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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진선미 진성준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주영 회장, 참여연대 장유식 행정감시센터 소장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개입 근절을 위해 입법청원한 국정원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진성준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주영 회장, 참여연대 장유식 행정감시센터 소장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개입 근절을 위해 입법청원한 국정원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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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지시말씀)이 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설령 백보를 양보해서 '종북'을 입에 올리는 보수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원세훈 원장의 지시 중 상당 부분이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고유 업무로 보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19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장유식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는 최근 논란이 된 원세훈 국정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지시 의혹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국내정보 수집 권한과 수사권을 분리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청원한 바 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의 이른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25개 항목을 꼼꼼히 뜯어 본 후, 국정원법에 명시된 직무범위를 넘어선 명백한 정치개입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 변호사는 특히 "현행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한정적·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런 전제에서 보면 국정원이 원 원장의 지시가 직무범위 내에 있는 합법적 활동이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궤변이고 물 타기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장 변호사는 또 "국정원법에는 정치활동 관여 금지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지만, 직무범위를 벗어난 활동을 했을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어 국민의 기본권이 언제든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심리전, 결국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여론공작이나 세뇌 불과"

다음은 장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장유식 변호사(자료사진).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장유식 변호사(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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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중 가장 문제점을 지적될 부분은 무엇인가.
"국정원이 직무 범위를 넘어서서 정부사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국정홍보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세종시 문제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4대강 사업 등은 모두 국가정책과 관련된 사안으로 찬성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이 모두 존재한다.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고 토론이 진행되어야 하는 사인인데,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 세력이라고 한다면 국정원에서 말하는 심리전은 결국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여론공작이나 세뇌에 불과한 것 아닌가."

- 직원들에게 정치사회 현안에 적극 대응하도록 지시한 원세훈 원장의 지시 내용이 공개된 후, 국정원은 "정당한 업무 지시"라고 반박했다.
"국정원법 3조는 국정원의 직무를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국가 기밀, 형법 중 내란·외환죄, 군형법 중 반란죄, 국정원 직무 관련 범죄 수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보안정보인데, 보안이라는 말도 애매하긴 하지만 괄호 안에 있는 항목은 열거적·제한적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 빌미가 되는 부분이 보안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인데, 이것은 국정원이 얘기하듯이 그냥 일반적인 국내 정보가 아니라 아주 제한적 보안정보라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 전제에서 보면 원 원장의 지시가 직무범위 내에 있는 합법적 활동이었다고 국정원이 설명하는 것은 궤변이고 물 타기에 불과하다."

- 원 원장 지시를 항목별로 뜯어보면 어떤 문제점이 보이는가.
"2010년 2월 19일자 지시는 '지방공직자들의 비리가 심각한데, 국민들이 볼 때는 정부의 비리로 생각하므로 (국정)원이 토착비리 근절에 앞장서야 함'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방공직자들의 비리 문제를 안보 문제하고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부패문제가 안보문제라고 보는 인식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 지시는 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해서 국정원이 정보 조사해가지고 어디다 넣고, 그걸로 협박하고 뭔가 군기 잡는 자료로 사용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쓰겠다'라는 말일 수도 있지 않은가. 지방 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이용해서 정말 개인적인 약점들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또 2012년 4월 20일에는 '이번 선거 결과 다수의 종북 인물들이 국회 진출함으로써 국가정체성 흔들기, (국정)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할 것'이란 지시를 내렸는데, 이것은 국회라는 대의 민주주의 기구의 기능 자체를 무시하는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2012년 9월 21일 지시를 보면 '최근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 시 종북좌파들이 행사장 앞에서 방해활동, 국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음'이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종북좌파'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제주해군 기지 건설에 반대한다고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것은 국책사업에 대한 반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또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사업, 한미 FTA 등 찬반 여론이 모두 존재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지시는 마치 국정원이 국정홍보처 역할을 하는 형태로 정부 추진 사업에 앞장선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부분들은 보수층과 토론을 벌인다고 해도 그들도 말이 안 된다고 할 만한 내용들이다."

- 지난 14일 국정원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면서 개혁의 핵심은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국정원이 가장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수사권이다. 수사권이 없다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힘이 없어진다. 사실 우리 입장은 정말 아낌없는 투자를 해서 국정원이 본연의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치의 게슈타포(Gestapo)나 구 소련의 KGB처럼 수사권을 가진 비밀경찰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정예 정보기관이 되려면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했을 때, '당신들은 게슈타포나 KGB만 가지고 있던 비밀경찰 기능을 50년 동안 유지 해왔는데, 이것은 당신들이 싫든 좋든 언제든지 비밀경찰로 변할 수 있는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검찰이나 경찰을 통해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후 수사권을 이양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점차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태그:#국정원, #장유식,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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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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