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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연천은 오늘 새벽부터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함박눈으로 변해가며 이 시각(오전 11시 25분)까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중국 당나라 시대  동방규(東方叫)의 시가 떠 오르는 봄 날입니다. 봄은 왔는데 동장군이 아직 봄을 시샘하는 모양입니다.

임진강 주상절리에 내리는 눈
▲ 춘설 임진강 주상절리에 내리는 눈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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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에 눈이 만다라 꽃러럼 쏟아져 내린다.
▲ 춘설 임진강에 눈이 만다라 꽃러럼 쏟아져 내린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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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은 금굴산을 돌아, 주상절리에 눈꽃송이를 뿌리고, 나무를 적시고, 텃밭을 적시며, 온 누리에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푸른 보리밭에 내리는 눈은 꽃비처럼 보입니다.

푸른 보리밭에 꽃비처럼 내리는 눈
▲ 춘설 푸른 보리밭에 꽃비처럼 내리는 눈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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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에 내리는 눈은 검은 적벽과 대조를 이루며 수만 송이 만다라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얀 연꽃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상절리 적벽에 춘설이 꽃비처럼 휘날리고 있다
▲ 춘삼월에 내리는 함박눈 주상절리 적벽에 춘설이 꽃비처럼 휘날리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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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임진강에 내리는 눈송이는 맑은 물에 반사되면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꽃 송이가 그 곱절을 이루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강물에 반사되어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푸른 임진강에 쏟아져 내리는 눈이 반사되어 마치 강물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춘설 푸른 임진강에 쏟아져 내리는 눈이 반사되어 마치 강물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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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난 마늘과 시금치들이 봄을 맞이하여 쑥쑥 올라오다가 당황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잠시 봄을 시샘하는 것으로 생각을 해야겠지요. 다행이 눈은 쌓이지 않고 대지에 닿자마자 곧 녹아버리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이란 말은 원래 고달픈 인생살이를 비유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마치 요즈음 남북한 상황과 새로 시작되는 어지러운 시국상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나라 즉천무후 때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지은 이 시는 원래 중국 전한의 궁정화가(宮廷畵家)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초상화를 일부러 잘 못 그림으로써 흉노족의 선우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왕소군(王昭君)의 심정을 대변하여 지은 시입니다.

임진강 주상절리에 내리는 눈
▲ 춘삼월에 내리는 함박눈 임진강 주상절리에 내리는 눈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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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아직도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막 피어나려고 하던 산수유도 눈을 맞고 움츠려 드는 것 같습니다. 때 아닌 춘설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춘래불사춘'을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봄날입니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함박 눈은 머지않아 그칠 것입니다. 하루 속히 남북관계도 정상화되어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춘래불사춘, #함박눈, #임진강의 봄, #동이리 주상절리, #금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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