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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입구에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 학교비정규직노조 출범을 축하합니다. 근로복지공단 입구에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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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차별과 억압, 불안정 노동의 고통스런 나날을 걷어내고 당당한 교육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뜻 깊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울산지부 출범을 선포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시작의 길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바라는 모든 분들을 초대합니다.'

조합원은 아니지만 저도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입니다. 취직할 때 면접과 채용은 학교 교장이 하고 월 급여는 교육청으로부터 받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참 희한한 채용과 사용체계가 바로 교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니다.

출범식은 3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삼산동 근로자복지회관 1층 공연장에서 한다고 해서 길치인 저는 길가는 다른 분들께 물어물어 찾아 갔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길죽한 탁자를 놓고 뭔가를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오늘 행사를 알리는 선전물과 조끼, 손수건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대부분 여성들이었습니다. 저를 노조 조합원으로 아는지 행사진행 여성이 저에게 조끼를 입으라 주었습니다. 조끼는 분홍색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출범식 준비를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수고했습니다.
▲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출범식 준비를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수고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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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가입을 위해 힘쓰고 있었습니다.
▲ 학교비정규직노조 울산지부 출범 선전물 전국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가입을 위해 힘쓰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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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공연은 출범을 알리는 힘찬 북소리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개회선언을 하고 연대단위 소개와 대회사, 축사, 연대사로 이어졌습니다. 출범식을 끝내면서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조합원 모두와 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출범을 알리는 힘찬 북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 식전 행사 출범을 알리는 힘찬 북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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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단단한 침묵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한 만큼의 대가도 받지 못하였으며, 당당한 교육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고통과 차별의 나날들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물과 설움의 나날들을 던져버리고 고통과 좌절을 뛰어넘어 당당한 교육의 주체로, 자신감있는 노동자로 우뚝 설 것이다.

교육의 한 주체인 교육노동자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기 위해 우리들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람답게 살기위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울산지부 출범을 선언한다. 오늘 우리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울산지부를 출범하며, 우리의 투쟁의지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울산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내가 바로 주인이고 내가 바로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조합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해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학교, 지역, 직종의 차이를 극복하여 하나로 단결하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힘차게 뭉쳐나갈 것을 당당하게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저임금과 차별의 굴레를 벗고, 노동이 존중받는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깃발아래 교육공무원 쟁취, 호봉제 쟁취 투쟁, 2014년 민주진보교육감 당선을 위한 투쟁에 앞장설 것을 선언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 울산지부를 이끌 임원진.
▲ 학교 비정규직 노조 울산지부 임원상집. 학교 비정규직 노조 울산지부를 이끌 임원진.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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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식이 끝나고 곧이어 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청년시절, 결혼과 출산, 아이 뒷바라지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든 엄마. 학교 식당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12년 일하다 정리해고, 어느덧 아이가 커서 직장에 취업하나 자동차 내 하청업체 비정규직. 대를 이어지는 비정규직을 없애자고 나선 노동자들..... 연극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우리 자식에게 비정규직 일자리 물려주기 싫어서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엄마가 12년간 학교 식당 비정규직 다니다 정리해고 당하고 아들이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로 나설수 밖에 없는 현실을 연극으로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중년 여성분께 왜 노조활동을 하는지 물어보니 자신보다 자식들을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연극의 그 부분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마치 연극이 저의 이야기를 하는거 같았습니다.

저도 햇수로 2년이 되어 갑니다. 저는 학교에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지켜본 그 일자리. 나이든 분이 화단을 관리하고 교실에 와서 의자를 수리 해주곤 했던 그 분 같은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분의 소개로 제가 사는 동네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 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면접을 보고 채용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려 하자 저는 계약해지 되었습니다.

"퇴직금 안주려고 1년 되기 전에 자릅니다."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정규직 주문관에게 그런 정보를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내쫓길만한 나쁜 일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교육청에서 정규직을 발령 내버렸습니다. 저는 아무런 하소연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계약날로부터 정규직 발령날 때 까지만' 일하기로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저는 일당받고 일하는 일용직이었던 것입니다.

지난해 7월초 저는 토시하나 틀리지 않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다시 다른 학교에 들어가 일하고 있습니다. 2년째 되어도 제 일당은 5만3160원 똑같습니다. 정규직이야 호봉도 오르고 급여도 오르고 수당도 있고 성과금도 받아 챙기고 공무원 복지혜택을 두루 적용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인 저는 일당 이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행정실 문앞엔 자랑스럽게도 제 사진과 이름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 앞에 이렇게 쓰여 있기도 하지요. '대체근무자'

엄마도 그 아들도 비정규직이 되는 현실을 풍자했습니다.
▲ 비정규직 처지를 풍자한 연극 엄마도 그 아들도 비정규직이 되는 현실을 풍자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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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원의 대체인력일 뿐인 저는 공무원도 아니고 준 공무원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위공직자나 일반직,정규직에게 부려먹히다 교육청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정규직 발령 내버리면 하루 아침에 짐보따리 싸들고 집에 가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는것에 불과합니다.

저는 학교비정규직노조에 가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짜피 1년을 3일 놔두고 또 출근 정지 당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마다 청렴교육을 강조하는 교육계가 '인간차별과 노동착취' 그 두가지 이유 뿐인 비정규직 노동제도를 강화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고용불안에 떨면서 대체인력으로 사느니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사람답게 살고싶다"고 그분들과 함께 투쟁이나 시작 해볼까' 하는 고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비정규직노조, #울산지부, #여성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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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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