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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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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1일 오후 3시 25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째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도 정부 전망보다 0.3%p 높은 2.6%로 전망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브리핑을 갖고 "현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준이지만 하반기에는 3%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 성장세가 현재로서는 괜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금리 동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총재는 최근 이어졌던 정부 및 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관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없다"면서 "경제 외적인 부분은 금통위 결정의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반기 물가인상률 3.2%까지... 경기 회복 중"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로 물가인상률 상승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한은이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물가안정목표는 2.5%에서 3.5% 사이. 올 4월 물가상승률은 1.3% 수준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4분기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2.8% 수준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인상률 상승 전망에 대한 근거로는 제도적인 요인과 통계적인 기저효과를 꼽았다. 현재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의 반사 효과이고, 반면 지난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낮았으니 올해 하반기는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제도적 요인의 영향을 제외하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3.2%까지도 예상되며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물경제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도 금리 동결의 이유로 꼽혔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국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수출이 회복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 관련 지표가 반등하는 등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50대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김 총재는 "지난해 경제 성장률 전망이 2.0%였는데 올해는 2.6%"라면서 "경제의 성장세가 미약하게나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G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국내 경제 특성상 앞으로 상당기간 저성장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굳이 금리를 낮추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김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에는 자본시장과 환율 동향, 가계부채 문제도 고려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경기 회복 뿐만 아니라 국내경제 전반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그는 "금리를 동결한 것은 중기적 시각에서 봤을 때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이날 총액한도대출제도 한도를 늘려 우수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조 원 규모의 기술형창업지원한도를 신설해 총 대출 한도를 현행 9조 원에서 12조 원으로 확대하고 연 1.25%였던 금리를 최저 0.5%까지 낮춰주는 방식이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대출대상을 정해 저리의 대출 자금을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 총재는 "이 조치로 우수 창업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6조 원에서 12조 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대출금리 인하에도 업체별로 0.32~1.22%p의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이번에 금리인하를 하는 대신 나온 것이냐는 일부 시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재는 "총액한도대출제도 한도 확대는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유동성이 가도록 하는 정책"이라면서 "한도를 3조 늘리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 3조를 회수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으로 유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면에서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 "통화정책과 신용정책을 대체관계에 놓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제 외적인 것은 금리 결정 고려대상 아냐"

이날 금통위가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대규모 추경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발걸음이 꼬이게 됐다. 정부와 여당의 전례 없는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의 강력한 열쇠를 쥐고 있는 한은이 '통화 정책은 우리 몫'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3%에서 2.3%로 급격히 낮춰 잡으며 경기부양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17조 원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 확대 방침도 내놨다. 경기가 침체되어 있으니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6일 "경기부양 정책 패키지에 금리 등 금융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1일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기준금리 인하나 총액대출 한도 확대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3일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준다면 (경기 부양하는 데) 더 좋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시장에서도 이번 달은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는 이같은 반응에 대해 "어떤 것을 보고 한국은행이 그렇게 할 거라고 봤을까 (궁금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요구를 무시한 셈이다.

김 총재는 추후에도 한은이 금리 결정 관련 독립성을 유지할 의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 압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외부인들의 평가는 늘상 귀담아 듣고 있다"면서도 "경제 외적인 것은 (금통위 결정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일축했다. "정책은 올바르다고 판단되는 것을 취해야 하는 것이지 쉬운 정책을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태그:#금통위, #금리, #기준금리,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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