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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옴보에서 에드푸까지 이어진 나일강 풍경

 나일 크루즈선
 나일 크루즈선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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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으로 돌아오니 오전 8시 45분이다. 승선 인원을 확인하고 배가 바로 출발한다. 다음 목적지는 에드푸다. 콤옴보에서 에드푸까지는 60㎞다. 이 구간은 낮에 지나간다. 그러므로 나일강 주변의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강변으로는 갈대밭이 무성하다. 주변에서 소와 낙타가 일을 하기도 하고 풀을 뜯기도 한다. 물가에는 해오라비, 오리, 가마우지 등이 놀고 있다. 나일강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증거다.

우리는 크루즈선 5층 선 데크에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 이곳에는 수영장이 있지만 아직 기온이 높지 않아 수영하는 사람은 없다. 외국인들은 카우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거나 책을 읽는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햇볕을 피해 파라솔 아래 앉아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눈다. 나일강변에는 녹지가 많은 편이지만, 곳곳에 황량한 모래 언덕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떤 곳에는 야자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때때로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운행하는 크루즈와 유람선을 만난다. 우리는 이들과 손짓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나일 크루즈의 기관사
 나일 크루즈의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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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물고기를 잡는 어선도 보인다. 이들과는 거리를 두고 배가 운행하기 때문에 어떤 어종이 잡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일강을 여행하면서 붕어와 잉어 종류가 많이 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또한 오전 11시께 매니저의 안내로 크루즈 앞에 있는 조타실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선장과 기관사가 있다. 기관사는 의자에 앉아 책상다리 자세로 키를 조정하고 있다. 키라고 해서 운전대처럼 둥근 것이 아니고 밀고 당기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조타실에는 접이식 침대가 있어 3박4일 또는 7박8일 이곳에서 살도록 되어 있다.

에드푸 신전 가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마차행렬

4시간 30분 동안 크루즈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나일강 풍경도 구경하고 점심도 먹고 나니 벌써 오후 1시다. 주변에 녹지가 펼쳐지는 듯하더니 15분 후 도시에 도착한다. 이곳이 에드푸(Edfu)다. 에드푸는 나일강 서쪽에 발달된 도시로 인구가 6만명쯤 된다. 우리가 찾아갈 에드푸 신전은 선착장에서 5㎞쯤 떨어져 있다. 그래서 3명이 한 조가 되어 마차를 타고 신전까지 가기로 계획이 되었다.

 에드푸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는 마차들
 에드푸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는 마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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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지 선착장에는 마차들이 줄지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배를 내려 마차를 타고 나일강을 따라 가다 시내로 들어선다. 우리의 군청 소재지쯤 되는 시내에는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아랍어를 안다면 상호와 업종을 알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가끔 영어로 된 삼성 휴대폰 대리점이 보여 반갑다. 오후 1시 45분에 마차는 에드푸 신전에 닿는다. 여기서 신전까지는 또 500m쯤 걸어 들어가야 한다.
 
입구에서 우리는 화강석으로 만든 스핑크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미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검은 차도르 차림의 아랍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쓴 히잡의 색깔은 화려한 편이다. 에드푸 지역에서 만난 여인은 대부분 차도르 차림이다. 조금 더 들어가니 마미시(Mammisi) 신전이 나타난다. 마미시 신전은 여신 하토르에게 헌정된 신전이다. 그것은 신전 기둥머리에 조각된 하토르 여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미시 신전
 마미시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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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시는 콥트어로 탄생지 또는 생가라는 뜻이다. 신전이 그와 같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이곳에서 하토르와 호루스 사이의 아들 하르솜투스(Harsomtus)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곳은 아기를 가진 여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마미시 신전은 프톨레마이오스 9세 때 세워졌다. 당시에는 하토르를 위한 독자적인 신전이었으나, 지금은 호루스 신전의 부속신전 같은 느낌을 준다. 마미시 신전을 지나 동북쪽으로 60m쯤 가면 호루스 신전의 입구에 이르게 된다.

