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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해가 쨍쨍 내리쬐는 3월 하순의 오후,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다. 캄보디아에서도 동북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라타나끼리(Ratanakiri)주(州)의 작은 강변 마을에 도착했다. 미니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은 바로 나무 계단을 타고 강으로 내려가 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다시 계단을 올라와서는 그제야 강가에 앉아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웃음을 짓는다.

우리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왔다. 일본 단체인 메콩 워치(Mekong Watch)가 주최하는 현장 조사단으로, 이번 조사는 동북아 3개국이 메콩 지역의 개발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가를, 동북아 3개국의 시민사회와 언론이 살펴보고 연대 방안을 만들기 위해 꾸며졌다. 동북아 3개국 중에서,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은 아주 거칠게, 한국은 이제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형댐이 들어설 스레코 마을을 가다
 캄보디아 북동쪽 라타나끼리지방의 세개의 강(세산, 스레폭, 세콩)에 예정된 댐 건설 현황.
캄보디아 북동쪽 라타나끼리지방의 세개의 강(세산, 스레폭, 세콩)에 예정된 댐 건설 현황. ⓒ 3SPN

라타나끼리는 세콩(Sekong), 세산(Sesan), 스레폭(Srepok), 즉 영문자 S로 시작하는 3개의 강이 흐르는 지역으로, 20여개의 대형댐이 이미 지어졌거나 건설 중에 있고, 앞으로도 최소 26개의 댐이 지어질 예정이다. 댐 건설 뿐만 아니라 광산 개발, 대량 조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중국과 한국도 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 조사단이 방문한 강변 마을은 스레코(Srae Kor) 마을. 1800여명의 주민들이 세산강에 의지해서 살고 있다. 이 강에 중국이 투자해서 대형댐을 건설할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이 마을은 물속에 잠긴다. 세산강은 베트남에서 시작해 캄보디아로 들어와 흐른다. 베트남은 이 강에 오래 전부터 댐을 지어왔고, 하류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 주민들이 피해를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의 자본을 빌어 댐을 짓는다. 댐 이름은 '로우어 세산 2(Lower Sesan 2)'. 하도 세산강에 댐이 많으니까 낮은 곳에 짓는 두 번째 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설용량은 400MW로 대형댐이다.

나는 마을 주민집에 짐을 풀고 일행들과 세면도구를 챙겨 강으로 멱을 감으러 갔다. 마을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다. 강은 아름답고, 강 건너로 내려앉는 해는 멋진 노을을 만든다. 라타나끼리는 80%가 소수민족으로 라오족, 크룽족 등 9개의 민족이 살고 있다. 스레코 마을은 라오족이 산다. 마을 사람들은 당연히 라오어를 사용하고, 지금 라오스에 살고 있는 나는 몇 마디라도 마을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무척 반갑다. 여기 와서 라오어를 사용할 줄이야.

 캄보디아 스레코 마을 주민들은 세산강에서 멱을 감고, 또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캄보디아 스레코 마을 주민들은 세산강에서 멱을 감고, 또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 이선재

우리와 이야기 할 마을 사람들이 마을 중앙에 있는 작은 사원에 모였다. 3월 23일 저녁에는 16명, 계속된 24일 아침 모임에는 7명이 왔다. 댐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짠톤(Janthon)이라는 70세 할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부에서 댐을 지어야 하니까 이주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주하면 학교와 사원을 지어준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미 마을에 있는 것을 다시 짓는 게 무슨 보상이냐? 농토도 준다고 하는데 어떤 땅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농사지을 줄 모른다. 대대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는데, 이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2012년 11월 캄보디아 정부 승인에 이어 2013년 2월 캄보디아 국회의 댐건설 승인이 났다. 그렇지만 환경영향평가(EIA)가 국제수준에 미달하고, 주민들의 예상 피해 규모도 각 보고서마다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물고기 회유 대책이나 주민의 이주와 보상 대책 또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댐이 지어지면 메콩강의 물고기가 9.3%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일단 댐이 건설되어 전기를 생산하면 매년 290만 달러를 세금으로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세산강 상류에 댐이 많기 때문에 수량이 부족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을 고려할 때 그만한 수지타산이 맞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처럼 대형 댐을 짓는 과정은 완전히 밀어붙이기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해당 지역의 지방 정부도 개발 사실을 제대로 모른다. 그저 중앙정부에서, 아니 '국가'가 하는 일이니까 그냥 따라야 한다. 내가 지역 주민에게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고 정부가 주장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자 주민은 대답을 주저했다. 함께 있던 메콩 워치의 사무총장인 도이 토시유키(DOI Toshiyuki)가 "국가는 없다. 당신이 바로 국가의 일원이니까,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해라"라고 말하자, 주민들은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이주할 수 없다."

이 지역에서 산림과 강의 보존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현지 시민단체인 3SPN(3S Rivers Protection Network)은 주장한다.

"개발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발은 '모두를 위한 개발(Development is for All)'이어야 한다. 소수만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그 결과가 모두에게 공평히 돌아가야 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왜 외면하는 걸까?

