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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은 올해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 상시평가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시평가는 따로 평가 시기나 횟수를 정하지 않는다. '상시'라는 말처럼 교육의 한 과정으로서 가르침과 배움, 평가를 일치시킨 것을 말한다.

이제까지 초등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진 평가들이 어떠했는가? 교육과정하고는 무관하게 일제고사가 치러졌다. 배우는 때와 평가하는 때가 달라 교수·학습 개선에는 조금도 기여하지 못했다. 더욱이 서로 다른 교실에서 서로 다른 교사한테 배우고도 똑같은 평가지로 시험을 치른 까닭에 가르친 내용이나 활동 중심 평가가 아니라 교과서 중심 평가가 이루어져온 게 현실이다. 평가가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로지 교과서 내용을 얼마나 오래 잘 기억하는가로 교육의 성과를 잴 수밖에 없었다.

이 글에서는 상시평가제가 무엇이고 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르친 사람이 평가해야 한다

평가는 말 그대로 학생의 수준이나 수행 능력 따위를 평하는 일이다. 그 일을 누가 해야 하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가르치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친 학생을 평가하는 게 원칙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평가 활동' 부분(교과부고시 제2012-14호 2012. 7. 9. 고시)을 보자.

(가)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과정으로 실시한다.
(나) 학교는 다양한 평가 도구와 방법으로 성취도를 평가하여 학생의 목표 도달도를 확인하고,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다) 교과의 평가는 선택형 평가보다는, 서술형이나 논술형 평가 그리고 수행 평가의 비중을 늘려서 교과별 특성에 적합한 평가를 실시하도록 한다.
(바) 학교와 교사는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과 기능을 평가하도록 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배울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고, 학교 밖의 교육 수단을 통해서 익힐 수밖에 없는 내용과 기능은 평가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상시평가는 교과부 고시의 취지를 충실히 실천하는 일이다. 교사마다 학급 교육과정 운영에 맞게 평가 시기와 횟수, 방법을 자율로 정하고 과정 중심 수행 중심 평가를 해나가는 것이다. 상시평가가 되자면 아무래도 단답·선택형 결과 중심 평가에서 논술·서술형 과정 중심 평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든 교사의 생각이 드러날 수 있도록 토론과 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더러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는데 어떻게 평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가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도 교사도 로봇이 아니다. 같은 내용을 입력한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를 출력하지 않는다. 그런 추상적 교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상시평가는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 교실은 다 다르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수업은 지역과 학교, 교실, 교사, 학생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아니다. 다를 수 있다가 아니라 마땅히 달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재구성은 의미가 남다르다. 교육과정의 재구성으로 교사는 가르칠 내용과 방법을 정하게 된다. 상시평가는 학교마다 교실마다 수업과 평가 방법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학생 성장에 기여하는 평가여야 한다

이제껏 우리는 따로국밥식 평가를 해왔다. 수업은 수업대로 하고 평가는 평가대로 해왔다. 그러다 보니 수업 속에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평가는 학습 과정이 끝난 뒤 전혀 별개의 활동처럼 해왔다.

모두 알다시피 평가는 누가 잘하고 못하는 것을 견주는 수단이 아니라 배움의 수준을 가늠하고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면 더 나아질지를 탐색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하지만 교육이 앞장서서 약점을 더욱 강화하여 불평등을 일으키는 데 기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평가는 일등과 꼴찌라는 꼬리표를 붙이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약점을 고쳐나갈 방법을 찾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결과 중심 평가는 그것에 기여했다.

담임 중심 상시평가는 학생의 성장에 기여하는 학교의 문화로 바꾸는 일이다. 이제까지 관습처럼 해오던 평가 제도를 다시 돌아보고 평가 제도 개선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여야 한다. 앞서 상시평가를 먼저 실천한 결과를 들어보면, 교사의 지도 내용에 따라 평가 문제가 다르고 학생 하나 하나에 맞게 교과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어서 학생의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학생의 배움에 중심을 둔 평가는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에도 된다. 상시 평가를 하자면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피드백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투명인간처럼 겉돌던 아이 하나하나한테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평가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말하자면 교육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추상적 학생'은 없다. 학생은 집단이 아니라 하나 하나 살아 숨쉬는 생명이다. 개별로 다르게 대해야 역설적으로 모든 학생이 진보한다.