에드푸에 있는 호루스 신전

호루스 신전 입구로 들어가면 폭이 79m 정도 되는 커다란 마당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우리는 탑문을 바라보며 잠시 신전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호루스 신전은 프톨레마이오스 3세 때인 기원전 237년 짓기 시작했고,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때인 기원 전 57년에 완성되었다. 현재 호루스 신전은 동서 길이가 79m, 남북 길이가 137m인 남북방향의 신전이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는 신왕국의 람세스 시대에 세워진 동서방향의 작은 신전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굴을 통해 확인되었다.

 호루스 신전 탑문의 부조
 호루스 신전 탑문의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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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마제국의 테오도시우스 1세 때 기독교가 국교가 되면서 이 신전은 버려지게 되었다. 또 기독교도에 의해 조각과 그림의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더욱이 나일강이 범람하면서 모래가 12m 높이까지 뒤덮게 되었다고 한다. 또 에드푸 지역 주민들이 신전 가까이 집을 짓고 살면서 신전으로서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되기도 했다. 이런 호루스 신전이 다시 세상이 알려진 건 1798년 프랑스 탐험대에 의해서였다. 1860년 프랑스의 이집트 학자인 오귀스트 마리에트(Auguste Mariette)에 의해 신전 복원작업이 시작되었고, 2005~2006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호루스 신전의 정면 36m 탑문 입구 좌우에는 모두 6개의 큰 부조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호루스와 하토르 그리고 파라오다. 그리고 탑문 상부에는 양쪽으로 각각 21개의 부조가 두 줄로 새겨져 있다. 모두 이집트의 신과 파라오다. 이들을 보고 탑문 입구로 가면 좌우에 두 개의 매 형상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호루스 신상으로 이곳이 호루스 신전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의 매에는 파라오를 상징하는 이중관이 없다. 

 호루스 신전의 지성소
 호루스 신전의 지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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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문 안으로 들어가면 신전 현관이 나온다. 현관에는 동서남쪽에 모두 32개의 대열주 회랑이 있다. 이곳 현관은 동서 길이가 42.6m, 남북 길이가 49m에 이른다. 현관을 지나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문 좌우에는 또 다시 검은색 화강석으로 된 호루스 조각상이 지키고 있다. 이 문을 지나면 외 열주실과 내 열주실이 다시 나타난다. 외 열주실에는 기둥이 6개씩 세 줄, 내 열주실에는 기둥이 4개씩 세 줄의 기둥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기둥과 벽에는 여러 가지 부조가 새겨져 있다. 파라오가 호루스와 하토르의 축복을 받는 내용이 많다. 그리고 파라오가 이들 신에게 꽃과 같은 봉헌물을 바치기도 한다. 이들 열주실을 지나면 안으로 또 다시 두 개의 전실이 있고, 그 안으로 지성소가 있다. 지성소는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조명을 해 놓았으며, 가운데 가마 모상의 범선이 놓여 있다. 범선의 앞뒤에는 호루스와 하토르 상이 새겨져 있다.

 신전 부조
 신전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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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 파라오는 이곳 지성소를 찾아 향을 피우고 호루스와 하토르를 기리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들 전실과 지성소 주변으로는 십여 개의 방이 있으며, 이들 방의 벽에는 무수히 많은 부조가 새겨져 있다. 이들 부조는 모두 그 의미를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파라오를 보호해 주는 신, 신에게 봉물을 바치는 파라오, 이집트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야기, 신들의 이야기가 수천가지 그림과 글씨로 표현되어 있다.

호루스 신전의 한쪽 끝에는 나일로미터가 있다. 그렇지만 이곳은 현재 나일강으로부터 5㎞나 떨어져 있어 나일로미터로서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이 신전은 또 계단을 통해 신전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올라가 보려고 시도했으나 2층 쯤에서 통로를 막아놓았다. 나는 다시 아래로 내려와 신전 외벽을 따라 동쪽, 북쪽, 서쪽 방향으로 돈다. 이들 벽에도 역시 수많은 부조를 새겨놓았다.

