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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을 섬에서 촬영해 우리 집이 조만간 TV에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가족들에게 빠르게 확산되었다.

 

아이 : "와, 아빠 섬 할머니 집이 TV에 나오는 거야?"

아빠 : "그래."

아내 : "살다가 별일도 다 있네..."

 

완전 오지 섬마을 우리집...일밤 세트장 되다

 


일흔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낙(樂)은 여수에서 고향 섬집을 오가는 것이다.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어 자식들에게 반찬을 보내는 어머니는 아직도 일곱 자식이 다 밟히는 모양이다.

 

어머님이 보낸 반찬을 펼치면 아픈 다리를 끌고 갯가와 밭을 헤집고 다니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섬에서 300년을 이어온 우리 집은 다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올드(old)한 집이다. 우리 집에 깜짝 놀랄 만한 일이 터진 건 지난달 30일. 주말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일밤-아빠! 어디가?>가 우리 집을 비롯해 동네 5곳에서 촬영되었다.

 

여수에 속해있는 360여 개의 섬 중 하와도, 초도, 손죽도 등이 촬영지 후보에 올라 경합을 벌였다. 결국 동고지 마을이 선택됐지만, 이는 우리 마을이 '오지'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떤 곳일까?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반 가량을 가야 도착하는 안도 동고지 섬마을. 그곳은 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도 갈 수 있고, 돌산 신기마을에서도 갈 수 있다. 하루에 수차례 배가 있는 신기마을서 배를 타면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여천에서 내린다. 이후 차를 타고 안도대교를 지나면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길이 나온다. 마을 앞에 당도하면 확 트인 바다와 함께 작은 마을이 펼쳐진다.

 

지금은 딱 10가구만 남았다. 한때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혀 5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고기가 나지 않자 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났다. 이후 마을은 작아졌고 지금은 명맥만 잇는 수준이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해마다 여수에서 '동고지 어울마당 축제'를 통해 망향과 애향의 정(情)을 나눈다. 그나마 고향을 지키고 사는 청년(?)들이 있어 다행이다. 그들은 지금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마을 생기고는 처음...연예인 최대인파 다녀간 동고지 마을

 

 

동고지 마을의 자랑은 옛 모습을 간직한 '돌담길'과 바닷가 바위에 새겨진 '글쓴바위'다.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2세기 진시황의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러 남해안에 왔다가 망향의 서러움을 달래기 위하여 쓴 시라고 전해진다. 글쓴이 및 기록 연대와 내용 등에 대하여 밝혀진 바 없지만 300여자의 한시가 기록된 바위다. 안도당산(실존인물 '정'씨 할아버지)과 847년 옌닌의 입당구법 순례행기와 함께 안도의 유일한 기록 문명자료다. 마을 뒷산 당산에는 장정 4명이 둘러싸도 모자랄 넓이의 500년이 넘는 고목이 있다. 또 감성돔, 참돔, 볼락의 낚시 포인트는 사계절 조사들을 불러 모아 활기가 넘친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밤-아빠! 어디가?>는 오지마을을 찾아가 아빠와 자녀가 1박2일을 보내고, 이를 방송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현재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기록이 말해주듯 이 프로그램은 최근 도시생활에 찌든 이들에게 '힐링'을 선물한다. 아빠와 아이들의 대화 그리고 체험미션이 오지 섬마을에서 이루어진다. 출연자는 성동일·성준, 김성주·민국, 송종국·지아, 이종혁·준수, 윤민수·후가 출연했다. 30일, 31일 촬영장에는 연예인을 포함 스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는 마을이 생긴이래 최대의 인파가 모인 것이었다.. 배우 성동일의 말이다.

 

"제주도 촬영 때는 현지서 해물을 제공받아 식재료도 쓰고 먹기도 했는데 안도 와서는 직접 체험하고 수확해서 먹고 쓰니 대단해요."

 

배우들은 바지선에서 낚시를 하고 마을 앞바다인 삼섬이라는 무인도에서도 갯바위 낚시를 했다. 배우 김성주의 아들 민국군은 이날 장대낚시로 숭어 5자를 낚아 올렸다. 최대 낚시테크닉이 연출되는 순간이었다. 윤민수와 윤후 부자는 고기가 안 잡혀 무인도에서 갯것을 했다. 송종국과 지아, 이종혁과 준수는 동고지 자갈밭에서 갯것체험을 하면서 고동, 성게, 다시마, 톳, 미꾸라지 등을 수확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배를 타고 바다에서 고기잡이 체험도 했다.

 

동고지 마을을 방문한 이들을 안내하고 마을 역사를 소개한 이는 김성수씨다. 김씨는 시작부터 끝까지 제작과정에 참여했다. 낚시 기술과 포인트도 그가 직접 전수했다. 그는 촬영을 위해 생업인 민박장사도 미루고 봉사했다. 김씨는 "내가 도시생활 25년을 청산하고 귀향한 지 만 10주년이 되는 해로 더욱 뜻 깊다"는 소감과 함께 참여 후기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 마을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고 추진하는 행복(힐링)마을로 선정됩니다. 한옥 전통 섬마을로 다시금 태어날 것을 상상하니 10년 동안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천막을 치고 포장마차에서 한겨울 추위와 싸우던 시절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촉촉이 젖습니다, 우리 마을이 행복마을로 잘 꾸며져 삭막한 도시의 삶에 찌든 이들에게 힐링의 치유로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오지 섬에서 수고하신 MBC 제작진 여러분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한편 <일밤-아빠! 어디가?>안도 동고지편은 4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4시 55분 방영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일밤-아빠! 어디가?, #안도 동고지마을 , #김성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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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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