평가는 배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교사별 상시평가제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제까지 일제 평가에서는 점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몇 문제나 맞혔는지, 다른 학생 점수는 얼마나 나왔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것으로 끝이다. 결과에만 온 마음이 가있을 뿐 수업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점수와 등수에만 매달린 평가는 평가의 초심을 잃고 상처만 남는다. 일등하는 아이와 꼴찌 하는 아이는 '점수'라는 잣대로만 볼 때 생기는 차이다. 한 아이가 정말 사람다운 사람인지 그 값어치를 어떻게 점수로 매길 수 있는가. 시험 점수를 안 좋게 받은 아이라고 해서 생각이나 지혜가 모자란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가. 결과 중심 일제평가는 학생 대부분을 패자로 만든다.

그래서 평가가 평가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수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수업을 듣는 마음가짐, 배움에 대한 자세, 열정 들을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학생 반응은 가르치는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성찰하게 하고 수업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게 한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 실현되는 것이다.

수행평가, 실천할 때 의미가 있다

첫째, 과정 중심이 되어야 한다. 평가 시기, 방법, 횟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평가 결과는 점수로 내야 한다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그러자면 학교 교육과정에서 는 평가 방향을 제시하고 실제 평가의 시기, 방법, 횟수 들은 학년 및 학급 교육과정 편성에서 구체로 밝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모든 평가는 교실 수업 현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수업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서 중간, 기말 고사를 없애고 수행평가로 수시로 한다.

둘째, 담임 평가로 실시할 때 교사 본연의 일이긴 해도 평가 업무로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평가 대상 과목 및 횟수는 담임 및 전담교사의 자율로 정한다. 학년 교육과정 평가계획을 준거로 삼아 평가를 실시하되 학급마다 교육과정 수준 안에서 평가 유형, 시기 및 방법을 달리하는 동시에 수행평가 기록부를 만들어 문장으로 기술한다.

셋째, 상시평가는 교과 특성을 반영하여 정규 수업 시간 안에서 다양한 과정 중심 평가를 실시한다. 그러자면 자연스레 수업 방법도 아이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발견할 수 있는 방식(토론 수업, 협력 학습, 프로젝트 수업 같은)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물론 기록의 방법이나 틀은 교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넷째, 학생의 학업 성취에 대한 정보는 학부모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옳다. 그래서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의 본질은 '정보'을 모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통'에 있다. 지금까지 생활통지표는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학부모 또한 담임교사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늘 있었다. 학부모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통지 횟수나 문장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평가 결과를 알려줄 때는 점수로 말할 수 없는, 아이마다 전면적 발달 모습을 알 수 있는 구체 사례와 질적 변화들을 다양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강원도교육청에서 내는 <정책공감> 2013년 3월 5일
▲ 상시평가 네 가지, 오해하지 말드래요~ 출처: 강원도교육청에서 내는 <정책공감> 2013년 3월 5일
ⓒ 웹툰작가 바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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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평가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우리가 상시평가를 두려워하는 마음 밑바닥에는 뭐든 객관적으로 능력을 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력만 하면 누구든 남부러워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지나치게 순박하다. 줄 세우기식 평가가 나쁜 것은 모든 사람을 한 줄로 세워서 사람답게 사는 길을 막기 때문이다. "코피 터지게 공부해라.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다그친다. 이런 평가는 우리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어떻게든 남을 밟고 올라서야 승자가 되어 더 높은 자리,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교육이 과연 참다운 교육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길게 말했지만 상시평가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고 '아이의 배움'이 있다. 수업이 교사의 일방적 주입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학습자 중심의 교수법과 토론, 다양한 체험 활동 등을 통해 '행복한 배움'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누구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의미있는 실천이라도 교육현장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교사가 없다면 학교는 바뀔 수 없다.


태그:#상시평가, #강원도교육청, #과정 중심 평가, #교사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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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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