모두를 위한 축제

 캄보디아 3S(세산, 스레폭, 세콩)강 주변에서 강과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3월 24일 축제를 열었다
캄보디아 3S(세산, 스레폭, 세콩)강 주변에서 강과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3월 24일 축제를 열었다 ⓒ 이선재

3월 25일에는 마을에서 축제가 열렸다. 행사 내용은 심각하지만 분명 축제가 맞다. 왜냐하면 사람, 술, 웃음소리, 넉넉한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노란색의 티셔츠를 입은 250명의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3S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 강과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함께 모여 작년 1년의 활동성과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모으는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

행사장에는 각 지역에서 가지고 온 특산물이 가득했는데, 그 중 이 지역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항아리술(한국의 동동주와 비슷한 형태)을 나누어 마시는 것으로 축제는 시작됐다. 내가 라오스에서도 종종 마시는 이 술. 빨대로 조금 빨아보니 쌉쌀한 맛이 났다. 스님들이 나뭇가지로 주민들에게 기원의 물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3S 지역의 개발 현황, 각 마을의 활동 보고, 그리고 외부 손님들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마지막에 행사에 격려차 참가한 지역 군수가 길게 연설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얼마나 잘못해서 변명할게 많으면 이렇게 말을 많이 할까?"

주민들 형편은 살피지 않고 중앙정부의 눈치만 살피는 군수에 대한 불만이다.

이어서 강으로 노란 물결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댐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높이 들고 강으로 행진을 했다. 강변에 도착한 노란 물결은 강의 '정령'에게 안녕을 고하고, 물고기를 방생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비록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의 넉넉함을 보여주는 '축제' 한마당이었다.

누가 개발에 책임을 지는가?

 캄보디아 3S(세산, 스레폭, 세콩)강 주변에서 강과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3월 24일 축제를 열었다. 이어 이들은 강 주변에 모여 댐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높이 들고 행진을 벌였다.
캄보디아 3S(세산, 스레폭, 세콩)강 주변에서 강과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 3월 24일 축제를 열었다. 이어 이들은 강 주변에 모여 댐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높이 들고 행진을 벌였다. ⓒ 이선재

캄보디아가 있는 메콩 지역은 한마디로 '개발'의 중심에 있다. 댐 건설, 대량 조림, 광산 개발이 개발의 주요 분야이고, 이를 위한 도로, 다리 등의 인프라 공사는 기본이다. 각국이 잘 살아보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기 저기 산하를 파헤치고 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발의 결과가 스스로 내건 슬로건처럼 모두가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발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개발의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발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더욱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메콩 지역의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일본, 중국, 한국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인식이 될까? 지역의 개발을 도와주는 나라일까? 아니면 개발의 나쁜 영향을 주고 가는 나라일까? 개발이 만드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느낄까?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공공부문은 개발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정부 뒤에 숨어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개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마구 밀어붙이는 무지막지한 정부 뒤에 숨어서 이익만을 채우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 한국이 와서, 중국이 와서 그렇게 한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나쁜 국가의 이미지를 남긴다. 정치, 경제나 안보의 논리로 남을 따라갔다가 두고두고 한국이 욕을 먹는 부끄러운 일이 있다. 오래 전, 바로 메콩지역에 있는 베트남에 총을 들고 갔던 일이 그 것이다.

댐을 건설하겠다는 '개발론자'들은 어디에나 널려있고, 그 개발을 막으려는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은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서는 댐건설을 두고 힘들고 거친 싸움을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이미 지은 엄청난 규모의 댐을 철거한다는 뉴스가 넘치고 있다.

 메콩워치 현지 조사단이 댐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구에 캄보디아 스레코(Srae Kor) 마을주민들이 모여 앉았다
메콩워치 현지 조사단이 댐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구에 캄보디아 스레코(Srae Kor) 마을주민들이 모여 앉았다 ⓒ 이선재

스레폭 마을 주민들과 조사단은 이틀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서 주민들의 삶과 의지를 나타내는 내용을 추렸다.

조사단: 만약 이주를 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겠느냐?
주민: 전통이 사라지고, 물고기가 없어지고, 보트타고 다녀야하고, 식수도 부족할거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헤어지고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집'은 단순히 '집'이 아니다. 삶의 전부이다. 만약 당신의 집을 부수고 이사하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마음이겠느냐?

조사단: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은가?
주민: 보상이 얼마간 되더라고 반대한다. 우리는 전통의 방식을 버리고는 살 수가 없다. 조상의 묘가 있는 곳, 우리가 태어난 곳을 버릴 수는 없다.

조사단: 그렇다면 주민들이 모여서 의논도 하고, 항의도 했나?
주민: 이 프로젝트는 도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 반대하기 어렵다. 만약 반대하면 '벌'을 받을 것이라고 도지사가 이야기했다. 우리들이 프놈펜까지 가서 정부 부처도 가고 중국대사관도 방문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관계자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조사단: 여기에 모인 사람은 모두 댐을 반대하나?
주민: 여기 모인 사람뿐만 아니라 주민 모두 반대한다. 단지 몇몇 사람은 무서워서 표현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조사단: 그래도 전기가 필요하고, 그래야 개발이 되는 것 아닌가?
주민: 댐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자들 것이다. 댐을 건설해서 전기가 들어오는게 무슨 소용이 있나. 그저 전등켜고 TV보고 하는 것뿐 아니냐? 우리는 전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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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재 라오스 왕위앙에 거주하고 있으며 AVAN(Asian Volunteer Action Network) 코디네이터와 ODA Watch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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