에 살 때 개구리 부부와 함께 남해 거금도에 있는 송광암에 갔다가 가져온 것이다. 송광암 주지스님과 인연이 있는 개구리 부부와 함께 소록도를 거쳐 거금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송광암 주지 스님께서 참나무 표고버섯을 몇 토막 주신 것을 구례에서 키우다가 이사를 올 때 이곳 연천까지 가져온 것이다.

송광암에는 상당히 많은 표고버섯을 기르고 있었다. 스님께서는 개구리집과 나누어 가지라고 하시면서 가져갈 만큼 자동차에 실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작은 승용차 트렁크에 많이 실을 수도 없었다. 개구리 부부는, 몇 개 되지도 않아 나눌 것도 없으니 우리보고 전부 가져가서 키우라고 했다.

지금도 섬진강변에 살고 있는 개구리 부부는 어느 해 겨울 화목 보일러를 구경하러 우연히 들렀다가 알게 된 부부다. 김 선생은 개구리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그가 손수 깎아 만든 개구리 문패가 달려 있었고, 집 안에는 개구리 인형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집을 '개구리집'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 집 부부를 '개구리 부부'라고 불렀다. 개구리 부부도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깊은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개구리 부부가 지리산 자락에 살게 된 인연도 참으로 묘했다. 개구리집 김 선생님은 원래 미국 시민권을 가진 분으로, 미국에서 살다가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히말라야의 설경과 네팔사람들의 순수한 삶이 좋아 네팔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가 네팔에 머문 지 2년쯤 되었을 때, 안나푸르나 설봉이 바라보이는 포카라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여행을 떠나 온 스님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 자락도 좋아요. 한국에 오시거든 한번 들르세요."

스님은 그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갔다. 스님과 헤어진 후 어느 해 겨울, 그는 정말로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지리산 쌍계사 근처 암자에 있는 그 스님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지리산이 좋아 그 암자에서 겨울 한철을 나게 되었다.

네팔에서 만난 스님... 지리산으로 이어진 '인연'

개구리부부가 손수 지은 15평 정도되는 섬진강변에 있는 개구리집. 난로 연통과 나무로 깎아 만든 개구리 문패가 보인다.
 개구리부부가 손수 지은 15평 정도되는 섬진강변에 있는 개구리집. 난로 연통과 나무로 깎아 만든 개구리 문패가 보인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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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철을 지리산 암자에서 지내고 난 그는 지리산과 정이 들어 쌍계사 근처에서 빈 농가를 세를 내어 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살고 있는 개구리집 터를 구해 15평 정도의 작은 오두막을 손수 짓게 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김 선생과 부인은 그 스님의 소개로 알게 되어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쌍계사 인근 어느 암자에 계시던 그 스님이 거금도 송광암 주지로 가게 되어 그곳에 가끔 들르곤 했는데, 어느 날 서울에서 템플스테이를 온 지금의 부인을 스님의 소개로 알게 되어 부부의 인연까지 맺게 되었다고.

개구리집에는 텔레비전도 전화도 자동차도 없다. 반찬은 200여 평 되는 텃밭에서 재배하여 조달한다. 매일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나무로 개구리 조각을 깎아 만든다. 그리고 심심하면 산과 들에서 돌을 주어다가 돌탑을 쌓았다. 느티나무 밑에 손수 작은 정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들은 스님처럼 수행자의 생활을 하고 있다. 아니 어지간한 스님들보다 훨씬 더 혹독한(본인들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혹독한 수준이다) 수행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의 한 달 생활비는 15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했다.

"쌀만 있으면 반찬은 텃밭에서 조달하면 돼서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어요."

그들의 검소하고 담백한 삶을 지켜보며 나는 느낀 점이 너무 많았다. 한 달 생활비 15만 원!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지리산에는 아직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표고버섯을 간장에 찍어먹다 보니 개구리 부부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개구리 부부는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있었다. 별도의 난방시설도 없고, 거실에 있는 화목난로 하나로 침실과 거실의 난방을 해결한다. 원룸처럼 생긴 작은 방에는 좁은 거실에 부엌, 서재, 다실을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구는 일절 없고, 아주 작은 소형 냉장고 하나에, 그가 손수 만든 작은 탁자 하나가 책상 겸 밥상으로 거실에 놓여 있다.

에어컨은 물론 없다. 거실에는 소형 선풍기 하나가 놓여 있고, 세탁기를 쓰는 대신 손빨래를 한다. 물은 지하수로 공급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가구가 없어서인지 개구리집 거실에 들어가면 집이 무척 넓어 보인다.

한 달 생활비 15만 원으로 '수행자'의 삶 사는 부부

느티나무 밑에 개구리 부부가 손수 만든 정자
 느티나무 밑에 개구리 부부가 손수 만든 정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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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면서도 불편한 것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개구리 부부는 참으로 대단한 수행자들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검소하게 무소유의 삶을 그대로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구례에서 이곳 휴전선 인근 연천으로 이사를 올 때에 표고버섯 참나무를 가지고 올 것인가, 놓고 올 것인가 하는 문제로 아내와 나는 의견이 충돌했다. 우리가 쓰던 장롱, 침대, 식탁, 책장 등 무거운 짐을 필요한 이웃에 주어버렸다.

그런데 아내는 참나무 표고버섯만큼은 가지고 오자고 고집을 했다. 나는 짐이 되는 나무토막을 개구리집이나 이웃집에 주어버리자고 했고, 아내는 가져오자고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아내의 의견대로 머나먼 이곳 연천까지 가지고 오게 되었다. 저 참나무 토막을 싣고 오느라고 얼마나 진땀을 뺐던가? 허지만 그 덕분에 매년 이렇게 표고버섯을 잘 따먹고는 있다.

참나무 표고버섯을 따먹을 때마다 나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개구리 부부를 떠올리곤 한다. 개구리 부부는 가끔 우리네 삶에 경종을 울려주곤 한다. 과연 우리는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성하기도 한다. 물건을 살 때에도 그 물건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곳 연천에서 텃밭 농사를 지으며 개구리 부부를 귀감 삼아 검소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막걸리 곡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개구리 부부가 그립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막걸리 한 병 사들고 개구리집에 가서 그 집 정자에 앉아 개구리 부부와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른 가구는 모두 놓고 왔지만 아내의 고집으로  연천까지 가져온 표고버섯
 다른 가구는 모두 놓고 왔지만 아내의 고집으로 연천까지 가져온 표고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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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구리부부와 표고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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