호루스와 세트가 만들어내는 한 편의 드라마

 호루스가 하마로 변한 세트를 잡는다.
 호루스가 하마로 변한 세트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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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벽에는 수많은 카르투쉬(Cartouche)를 볼 수 있는데, 절반 정도가 빈칸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앞으로 새겨 넣을 왕의 이름을 고려해서 미리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카르투쉬란 고대 이집트 왕의 이름을 새겨 넣는 타원형의 상형문자판을 말한다. 우리의 군대 인식표(군번줄)와 비슷한 모양과 기능을 한다. 인식표에 군번과 이름이 들어간다면, 카르투쉬에는 파라오가 태어날 때의 이름과 즉위할 때의 이름이 들어간다.

이들을 보고 서쪽 벽으로 가면 이 신전에서 가장 극적인 부조를 볼 수 있다. 파라오의 수호신 호루스가 악의 상징인 세트(Seth)를 물리치는 이야기가 10여 개의 장면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인 이시스를 아내로 삼은 삼촌 세트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트는 악의 화신으로 이 세상에서 여러 다른 동물로 변신하며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 

 칼로 하마를 잡아 죽인다.
 칼로 하마를 잡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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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보다 못한 호루스는 하토르와 파라오의 도움을 받아 나일강에서 하마(Nilpferd)로 변한 세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것을 잡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엔 세 명, 다음엔 네 명, 그 다음엔 다섯 명이 힘을 합쳐 애를 쓰는 모습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물을 사용하여 하마를 육지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다. 하마는 결국 칼을 든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 벽화는 고대 이집트 신화 중 오시리스 신화를 부조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부조의 얼굴이 콥틱교도에 의해 훼손되어 그 내용을 좀 더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부조를 보고 나오면 길은 다시 신전 앞 현관으로 이어진다. 비교적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밝고 넓은 공간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나와 아내는 에드푸 신전을 복습하는 심정으로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벽화와 부조의 다양성과 정교함 그리고 곳곳에 남아있는 채색의 흔적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나일 크루즈

 나일강 다리 밑을 지나는 크루즈
 나일강 다리 밑을 지나는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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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푸 신전에서 다시 마차를 타고 크루즈선으로 돌아오니 오후 3시 30분이다. 우리는 다시 나일강 풍경을 보기 위해 선 데크로 올라간다. 그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갔다. 선 데크에는 오후 일정이 없는 유럽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크루즈선이 나일강에 놓인 다리 밑으로 지나간다. 콤옴보에서 에드푸까지 나일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처음 만나는 다리다. 그만큼 나일강에는 다리가 적다. 그것은 나일강 서쪽은 죽은 자들의 땅으로 옛날에는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가야할 때 펠루카 등 배를 이용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에드푸 시내가 나오고 오래간만에 공장도 볼 수 있다. 연기를 뿜어대는 것이 중화학 공장이다. 사실 공장지대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나일 삼각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일강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농경지 면적이 넓어지고 자연 풍경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렇게 1시간 반쯤을 내려가니 서쪽으로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말과 소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간다.

 나일강 석양
 나일강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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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되기 전에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어둠이 내린다. 오후 7시쯤 배는 에스나(Esna)를 지난다. 에스나 지역은 나일강의 수심이 낮아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둔 다음, 콘크리트 도크를 통해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에스나를 지날 때 우리는 도시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에스나를 지나면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데, 베르디의 <아이다>에 나오는 개선행진곡에 맞춰, 누비아족 복장을 한 종업들이 관광객을 맞는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식당에서 시끌벅적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난 우리는 잠시 갑판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후 9시에 4층 바에서 갈라비야 파티가 또 있기 때문이다.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아내는 이집트 전통의상까지 하나 준비했으니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저녁 식사 때 이미 이집트 전통의상을 입고 나온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크루즈 여행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아주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다.

 베르디의 [아이다] 복장을 한 식당 종업원들
 베르디의 [아이다] 복장을 한 식당 종업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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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에스나에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 룩소르까지는 55㎞이다. 내일 오전 5시나 6시께면 우리 배는 룩소르에 도착할 것이다. 룩소르는 이번 여행 중 볼 것이 가장 많은 도시다. 강의 동쪽과 서쪽에 신전과 파라오의 무덤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아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오전에는 나일강 서쪽 왕가의 계곡을 답사하고, 오후에는 나일강 동쪽의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답사할 예정이다.


#에드푸#호루스 신전 #마미시 신전#오시리스 신화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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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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