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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입사식을 가졌다.

입사식의 주인공은 전체 600명 중 1차로 6주간의 입문교육을 수료한 신입사원 200명. 이들은 1일부터 현대차 정규직 직원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입사식은 3월 29일 오후 5시부터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호텔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사식
 신입사원 입사식을 가졌다. 입사식의 주인공은 전체 600명 중 1차로 6주간의 입문교육을 수료한 신입사원 200명. 이들은 1일부터 현대차 정규직 직원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입사식은 3월 29일 오후 5시부터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호텔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사식
ⓒ 울산제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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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인 3월 29일 오후 5시, 울산 동구에 있는 유일한 특급호텔인 현대호텔에서는 현대자동차 신입사원 입사식이 화려하게 열렸다.

이날 부모 혹은 아내와 함께 입사식에 참여한 신입사원 200명은 현대차가 최근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가운데 신규채용한 600명 중 1차로 6주간의 입문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입사식 후 이들은 4월 1일부터 남들이 부러워하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대졸이 넘쳐나는 고학력 시대를 맞아 현대차 생산직 사원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고졸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꿈의 직장이다. 이런 회사의 정규직으로 입사식을 갖는 본인과 가족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습을 허탈감으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9일 현대호텔에서 열린 입사식에서는 신입사원 대표 한 사람이 편지를 낭독했는데, 그는 "합격 문자를 받고 아내와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감격했다고 한다. 이날 현대호텔에서는 신입사원과 가족들이 현대차 임원들과 테이블에 동석해 저녁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4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첫 출근한 이들에 이어 이번 신규채용자 600명 중 나머지 400명도 오는 8일과 15일 정규직 명찰을 달고 출근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영 개운치가 않다.

현대차는 이번 신규채용자를 비정규직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 중에서 선발해 뽑았다. 엊그제까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함께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루를 삼키며 일하던 다른 비정규직 동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노동계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80년대, 세계적인 3저 호황(저유가·저물가·저달러화)과 엔화강세에 힘입어 현대자동차의 사세는 급격히 확장됐다. 자동차 생산 주역인 고졸 생산직 사원들이 해마다 늘었다.

하지만 1997년 IMF를 맞아 직원들이 대량 해고된 후 회사 측은 수익 창출을 위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임금을 적게 줄 수 있는 비정규직을 늘여 나갔다.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단다"는 구도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조 반대 무릅쓰고 하청노동자 중 신규채용... 1일 첫 출근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지원을 마감한 1월 9일, 부분파업을 벌인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500여 명이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1월 23일 또다시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지원을 마감한 1월 9일, 부분파업을 벌인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500여 명이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1월 23일 또다시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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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이 절반밖에 안 되고 신분적으로도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들은 2003년 노조를 설립한 후 이의를 제기했고,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대부분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오랜 법적 다툼을 벌였다. 그러다 2010년, 2012년 대법원은 현대차 불법파견을 확정 판결했다. 비록 최병승씨의 대표소송이었지만 대법원은 자동차 공정 특성상 파견노동자는 있을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가해진 고통은 컸다. 지난 10년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노조활동을 한 비정규직 320명이 해고되고 32명은 구소됐다. 수배자 45명과 손해배상 가압류 수백억 원이라는 고통이 돌아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여전히 대법 판결을 이행하라며 170일 가까이 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철탑 농성을 하며 부르짖는 주요 요구가 현대차 회사 측의 신규채용 중단이다. 이번 신입사원 입사식을 통해 정규직 명찰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비정규직 노조가 처절하게 외치는 '신규채용 중단'의 그 당사자들이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냈다. 그 뒤 회사는 신규 채용에 하청노동자 5394명이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중 상당수가 비정규직 노조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노조는 "노동조합 지침을 어기고 신규 채용에 지원한 자는 울산· 아산·전주공장 3지회 조합원 1703명 중 296명이며, 이 가운데 울산공장 조합원은 1153명 중 200명이 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신입사원 600명 중 400명은 비조합원, 200명은 조합원으로 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 노조가 그동안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요구해왔던 '전원 정규직 전환'의 그 대상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지금도 철탑 위에서 신규채용 중단과 전원 정규직 전환을 부르짖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특급호텔에서 신입사원 입사식을 갖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런 모순,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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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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