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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를 새로 입힌 산소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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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예뻐요. 매형 수고 많으셨어요."

올케와 남동생이 침이 마르도록 남편에게 찬사를 쏟아낸다. 남편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뭐" 하며 쑥스러워한다.

"아니야, 이건 당신 아니면 이렇게 못했어. 정말 잘했다. 아주 예뻐. 엄마가 좋아하시겠다" 하고 내가 칭찬하자 "네, 마음이 다 후련해요" 하며 올케가 한마디 거든다.

3월 마지막 날, 한식을 며칠 앞두고 용인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갔다. 이번에는 우리들이 직접 잔디를 새로 입히자고 합의를 했다. 그동안은 산소에 뫼를 입히는 것은 관리인에게 맡겨었다. 이날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해서 운전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남동생은 전날 미리 묘지 한 기에 잔디를 2평 정도 사놨다고 한다. 하여 난 "2평이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하고 말했다. 남동생은 "나도 잘 모르는데 화원에서 그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한다. 그때까지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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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가 모두 벗겨진 부모님 산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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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가지고 간 잔디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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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에 도착하자마자 사온 잔디를 꺼내었다. 남편은 "처남이 잔디 중에 이만큼은 반으로 자르고 나머지는 모두 삼각형으로 잘라. 이렇게" 하며 시범을 보여준다. 동생이 "형, 이렇게 잘라서 하는 거예요?" 하고 묻자, 남편이 "응, 그렇게 잘라서 입히는 거야" 한다. 우리 모두는 남편이 하라는 대로 잔디를 잘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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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소를 덮고 있던 흙을 파내고 있는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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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산소 위에 있던 흙을 계단식으로 퍼내기 시작한다.

"어? 그 위에 바로 잔디를 입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파내고 하는 거야?"
"이 위에 잔디를 입히면 비 한번 오면 모두 흘러내려."

남편이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그말이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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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층 한층 잔디를 입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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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모양을 갖추어 가는 산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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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으로 흙을 파낸 위에 마사와 배양토, 왕사를 섞어 얇게 깔고 그 위에 반으로 자른 잔디를 올려놓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완성이 되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나머지 우리들은 남편이 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당신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정말 꼼꼼하게 하시네요."

그리고 세모로 자른 것은 귀퉁이에 올려놓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일을 하다보니 사온 잔디로는 모자라 그곳에 있는 잔디를 가져다 마무리를 했다. 잔디를 모두 올려 놓은 후 삽으로 꼭꼭 다져주었다. 비가 와도 잔디가 흘러내리지 않게 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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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작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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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궁금한게 있어. 이렇게 하는 거 어디에서 배웠어?"
"어디서 배우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입힐 때 알았지."
"오늘 당신 못 왔으면 하긴 했어도 나중에 다시 해야 할 뻔했네."
"네, 누나 말이 맞아요. 저도 네모난 잔디를 그냥 올려 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내심 우습기도 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만 해도 우스웠다. 남동생과 올케는 무척 마음에 드는지 얼굴에서 웃음이 끝이질 않았다. 그러면서 올케가 말했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여기에 함께 올 때면 그러셨잖아요. '니들 오면 나 여기 앉아 있을 테니깐 그렇게 알아라'."
"그래 맞다 그러셨어. 나도 생각나네."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좋아하시는 모습도.

"엄마 오늘 좋으시죠? 새 옷으로 깨끗하게 갈아입으셔서."

나무 위에도 물꽃이 활짝 피어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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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소위에 있는 나무에 물꽃이 활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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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새옷을 입은 부모님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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