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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서 만난 호주 귀여운 꼬마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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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에서 호주 남성이 걸어 온다. 그러더니 내게 "Where are you from?(당신 어디서 왔나요?)"이라고 물었다. 다행히도 from이란 단어를 정확하게 알아 들었다. 그 말이 '당신은 어디에서 온 것이냐?'라는 질문이란 것을 알아 채리고는 얼른 "Korea, South Korea"라고 짧게 대답을 했다. 그래도 그는 잘 알아들었는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난 그에게 나도 모르게 "강남스타일, You know?"라고 물어봤다. 그는 잠시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듯하더니 자신의 아들이 더 잘 춘다며서 아이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꼬마는 멋적은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런 아들을 아빠는 채근을 한다.

난 그에게 내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아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찍어도 된다는 뜻이라 재빠르게 그의 아들을 찍었다. 그는 또 다시 "김치 좋아해요"라며 한국말로 말했다.

외국에 나와서 우리와 아무상관 없는, 처음으로 만난 현지인이 우리말로 여러 가지 표현을 해준 것은 처음이라 감동이었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모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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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흰 모래사장 하이암스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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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언니, 올케, 나) 호주 여행을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 첫날 세계에서 가장 흰 모래사장인 저비스베이에 있는 하이암스 비치에 갔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우린 아기들이 바르는 파우더보다도 더 고운 하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고 그곳의 청정한 풍광을 즐기며 사진도 찍었다.

청정지역이란 말에 걸맞게 모래사장에선 유리조각, 플라스틱조각, 담배꽁초 등을 볼 수가 없었다. 누구든지 맨발로 그곳을 걸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은 공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낚시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지켜 보는 앞에서 바다 수영을 즐겼다.

가끔씩 밀려오는 파도에 바지를 적셔가면서 우리들도 모처럼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셀카도 찍어가면서. 그렇게 해변의 끝에 가서 우린 바위에 앉아 웃기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호주의 여인과 남자꼬마, 여자꼬마, 그렇게 세명이서 우리 옆으로 오고 있었다. 호주여인은 꼬마들의 엄마인 듯했다. 엄마는 우리에게 모자 속 작은 물고기를 보여주면서 꼬마들이 잡았다고 말했다. 우리들도 정말 잘 잡았다면서 약간의 오버액션(?)을 취했다.

아마도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온 듯했다. 그들의 그런 호의적인 태도에 우린 짧은 영어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아이들의 아빠인 듯한 남성이 뒤늦게 와서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질문했고, 우린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우린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해변 반대편을 향해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그들과의 만남이 우리들에게 정말이지  즐거움을 주었다.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걸으면서도 그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서 웃고 또 웃었다. 영어도 못하는 우리가 그래도 소통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화자찬하면서. 우리 수준에 그렇게 긴 소통은 해보지 못했으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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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써 놓은 한글 이름들이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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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 색깔이 부럽기까지 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하얀 모래 위에 한글로 적어놓은 세 명의 이름이 보였다.

그곳 저비스베이는 아직은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라 했다. 그말이 맞기라도 하듯이 어느 관광지에서든 한국사람들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한국사람들을 만날 수 가 없었다.

그런데 모래사장 위에 한국이름들이 씌여 있다는 것은 우리보다 먼저 또다른 한국사람들이 왔다 갔다는 뜻일 것이다. 정말 반가웠다. 한국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정겨운 한국 이름들을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그곳의 계절은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또 깨끗하고 청명해 마냥 걸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걸을 수록 탄성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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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스타일 춤을 추고 있는 호주의 꼬마 숙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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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걷다가 약속시간이 되어 정해진 장소로 되돌아 걸어왔다. 그런데 그곳에서 조금 전에 만났던 두 꼬마들의 아빠, 엄마가 이번에는 딸아이를 데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딸아이에 대해 설명을 한다. 모두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짐작 하건데 오빠만 춤추게하고 사진 찍게 해주었다고 투정을 부린 듯했다.

꼬마숙녀는 우리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췄다. 정말 귀엽고 예쁜 꼬마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강남스타일 춤을 배워가지고 갈 것을...' 뒤늦은 후회가 밀려 왔다.

그제야 꼬마숙녀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난 그 꼬마숙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웃음이 가득한 꼬마숙녀와 악수를 하면서 고맙다고 등을 토닥토닥 거려주었다. 생각지도 않은 그들과의 만남이 있어 더욱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과 다시 헤어졌다.

우리가 타고 온 차를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차에 오르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아빠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난 마음 속으로 잘가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은 그런 용기가 없었나보다.

주차장을 떠나는 그 가족 차의 뒷모습을  보면서 금세 후회가 되었다. 손이라도 흔들어 줄것을.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이 떠나고 우리도 그곳을 떠나왔다. 우리들이 호주인들과 그런시간을 보낸 것을 본 일행들이 한 마디씩 해준다. "영어를 잘하시나 봐요?" "그러게요. 온몸으로 말을 했어요"하니 모두가 공감한다면서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싸이에 대한 찬사도 쏟아져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이상으로 유명한 싸이였다. 외국에 나와 우리 K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싸이가  월드스타라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그런 싸이가 이번에는 '젠틀맨'과 '알랑가 몰라'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선보였다. 며칠 안되었는데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이번 노래들도 '강남스타일', 아니  그 이상으로 온 세계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친절한 호주 가족 여러분 그때, 하이암스 비치에서 많이 즐거웠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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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그들의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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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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