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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부활절 연합예배', 낮에는 '2013년 계사년 불암산 산신제' 참석.

4·24 재보선을 25일 앞둔 지난 달 31일 서울 노원병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정태홍 통합진보당 후보,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나란히 위 행사에 참석했다. 부활절과 산신제, 어디 하나 어울리지 않지만 후보들은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두 손 모으고 기도했고, 산신제에서 빌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종교 자유를 인정한다. 특정 종교가 자신들 교리로 '이단'으로 정죄해도, 대한민국 법률을 위반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치인들도 종교를 가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종교 집회에 참석하는 것 역시 무조건 잘못이라고 비판할 수 없다. 하지만 참석만 하고 그냥 가버리는 모습은 몹시 불편하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거의 찼던 자리 이제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거의 찼던 자리 이제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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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일요일) 경남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자리가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명하다.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해 '귀빈'또는 '내빈'이란 이름으로 소개 받은 후, 예배도 드리지 않고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부활과 예수는 오간 데 없고, 일명 지역유지라는 시장,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이 자리를 차지 했다가 가버리는 부활절 예배에 참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배순서에는 분명 '내빈소개'가 맨 끝이었는데, 내빈소개를 가정 먼저했다. 그리고 당연하듯 갔다. 그럼 두 시간 이상 예배에 참석하는 신자들은 무엇인가? 시간이 바빠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댈지 모르겠다. 그럼 참석하지 않으면 된다. 부활절 예배가 시장과 국회의원 인사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과 국회의원들 '표'를 의식하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신자도 아닌데 같은 날 여러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것 불편할 것이다. 지금 진주는 진주의료원 폐업 때문에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가난한 환자들과 보호자는 갈 곳이 없다. 그렇다면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이창희 시장과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진주갑)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진주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해 홍준표 지사를 만나고, 노조와 환자를 만났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진주시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모습
 진주시내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모습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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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실내체육관에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모습.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 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도 있었다.
 진주실내체육관에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모습.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 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도 있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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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대출 의원은 지난 달 7일 김재경 의원(진주을)과 함께 진주의료원을 방문 노조와 간담회를 통해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폐업 결정에 앞서 지역 국회의원에게 한 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홍준표 지사 폐업 결정을 철회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주의료원 직원과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신분보장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해 폐업 결정을 받아들이는 듯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이들 의원이 진주의료원 폐업 대책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놨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진주의료원까지는 포털 다음 지도에서 직선 거리로 750m밖에 안 된다. 걸어 10분 거리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참석할 시간이 있고,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대책을 세울 시간은 없는 모양이다.

진주만 아닐 것이다. 부활절 예배가 더 이상 지역국회의원과 단체장들 인사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가 신자라면 개인자격으로 예배에 참석하면 된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사람들을 더 감동 시키고, 표를 얻는 데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태그:#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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