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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구정봉
 월출산 구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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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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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월출산 산행에 나섰다. 산은 늘 그곳에 있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았다. 월출산도 그냥 그대로 있었다. 국립공원 월출산, 거대한 기암절벽이 온 산에 가득한 남도의 명산이다. 바위의 모습이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산이다. 가수 하춘화 때문에 더 유명해진 영암 월출산이다.

이른 봄 산의 모습은 적막 그 자체라고나 할까? 가는 길 들은 완연한 봄빛인데, 산은 아직도 벌거벗었다. 오르는 길목에 보이는 생강나무꽃이 노랗고, 바닥에 제비꽃이 고개를 내밀고, 푸른빛 동백나무 잎 사이로 붉은 동백꽃들이 몇 송이 보이지만, 온통 바위로 가득한 월출산은 아직도 침묵으로 가득하다.

월출산 등반 코스는 종주코스로, 천황사지에서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 도갑사로 내려가는 코스(8.7km)가 있다. 천황사지에서 천황봉까지가 너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오르기 가장 어려운 코스이다. 조금 쉬운 코스로는 천황사지에서 구름다리 밑을 지나 바람폭포를 거쳐 천황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다. 더 쉬운 코스가 있다. 월남이라는 곳에서 금릉경포대에서 출발하여 바람재를 올라 천황봉에 오르는 것이 가장 쉬운 코스이고, 역으로 도갑사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올라 천황봉에 올라 천황사지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월출산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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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바위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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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토요일, 풀꽃산행팀 13명과 함께 월출산 산행을 위해 오전 9시에 국립공원 월출산 관리사무소가 있는 천황사지 입구에 도착했다. 천황사지에서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가는 길은 약 3.1km다. 월출산 종주하는 사람들이 주로 출발하는 곳이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약 1.4km 정도 오르는데 경사도가 매우 심하다. 등산 시작부터 등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의 난코스다.

오전 10시에 구름다리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숨막히는 오르막길이어서 몹시 힘들었다. 구름다리까지 30~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구름다리는 참 시원하게 놓여 있다. 월출산의 명물이다. 이 구름다리는 2006년 5월 다시 놓았다. 지상에서 120m 높이에 놓여 사자봉과 매봉을 54m로 연결하고 있다. 원래 1978년에 놓았던 다리가 낡아 다시 쇠다리로 튼튼하게 놓은 것이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줄기들이 온통 바위덩어리다. 영암의 넓은 들과 산줄기, 골짜기, 저 멀리 무등산까지 가깝게 보인다. 구름다리를 건너 어느 정도 오르던 길은 사자봉(668m)을 옆에 끼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급경사를 내려가서 다시 오르는 것은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코스가 난코스라는 것이다. 나무숲을 지나는 사람들은 우람한 나무들을 올려다보고 지나가지만, 이곳에선 우뚝 솟은 바위들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월출산 천황봉에 오른 등산객들
 월출산 천황봉에 오른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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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0분 천황봉(809m)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 힘든 얼굴은 사라지고 하늘같이 맑은 얼굴이다. 등산이라는 것이 이렇게 좋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사방이 보인다. 멀리 영산강 줄기가 유려하다. 논밭들은 아직 그대로이지만 어떤 곳은 푸른빛이 진하게 감돈다.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낮 12시 40분 다시 출발하였다. 구정봉을 거처 도갑사까지 5.6km를 가야 오늘의 산행이 끝난다. 점심을 먹은 발걸음은 가벼워야 하는데 오히려 무겁다. 조금 쉬었고, 또 점심을 먹어서 몸이 둔해진가 보다. 천황봉까지 오르는 길의 바위들은 뾰쪽한 모양들이 많았는데 천황봉에서 도갑사 쪽으로 가는 길의 바위들은 둥글둥글한 모습들이 많다. 꼭 빵들을 포개놓은 형상들이다.

