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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완제품을 수입해서 올해 6월 하순 정도에 시중 가격보다 10%(약 200원) 싼 가격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 정유시설을 가지는 사업단계에 가면 20% 싼 석유를 팔 수 있게 됩니다."

일사천리였다. 이태복 국민석유주식회사(아래 국민석유) 이사의 설명과 사업계획 동의 요청에 장내에 있던 주주 200여 명은 박수로 화답했다. 1인당 100만 원씩 이 회사의 주식을 약정한 사람들이었다.

'시중보다 20% 싼 기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1200여 억 원의 약정금을 모은 국민석유가 21일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창립 발기인대회를 열고 법인을 설립했다. 국민석유는 이날 총회에서 이사 5명을 선출하고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3단계에 걸친 단계적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완제품 수입 판매부터... 6월 말부터 공급"

 21일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석유주식회사 창립발기인 대회에 참가한 주주들이 준비한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1일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석유주식회사 창립발기인 대회에 참가한 주주들이 준비한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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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는 석유 완제품의 수입 판매다. 4월 초까지 증자를 해서 자본금을 3000~5000억 원 마련한 후 전국 50개 정유소를 통해 수입한 석유를 팔겠다는 것이다.

이태복 대표이사는 "어떻게 완제품을 수입하는데 10%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느냐는 의문들이 많은데 이미 공급선은 어느 정도 만들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적당한 공급선이 정해지면 석유 제품을 가져와서 환경단체와 언론사들 참석 하에 품질 검증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국민석유의 석유를 파는 주유소가 100개로 확장되면 외산 석유 반제품에 첨가제를 넣어 유통하는 2단계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를 통해 싼값에 석유를 유통시킬 때 이와 비슷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국민석유 측은 2단계에서는 4대 정유사에 비해 15% 싼 석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3단계는 원유를 들여와 자체 정제시설을 거쳐서 만든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인터넷 약정 공모에서 약속한 '20% 싼 기름'은 3단계에서 완성된다는 게 국민석유의 설명이다. 국민석유는 이날 비싼 중동산 중질유 대신 저렴한 캐나다, 시베리아 산 저유황원유를 도입해 원가를 낮추고 배당금이나 불필요한 추징금을 물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면 낮은 가격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친환경 정유공장 건설은 오는 2017년까지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이사는 "당초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완제품 수입부터 시작하면 초기비용이 많지 않아 증자만으로도 자본금 충당이 가능하다"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3단계까지 진행되면 정유 4사도 기름값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취지라 참여... 못 받아도 상관없다"

 21일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석유 창립발기인 대회에 온 발기인들이 준비된 명찰을 수령하고 있다.
 21일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석유 창립발기인 대회에 온 발기인들이 준비된 명찰을 수령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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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석유 발기인으로 참여한 주주는 총 381명. 발기인에는 소설가 조정래씨를 비롯해 이윤구 전 적십자사 총재,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 이팔호 전 경찰청장, 김정헌 전 민예총 이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발기인이 되려면 1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납입하고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를 가져 오는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날 현장에 모인 발기인들은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 출력해온 주민등록 등본을 놓고 발기인 승낙서를 쓰던 김희준(40)씨는 "건설 법인대표로 일하고 있는데 월 기름값이 100만 원 정도 든다"면서 "서민에게 싼 기름 공급하자는 회사 취지에 공감해서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 발기인 중에는 100만 원이라는 납입금을 내기 위해 몇 달을 모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향복(68)씨는 "60세 넘으니 경제활동도 하기 어려워 자식들이 주는 돈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면서도 "석유 값이 너무 비싸고 좋은 취지니까 매달 20만 원씩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민석유의 사업의 현실성 여부에 대한 지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유업계에서는 정제설비 건설에 수조 원이 들고 캐나다, 시베리아산 저유황원유의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석유의 '20% 싼 기름' 구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광주에서 올라온 오계열(44)씨는 "돌려받거나 이익을 남기거나 하는 생각이 없다"면서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충북 진천에서 올라온 정호순씨 역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 회사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인데 더 많은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으면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발기인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석유#이태복#정유4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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