예로부터 산자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경외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라는 뜻의 동석(動石) 3개가 있었는데, 중국 사람이 이 바위들을 산 아래로 떨어뜨리자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 바위가 바로 신령스러운 바위 영암(靈岩)인데, 이 동석 때문에 큰 인물이 많이 난다고 하여 고을 이름을 영암이라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설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바위 형상이 무엇과 그 이미지가 비슷하면 바위에 그 무엇의 이름을 붙이곤 한다. 바위에 이미지가 비슷한 이름을 붙여 느끼고 감상하고, 감탄하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중국의 황산도 바위마다 갖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월출산을 등반하다 보면 이렇게 붙여진 이름들이 많다. 구정봉으로 가는 길목에 돼지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가 있다. 그래서 돼지바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냥 붙인 이름인 것 같다. 돼지 모양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딱 보이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지고 결국은 비슷하다는 말들이 오고 가다 보니 결국 돼지바위라는 이름까지 얻은 것이리라.

월출산 돼지바위
 월출산 돼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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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장군바위
 월출산 장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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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바위도 마찬가지다. 천황봉에서 바람재를 지나면 우락부락한 사람 모양을 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이목구비의 형태와 머리 위 투구 모양이 마치 월출산을 지켜주는 장군 같다고 하여 장군바위라고 이름을 붙였단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장군의 모습이 뚜렷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를 가나 신기하게 사람의 성기 모양을 한 바위들이 많다. 특히 남성의 성기 모양을 바위들이 많은데 이를 남근석이라 이름 붙인다. 월출산도 바람재를 지나는 길목에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더욱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하는 것이 있다는데, 봄이 되면 남근석 상단에 붉은 철쭉이 피어 신비하다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또한 이 남근석은 건너편 배틀굴을 마주보고 있다.

월출산 남근석과 배틀동굴
 월출산 남근석과 배틀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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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바위 옆에 굴이 뚫린 바위가 배틀굴이다. 임진왜란 때 근방에 사는 여인들이 난을 피해 이곳에 숨어 들어 배를 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굴의 깊이는 약 10m 정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물이 고여 있는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다.

이 굴을 밖에서 보면 여자의 성기 모양처럼 보인다. 더구나 굴 안에 조그맣게 물이 고여 있어서 사람들은 음수(陰水)라고 하고, 또 이 굴의 모양이 꼭 여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음혈(陰穴) 또는 음굴(陰窟)이라고 하였단다. 여성의 성기 모양의 굴이 남근석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하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 두 바위를 보고 류경식씨는 "참 자연의 신비가 오묘한 것 같아요. 보통 남근만 우뚝 솟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월출산의 남근석은 음굴과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특이한 것이지요. 자연의 알 수 없는 조화라고나 할까요?"라며 신비스런 바위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남자의 성기로 보이든, 여성의 성기로 보이든 간에 바위는 그냥 바위인데 사람들이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구정봉(705m)도 신비롭다. 장군바위 위로 올라가면 아홉 개의 작은 웅덩이가 파여 있고, 그곳에는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바위 위에 파인 아홉 개의 웅덩이에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웅덩이에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도 남아 있다. 구정봉 웅덩이에 반사되는 천황봉의 모습도 신비롭다. 일출 때에는 구정봉 웅덩이에 반사되는 해를 찍으려는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기도 한단다.

구정봉을 지나 향로봉 옆을 지나 억새밭을 지나 도갑사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다. 도갑사로 내려가는 계곡에 물이 흐르기 시작하여 도갑사 근방 계곡에는 많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된다. 여름 피서객들이 좋아할 계곡인데 국립공원이라서 안타까워한다고 한다. 그래도 하산 길의 시원한 물소리가 피곤을 몰아낸 것 같다.

월출산 도갑사 석조
 월출산 도갑사 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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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도갑사 입구 팽나무
 월출산 도갑사 입구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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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0분 도갑사에 도착했다. 대웅전이 우람하게 서 있다. 대웅전 앞에 커다란 석조가 명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유인데, 돌로 판 구유다. 길이가 467cm, 폭이 116cm, 높이 85cm나 되는 거대한 돌그릇이다. 마치 통나무배와 같은 모양인데 숙종 8년(1682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물 한 모금 마셨더니 너무 시원하다.

도갑사를 나와 다리를 건너니 아주 오래된 나무가 용틀임을 하고 있다. 450여 년 된 팽나무로 나무 둘레가 4.4m이고, 높이는 8m 정도 된다고 한다. 위로 뻗은 것이 아니라 옆으로 용틀임을 하며 뻗어 있어서 시원함보다는 나무가 살았던 진한 그 무엇이 마음속에 용틀임한다.


태그:#월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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